공동성명문제해결은커녕 분향소 철거가 웬 말인가!

[전국28개 인권단체 공동성명] 

문제해결은커녕 분향소 철거가 웬 말인가! 

- 정부는 100일이 되기 전에 고 문중원기수 죽음의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다하라!


문재인 정부는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문재인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만 벌써 공공기관인 마사회에서 4명이 죽었다. 2017년 말관리사 2명이 사망한 후에 했던 합의사항도 마사회는 이행하지 않는 등 마사회 내부의 부조리가 척결되지 못하면서 또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바로 작년 11월 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기수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 문중원기수의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고인이 모셔져 있는 광화문 분향소를 철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독재정권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을 벌일 수는 없다. 코로나19 상황을 핑계대서도 안 된다. 모든 기업활동과 상업활동이 돌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유족과 동료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공간인 분향소를 없애겠다는 것이 민주와 인권을 말하는 정부에서 할 일인가! 당장 2월 27일 오전으로 예정된 행정대집행을 철회하라!


정부의 방관이 마사회의 무소불위 갑질을 부추겼다!

2019년 3월 문재인대통령은 공공기관에서 사람이 죽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공공기관장을 해임까지 할 수 있다며 강한 문책을 주문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임명한 김낙순 마사회장은 아직까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 기수의 죽음은 마사회와 무관하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돌아가신지 90일이 다 되도록 고 문중원 기수의 시신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거리에 안치되어있다. 최소한의 인권을 말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고 문중원기수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 71년간 쌓인 마사회의 적폐를 해소할 수 있다.


고 문중원 기수의 유서에 빼곡히 쓰여 있듯이, 공공기관임에도 마사회는 기수와 말관리사의 인권은 외면한 채, 승자독식의 선진경마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쳐죽든, 생계의 압박으로 죽든, 살수 없는 마사회의 구조가 기수와 말관리사 7명을 자살하도록 만들었다. 적폐가 쌓이고 쌓인 마사회의 다단계갑질구조의 밑바닥에 있는 말관리사와 기수를 죽인 것이다.


1993년 이후 개인마주제 도입으로 개인사업자 신분이 된 기수는 소득마저 불안한 상태에서 다단계 갑질에 시달려야 했다. 조교사, 마주, 마사회의 눈치를 보며 경기에 임해야 했다. 부당지시도 거부하기 힘들었다. 소득은 경주에서 이긴 경우에 주는 순위상금과 기승료, 조교료(말훈련료)이지만 이것도 마주와 조교사의 눈 밖에 나면 받을 수 없다. 말을 탈수도 훈련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사회법 상 기수의 기수면허와 면허갱신권, 출전권, 징계권은 마사회에 있기에 기수들은 마사회의 눈치를 봐야 했다.


고인은 마사회법과 각종 시행규정으로 몸과 생계, 생활조차 통제받는 15년차 기수였다. 고인은 조교사의 부당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해 조교사 개업을 하려고 했으나 마사회 내부의 불법관행으로 그조차 가로막혔다. 고인은 2015년에 조교사면허증을 땄지만 조교사개업심사(마사대부심사)는 마사회 임원과의 친분에 따라 정해지는 부조리 때문에 연속으로 심사에서 떨어졌다. 고인은 앞이 깜깜하다며 이를 유서에 폭로했다.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기수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의 진상조사팀의 조사결과에서도 이는 동일하게 드러났다. 기수들은 최소한의 안전도, 건강도,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한 채 징계와 면허갱신권의 압박 속에 생활해야 했다. 반면 마사회는 임원들이나 직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솜방망이처벌만 받았다. 심지어 정유라 승마비리와 연관된 자들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이에 우리 인권단체들은 다시 한 번 문재인 정부에 촉구한다. 공공성을 추구해야할 공공기관이 돈에 눈이 멀어 사행을 조장하는 기관으로 전락하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정부가 마사회의 불법관행과 다단계 갑질구조를 전혀 개선시키지 못해 발생한 연이은 죽음이다. 대통령의 눈에는 100일이 다 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한 고 문중원기수의 유족들과 동료들의 눈물이 보이지 않는가. 다시는 이러한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정부는 이제라도 나서야 한다.


죽음을 어떻게 취급하는가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생명을 중시하고 노동을 존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고 문중원기수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당장 나서야 한다. 3월 7일이면 100일이다. 100일이 되기 전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탄핵당한 박근혜정권에서조차 하지 않았던 분향소 철거를 집행한다면, 시민사회의 더 큰 분노를 살 것임을 각오해야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문재인 정부에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고 문중원기수의 분향소 철거(행정대집행)을 철회하라!

하나, 정부는 고 문중원기수의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하나, 정부는 마사회의 불법관행에 대해 수사하고 처벌하라!

하나, 정부는 기수들과 말관리사에 대한 인권침해적 마사회법을 개정하라!


2020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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