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단 일곱글자로 김용균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가릴 수 없다! 기업 살인을 처벌하는 법 제도의 변화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대법원의 무책임을 규탄한다!

[성명] 

단 일곱글자로 김용균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가릴 수 없다!

기업 살인을 처벌하는 법 제도의 변화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대법원의 무책임을 규탄한다! 

 

“상고를 기각한다”

기업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일터에서 죽은 20대 청년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대법원은 단 일곱 글자로 일축하며 원청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이것이 과연 헌법에 쓰인 모든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대법원이 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대법원 선고는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산재사망 관련 재판이었다. 이미 1심과 2심에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게다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원청과 하청 임직원에 대해서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무죄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나중에 판결문을 통해 무죄 선고의 근거를 알 수 있으나, 2018년과 2019년, 최소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시키고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이끌 정도로 시민들의 사회적 연대와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 ‘상고 기각’이라는 말로만 무죄를 선고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보이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다

정말로 재판부도 오늘 판결이 정의롭다고 여긴다면, 아들을 죽게 한 책임을 묻기 위해 수년째 싸우고 있는 유가족과 동료들이 있는 재판정에서 설명했어야 했다. 만약 선고의 근거를 설명하지 않은 이유가 사회적 지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 얼마나 비겁한 일인가! 이는 김용균 노동자 사망 5주기 기일을 앞둔 유족과 동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비탄으로 몰아넣는 행위다.

무엇보다 살인기업에 대한 면죄부는 죽음을 멈출 수 없다. 김용균 노동자가 죽기 전 하청노동자들은 수 차례 사측에 위험요인 개선을 요구했지만, 발전소 시설이 원청 소유라 근본적 개선은 하기 어려웠고, 결국 원청기업의 외면 속에서 비정규직의 죽음은 반복됐다. 김용균 재판처럼 원청기업이 몰랐다는 핑계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한다면 비정규직은 영원히 죽음의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 사건에 대한 원청기업의 책임을 묻고 있다. 그만큼 산재는 기업 살인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생겼기 때문이며, 다단계 산업구조에서 원청은 안전조치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시민들은 안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원청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사법부가 노동자 안전과 생명 존중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대법원의 무책임하고 시대착오적 판결, 부정의한 선고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비통한 마음으로 다시 결의한다. 더 이상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도록 산재 피해자들과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싸울 것이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악하려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투쟁할 것이다.

 

2023년 12월 7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