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의견서<출입국관리법 일부 개정안>은 헌법적 가치의 보장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합니다

<출입국관리법 일부 개정안>은

헌법적 가치의 보장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합니다.

 

국가의 의무는 사회구성원의 인권이 평등하게 보장받으며 살아가도록 제도를 만들고 제정을 지원하며 나쁜 관행을 바꾸는 것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은 국적 취득 여부가 아니라 한국에 사는 모든 사람의 인권 보장에 있습니다. 이는 헌법 제6조 제2항에 명시되어 있으며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규약에 따르더라도 그러합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은 신체의 자유와 평등한 법적 권리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주민/난민에게도 신체의 자유와 존엄, 평등한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법 개정안이 되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현행법이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의 보호기간에 상한이 정해지지 않고 보호기간의 연장 등에 대하여 중립적 기관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은 과잉금지원칙 및 적법절차원칙의 위배를 사유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23. 3. 23. 선고 2020헌가1).

 

그런데 정부가 2024. 4. 11. 입법예고한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행제도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피보호자의 기본권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개정이유로 들고 있지만, 기본 18개월, 연장시 최장 36개월의 상한은 과도하게 구금 기간을 설정함으로써 여전히 행정의 편의를 위해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 제한 정도”를 지나치게 크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개정안입니다.


1. 18개월 구금 상한 규정은 헌재 판결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너무 길며 자의적 적용이 가능합니다.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은 강제퇴거 집행을 위한 보호에 18개월의 상한을 규정하였으며, 특정한 경우 18개월의 범위에서 계속 보호할 수 있도록 하여 총 36개월(3년)의 구금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도한 구금기간이며 “신체의 자유 제한 정도”를 지나치게 크게 제한하는 것입니다.

 

제63조 제1항은 특정한 경우 18개월을 연장하여 최장 36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송환에 협조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송환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보호외국인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추가로 18개월의 범위에서 계속 보호할 수 있도록 했는데 특정한 경우가 매우 포괄적이고 자의적입니다. 특정한 경우는 ①국가보안법 위반의 죄를 범한 사람, ②테러방지법 위반의 죄를 범한 사람, ③테러자금금지법 위반의 죄를 범한 사람, ④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국교에 관한 죄, 공안을 해하는 죄를 범한 사람, 또는 ⑤그 밖에 공공질서 및 국민의 안전을 해하는 범죄로서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범죄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으로서 “송환에 협조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송환이 불가능한 경우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어 자의적 적용/ 오남용의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심지어 제63조의3은 재구금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장 36개월의 보호기간을 채우고 보호해제된 외국인을 다시 구금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는 과잉금지일 뿐 아니라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라는 요건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이 단독으로 판단하게 되므로 매우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므로, 적법 절차라 하기 어렵습니다. 신체의 자유 침해를 손쉽게 출입국 관리공무원 단독으로 판단하도록 한 것은 권리의 침해를 확대할 뿐입니다.

 

2. 보호외국인 심의위원회는 적법한 통제 절차라 볼 수 없습니다.


개정안에 있는 법무부 산하에 ‘보호외국인 심의위원회’의 신설해서 보호에 대한 이의신청 등을 심사하겠다는안은 현재도 시행 중인 ‘외국인 장기보호 심의위원회’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법무부 산하이므로 중립적이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의 개시 또는 연장 단계에서 집행기관으로부터 독립된 중립적 기관에 의한 통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현행 법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보호외국인 심의위원회’는 헌재가 지적한 구금의 개시와 구금의 계속이 적정한가에 대한 중립적 기관의 통제 절차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2021년 11월에 “화성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 결과 및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사법부 등 제3의 기관이 보호 개시 및 연장의 적부를 판단”하는 입법 개선을 추진할 예정임을 밝힌 것보다 후퇴한 개정안입니다.

 

3. 구금이 아닌 대안 집행에 대한 내용이 부재합니다.

 

직접적으로 억압하는 고문 등을 금지하는 근대국가의 형벌체계에서 신체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금 자체가 큰 처벌입니다. 그럼에도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강제퇴거 명령대상자를 구금이 아닌 방법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확인하고 있듯이, 구금은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목적으로 일시적·잠정적으로 강제퇴거대상자를 특정 장소에 수용하는 조치이고,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 기간 내에 수용할 때에만 정당성이 있습니다. 상당한 기간 내에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라면 구금이 아닌 대안으로 집행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즉각 폐기하고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맞는 새로운 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2024년 5월 21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