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사후보도자료] 서울세계무용축제는 이스라엘과 모든 협력을 끊어라!

[사후보도자료] 

서울세계무용축제는 이스라엘과 모든 협력을 끊어라!

일시·장소 : 2025. 09. 26. (금) 오전 11시,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1. 취지와 목적

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시댄스)로부터 초대받은 아티스트 자셈 힌디(Jassem Hindi)는 축제 측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이스라엘 안무가 오를리 포르탈(Orly Portal) 또한 초대한 것을 인지한 뒤 한국 무용계와 시민사회에 접촉해 왔습니다. 시댄스는 주한이스라엘대사관과 공식 협력관계라는 것을 밝히고 있으며 기자회견에 이스라엘 부대사 버락 샤인이 대사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했습니다. 이에 자셈 힌디는 시댄스에 항의하여 오를리 포르탈 초청을 취소하고, 이스라엘 대사관의 후원과 협력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시댄스는 이스라엘 대사관으로부터 후원을 철회했지만 여전히 협력관계라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이에 항의하며 보이콧을 선언한 자셈 힌디와 같은 팀 안무가 베하리의 행보에 대해 시댄스는 ‘개인사정으로 공연이 취소되었다’고 안내하여 보이콧의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9월 21일부터 시댄스에 대한 비판과 사과에 대한 요구가 가시화 되자, 시댄스는 어제, 9월 25일 “지난 9월 19일로 예정됐었던 하랄 베하리의 공연이 취소된 이유를 '베하리의 개인사정'이라고 밝혔던 저희 시댄스의 공지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베하리는 시댄스 참가단체 가운데 이스라엘 무용단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불참 의사를 통보해 왔음을 밝힙니다.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개인사정이라고 한 데 대해 사과드리며, 베하리의 시댄스 발참 결정의 과정과 이에 대한 저희의 생각 등은 축제가 모두 끝난 뒤 상세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스라엘 단체의 공연은 예정대로 26일에 열립니다."라고 공지를 수정하였습니다. 영문페이지에는 한국어 안내만이 게시되어 영어 사용자 관객과 해외초청팀들은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는 하랄 베하리팀의 문제제기와 보이콧, 한국 무용/예술계와 시민들의 지지를 통해서 시댄스가 후원 받은 것을 철회하고 ‘개인 사정으로 공연을 취소했다’고 공지한 것에 대한 사과와 정정이 의미있는 변화라고 여깁니다.

 

이스라엘은 1948년부터 77년째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학살하고 강제추방해왔으며 2023년 10월 7일부터 지금까지 2년 가까이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학살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의 공모와 지원, 침묵을 통해서 정당화되고 지속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시민들과 예술가들은 이에 저항하며 전범국가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집단학살과 이를 정당화하고 은폐하는 아트워싱을 비판하며 보이콧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와 군사점령을 가리기 위해 오랫동안 문화를 이용하는 아트워싱을 벌여 왔고 국가에 대한 충성 서약을 마친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며 선전 도구로 이용해 왔습니다. 동시에 팔레스타인의 문화유산을 파괴하고, 예술가를 학살해 왔습니다. 팔레스타인 문화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부터 올해 3월까지 이스라엘은 가자에서만 45명의 작가와 예술가들을 살해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댄스가 이스라엘 무용팀을 초청하여 “분열과 파괴에 맞서는 그들의 연대와 치유의 몸짓을 느껴본다.”는 기획에 포함시키고,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무용팀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상징하는 노래를 전유하여 화해를 상징하는 작품을 공연하게 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아트워싱에 공모하는 것에 다름아닙니다.

 

서울세계무용축제는 하랄 베하리 팀의 요구에 일부 응해 이스라엘 대사관의 후원을 거부했고 이는 분명히 의미 있는 한걸음입니다. 그러나 축제 측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협력자로 명기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공관차석을 기자회견에 초대해 집단학살을 윤색하도록 플랫폼을 마련한 데 대한 자성도 없습니다. 따라서 9월 21일부터 약 5일간 성명서에 연명하고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한 우리들은 무용/예술계 개인 158명과 단체 12개, 비예술계 개인/단체 250명, 총 424명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한국사회의 예술계가 인류역사상 최악의 집단학살을 막아내기 위해서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 예술적 실천을 추동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댄스는 아트워싱에 공모하면서 이를 중립이나 다양성으로 치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올해 벌어진 사태에 대해 정확히 평가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하고, 이를 향후 축제 기조와 프로그램으로 구현하길 바랍니다.

 

2. 개요

서울세계무용축제는 이스라엘과 모든 협력을 끊어라!

일시 장소 : 2025. 09.26. (금) 11:00 /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주최 : 성명서 제안자, 연명자 일동

후원: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프로그램

순서

담당

사회 타리(퀴어팔레스타인연대 QK48)

발언 1. 유지영(페미플로어/무용가)

발언 2. 하랄 베하리(자메이카계 노르웨이 공연자/안무가)- 대독: 소피아 활동가

발언 3. 윤수련(퍼포먼스 연구자) - 대독: 뎡야핑 활동가

발언 4. 이서염(공연기록자)

성명서 낭독

자두(팔레스타인평화연대), 이채은(안무가/무용수), 용빈(무용가), 우지안(안티무민클럽AMC)

 

[성명문]

집단학살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티스트의 개인 사정’이 아니다! 서울세계무용축제는 이스라엘과 모든 협력을 끊어라!

 

2025년 9월 10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제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는 올해도 집단학살 국가 이스라엘의 협력 속에 진행된다. “무용을 중심으로 예술가와 시민, 예술가와 예술가, 시민과 시민이 만나는 교류의 장소”를 지향한다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축제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서울세계무용축제가 말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지난 8월 13일 서울세계무용축제는 기자간담회 자리에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공관차석 바락 샤인을 초청했다. 바락 샤인은 이스라엘 오를리 포르탈 무용단의 <폐허>를 소개하며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국민들과 더불어 오를리 포르탈이 깊은 트라우마에 빠져 있던 시기에 탄생”한 작품이라 일컬었다. ‘10월 7일’이란 이스라엘이 전국민의 총의에 기반해 피점령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시작한 날을 말한다. 노르웨이/자메이카 안무가 하랄 베하리 팀은 이에 문제제기하며 축제 측이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바티 보이>는 공연할 수 없다고 알렸다. 축제 측은 이에 일부 응하여 이스라엘 대사관의 후원을 끊었지만 다른 협력을 유지했고, 또 홈페이지와 예매 사이트에 ‘아티스트의 개인 사정’으로 공연을 취소한다고 공지해 하랄 베하리 팀의 보이콧을 축소시켰다.

하랄 베하리의 <바티 보이>는 이스라엘 안무가 오를리 포르탈의 <폐허>와 같은 특집 기획 하에 있었다. ‘광란의 유턴’이라는 이 기획을 서울세계무용축제는 이렇게 소개한다. “전 세계를 휩쓰는 정치적 극단주의의 바람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는 연대를 상실하며 무너진다. 기성 체제의 약자를 타자로 만들어버리는 광란의 유턴. (…) 분열과 파괴에 맞서는 그들의 연대와 치유의 몸짓을 느껴본다.”

우리는 모두 세계 안에 살고 있다. ‘세계’라는 이름을 붙인 채 ‘정치적 극단주의’를 이야기할 때, 또 연대와 치유를 말할 때 팔레스타인 없이 말할 수 있는가. 이스라엘은 1948년부터 77년째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학살하고 강제추방하고 있다. 2023년 10월 7일부터 지금까지 2년 가까이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서울세계무용축제가 시작한 9월 10일 하루 전인 9월 9일에 가자지구 가자 시티를 집중 공격하며 피란민 100만 명에게 강제 대피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인도주의 안전 구역’이라고 지정한 지역조차 폐허로 만들었다. 이스라엘 무용단 오를리 포르탈의 작품 이름은 الأطلال Al-Atlal, 즉 폐허다. 이스라엘 건국 당시 폐허가 된 고향을 등지고 이미 난민으로 가자지구로 내몰렸던 주민들은 다시 피란민이 되어 집단학살 내내 폐허에서 다른 폐허로 쫓기고 있다. 이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대피할 수도 없는 지금을 살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와 군사점령을 가리기 위해 오랫동안 문화를 이용하는 아트워싱을 벌여 왔다. 국가에 대한 충성 서약을 마친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며 선전 도구로 이용해 왔다. 동시에 팔레스타인의 문화유산을 파괴하고, 예술가를 학살해 왔다. 팔레스타인 문화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부터 올해 3월까지 이스라엘은 가자에서만 45명의 작가와 예술가들을 살해했다. UN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부터 올해 8월까지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살해한 기자들은 최소 247명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본인들이 벌이는 잔혹한 행위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게 하고, 없는 일로 만들기 위해 언론인들을 표적 살해해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것이 예술이라면, 있는 것을 없다고 가장하고 숨기려는 집단학살 국가 이스라엘과 함께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문해야만 한다. 예술이 이 정세에서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질문해야만 한다.

서울세계무용축제는 하랄 베하리 팀의 요구에 일부 응해 이스라엘 대사관의 후원을 거부했다. 이는 분명히 의미 있는 한걸음이다. 그러나 축제 측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협력자로 명기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공관차석을 기자회견에 초대해 집단학살을 윤색하도록 플랫폼을 마련한 데 대한 자성도 없다. 우리 시대 홀로코스트가 우리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는 지금, 이를 멈추기 위해 무용/공연예술계 종사자로서, 또한 무용/공연예술계 종사자들의 요구를 지지하는 시민으로서 다음을 요구한다.

첫째, 서울세계무용축제는 집단학살 전범국가 이스라엘과의 모든 협력을 끊어라

둘째, 서울세계무용축제는 하랄 베하리 팀의 공연 취소 사유를 ‘아티스트의 개인 사정’으로 축소한 것을 사과하고 정정하라

셋째, 서울세계무용축제는 팔레스타인 예술계와 민중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라

지금을 살아가는 예술가에게 침묵은 주어지지 않은 선택지다. 침묵은 공모다. 입장을 밝히고 과오를 반성하고, 지금의 위치와 방향을 바꾸는 실천만이 인간임을 부정하지 않는 방법이다. 대한민국 무용계를 비롯한 예술계와 시민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식민지배를 멈출 때까지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며, 아트워싱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모든 워싱 행위에 반대하는 공동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제안자: 이서염, 안티무민클럽AMC, 지금아카이브, 페미플로어, 프로젝트 이어, 프로젝트 하자

연명자: 무용/예술계 종사자 개인 158명, 단체 12개, 비예술계 개인/단체 250명. 총 424명 일동.

 

2025년 9월 26일

제안자, 연명자 일동

 

무용/예술계 종사자 개인 158명: 고권금(무용) 고민주 (연극) 고요난(연극, 뮤지컬) 권시우 (미술) 김나라(연극) 김남수(비평) 김민지 (문학) 김성렬 김수아 (한복 복식) 김수환 (다원) 김시원(미술) 김시현(춤 배우는 학생) 김연재(연극) 김염지(연극) 김영글(미술/출판) 김용빈(무용) 김은정(연극) 김인수(전통) 김태령 (연극) 김한샘 (그래픽 디자인) 김해빈(음악) 김현수 (무용, 연극) 김현지 (연극) 김혜원 (영화) 꽃신(공연예술) 나무늘보 나영 (미술) 나희경(연극) 노예주(미술작가) 마민지(영화) 민동인 (그래픽 디자인) 밀(무용) 박민지 (사진) 박세영(사진) 박세진(회화) 박승훤(연극) 박애진(소설가) 박예지 박이현(연극) 박주현 (무용) 배소현(연극) 배이화 (음악) 백종관 (영상) 백혜경(연극) 베툴 (연극) 서봉수416합창단 서선진 (미술모델) 세상 (연극) 손서정(음악) 솔문(춤) 송승언 (문학) 수려 (연극) 수진(무용) 신재민 (시각) 신재윤 (무용/연극) Adela SHIN (Dance/Theater) 심현화 (연극) 안민옥(미술) 알마즈(보컬) 양정현 (연극) 연혜원 (연극) 오수민(애니메이션) 오윤주 오현택 요거드후니로 우레 (무용) 우지안 (연극) 유윤주(연극) 유지영(무용) 유진 (미술) 윤수련(퍼포먼스) 윤태은 (연구) 윤해경(춤) 이동경 (연극) 이동민(독립기획자) 이산 (연극) 이상길 이새결 이서염 (연극) 이성직(연극) 이수림(연극) 이씬정석 이울(소설가) 이유라(연극) 이유진(연극) 이윤이(영화) 이주연(미술) 이지연 (사진) 이채은 (무용) 이혜원 (연극) 이혜진 (연극) 이호연(연극) 이호연(연극) 이효진 (연극) 익명 (미술) 익명 (IP) 익명(연극) 임채미 (문화예술) 임채진 (만화) 임현진 (공연) 자청(시각) 장순향 장혜진 전규연 (연극) 전다화 (시각예술) 전지현(연극) 점선밥 (연극) 정새미 (음악) 정안(민화) 정은영 정현서 (연극) 정호연(출판) 정홍칼리(글) 정화연(미술) 조승혜 (연극) 주선아 (만화) 주하연 (미술) 지노 차차리(연극) 체리 (음악) 최기섭 (무용) 최엄윤(문화기획) 최은진(무용) 최하나 (영화) 최현숙(작가) 칩거집필극장 (영화) 하지성 (연극) 한여진(문학) 한윤미(연극) 해랑 (접근성) 해서우(연극) 허민 (그래픽디자인/일러스트) 허윤경(무용) 현림(연극) 홍석영석홍 (음악/연극) 홍정후(음악) 황민정(연극) 황은후 희음 (시 창작, 르포) Ana Kljujev (Contemporary dance) Andrea Vezga Angela Bettoni She/Her , performer artist and artivist Ann-Christin Kongsness (dance) Ellen Crofton (choreographer) Emile Pineault (Dance) FP Free Palestine Graphy(무용) Jay (Music) jee chan (dance) kemelo nozipho sehlapelo (dance maker/performer/artist) Kiana Rezvani (Dance) Kim in gyu leo (미술) Lisen Pousette (Dance & Choreography) Mariana Suikkanen Gomes (Dance & Theatre) Oscar M. Damianaki Toni Steffens company Tyra Wigg, choreographer, performer

 

무용/예술계 단체 12개: 계원예술대학교 학생·소수자권리위원회 ‘잡초’ 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전통연희) 연극집단 공외 임국영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집단JIPDAN (연극) 팔레스타인문화연대 페미씨어터 프로젝트 레디메이드(강보름) 프로젝트 하자(연극) 프로젝트이인 (무용) 혜진장댄스 Embassy of movement

 

비예술계 개인/단체 250명/개: 감자 감정노동자(시민) 강들 강예솔 강유미 강효주 경기도의연대자 고재현 고정갑희 구려(패션) 구지혜 권려민 권수민 권영인 권창섭(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기동서 김가현 김다은 김다진 김민령 김민솔 김민주 김민주 김민지 김서정 김선철 김성민 김성민 김성이 김성진 김세라 김소희 김수현 김수환 김시현 김영휘 김유진 김은빈 김응돈 김정현 김지원 김지유 김지은 김지하 김초은 김태후 김하늬 김현지 김혜란 나무늘보 나야 나하 남아름 남윤아 노상규 누르 동우 동우 두유 땅콩 레마 로로(연극) 류 류해민 르꾸 리디큘러스 명숙 모이 물보라 민기 민선 박김영희 박민서 박성준 박수민 박신영 박예람 박예진 박재상 박재우 (사회민주당) 박지원 박한솔 박희수 밤 배서현 배예주 백영주 보리 부깽 빙하 사공성수 사이 살미 서제인 서지혜 성봉철 성연준 소서노 손정민 송보민 수진 술래 숲으로 신기섭 신성연 신수연 신연선 아이리스 안계섭(음악) 애효박 양경준 (사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염혜영 예술 관람객 오다움 오수영 오채은 우노 우주 유다운 유랑 윤미향(나비의꿈) 윤정오 이건우 이근하 이도한 이미소 이미소(무소속) 이병수 이서연 이서염 이서희 이성협 이세헌 이수민 이수진 이순희 이안 이안 이용성 이윤주 이재형 이재효 이정음 이종걸 이주훈 이주희 이진실(시각예술) 이한수 이해인 이헌건(출판) 이희재(디자인) 익명 익명 익명 익명 익명 장동준 장미도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재오기임재옥 전승일 전지윤 정민우 정보라 (문학) 정보라 Bora Chung 정성혜 정소현 정시우 정윤희(문화예술정책/ 비평) 정은주 정홍섭 정효선 정희 제리 제이 조수진 조윤기 조은 조은 조인해 조호경 주드 지나가다 진소연 진솔 진윤경 진정영 진제헌 집단학살반대 차미경 찰수 채훈병 최고은 최다빈 최슬기 최우진 최윤서 최윤성 최이안 최철호 최혜린 타리(나영정) 팔도 평화를 원하는 시민1 푸른 한규한 한라산 한예은 한준희 허호정 (미술) 호두 홍보람 홍서연 화 황상윤 황정민 Africa(416합창단) Anette Röde chico Dennis Fiege EIAMAN HAKIM AZMAN elisa Goodall Hanyang University student Jennifer Yang june Jung KO kumsook Lynn N/A Nalyd Park Junkyu Pink Cat rakuta Ryu hana silver Son Jaheui yesl 김보영(실천불교승가회) 김복동의 희망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대한예수교 장로회 언약교회(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산재참사 고 김형주 님 유가족모임) 리슨투더시티 블랙리스트 이후 상상행동 장애여성 마실 수원대학교 만화동아리 S.C.O.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은평민들레당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정원현 정윤희(예술비평/정책) 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 해방을꿈꾸는씨네클럽 Decolonizing Korean Studies Collective

 

 

Criticizing the genocide is not a “personal issue”! Seou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SIDance) must end all cooperation with Israel!

 

This year’s Seou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September 10-28) is also taking place with Israeli cooperation. According to SIDance, they aim to be a space where, through dance, “artists and citizens, artists and artists, and citizens and citizens can interact” and are striving to be an event that “includes all of our stories”. But who exactly is the “our” that they speak of?

 

On August 13th, SIDance invited Barak Shine, Deputy Chief of Mission at the Israeli mission in Korea, to a press conference. Barak Shine introduced Israel’s dance company Orly Portal’s piece Al-Atlal (“The Ruins”) by saying, “this work was born in the time after October 7th, when (Israel’s) people and Orly Portal were deeply traumatized.” “October 7th” refers to the day Israel started its genocide in the occupied territory of the Gaza Strip of Palestine, with the full support of the Israeli people. Norwegian Jamaican choreographer Harald Beharie brought this up as an issue and said that if the organizers did not end their cooperation with Israel that they would not perform their show, Batty Bwoy. In response, the festival organizers cut funding from the Israeli embassy, but maintained other forms of cooperation with Israel, and stated on the website that Harald Beharie’s show was cancelled due to “personal reasons”, minimizing their boycott.

 

Harald Beharie’s Batty Bwoy and Orly Portal’s Al Atlal were both special features. The festival introduces the special feature “Into the Raging Vortex”” like this: “As a storm of political extremism sweeps across the globe, individuals and communities lose their solidarity and are left fractured. In this raging vortex, the powerless in our existing systems are cast as the others (...) In their movements, we witness healing and solidarity that fights against division and destruction.”

 

We all live within the world. Discussing “political extremism" or solidarity and healing in the “world” without mentioning Palestine is impossible. Israel has massacred and forcibly displaced indigenous Palestinians for 77 years, since 1948. And they have committed a genocide for close to two years, since October 7th, 2023. On September 9th, a day before SIDance began, Israel attacked Gaza City and issued an evacuation order for 1 million refugees. Even the so-called "humanitarian zones” designated by Israel have been reduced to rubble. Orly Portal’s piece is named الأطلال, Al-Atlal, or ruins. The Palestinians who had to leave their homes when Israel was established to become refugees in Gaza are now once again refugees, fleeing from ruin to ruin. Many people aren’t even able to evacuate because they can’t afford it.

 

Israel has long used artwashing as a tool to conceal its colonization and military occupation of Palestine. They support artists and culture workers who’ve signed a pledge of loyalty to Israel, using them as tools of propaganda. At the same time, they destroy Palestinian cultural heritage and murder Palestinian artists. According to the Palestinian Ministry of Culture, from October 7, 2023 to March 2025, Israel has murdered 45 writers and artists in Gaza. According to the UN, between October 7, 2023 and August 2025, Israel has murdered at least 247 journalists in Gaza, intentionally targeting them so as to hide their acts of brutality from the outside world, and make them disappear. If the goal of art is the show what is hidden and help us hear the voices we can’t normally hear, we must ask ourselves, what is the point of working with a country like Israel that commits genocide and seeks to hide it, that denies the existence of something that exists? We must ask, what should art speak of in this moment, how can it be in solidarity?

 

SIDance partially conceded to Harald Beharie’s team’s demands by refusing funding from the Israeli embassy. This is definitely a step in the right direction. However, Israel is still clearly listed as a collaborator of the festival, and there has been no self-reflection on the fact that the organizers provided a platform for Israel to whitewash its genocide by inviting the Deputy Chief of Mission to a press conference. As we witness another Holocaust in real time, we as citizens and people in the dance and performance art world, demand the following.

 

First, for SIDance to end all cooperation with Israel, a genocidal state committing war crimes.

 

Second, for SIDance to apologize for minimizing the Harald Beharie team’s show cancellation by claiming it was for “personal reasons”, and to set the record straight.

 

Third, for SIDance to express support and solidarity for Palestinian artists and people.


 

 




[발언문]

발언 1 유지영(페미플로어/무용가)

안녕하세요.

저는 안무가이자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유지영입니다. 이번 시댄스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무용계의 일원으로서 침묵하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며, 이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발화를 멈출 수 없다는 시급함을 안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공연들이 무대에 오릅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학살과 식민 착취에 대해 무용계는 마치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 역시 때로는 이 사태를 내 삶과 분리된 사건으로 바라보거나 애써 모른 척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몸으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무대 위에서 공적인 발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 엄청난 규모의 폭력과 죽음 앞에 침묵할 수 없습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공연을 만들거나 춤을 출 수도 없습니다. 무용이 해야 할 역할은 단순히 아름다운 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몸의 이야기를 몸으로 발화하고 전달하며 애도하는 일입니다.

몸을 다루는 예술가로서 우리는 이 순간의 트라우마가 신체와 정신 속에 얼마나 깊이 남을지 알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오랫동안 이동의 자유를 빼앗겨 왔습니다.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서 움직이는 것은 곧 구금이나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금을 조달하거나 연계된 기관의 무대에서 춤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물어야 합니다.

저는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선언합니다. 정의롭고 도덕적인 역사의 편에 섰다는 이유로 박해받는 모든 이들과 함께합니다. 우리가 곧 해방을 향해 춤추고 발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2 하랄 베하리(자메이카계 노르웨이 공연자/안무가)

Withdrawal from SIDance festival 2025

2025 서울세계무용축제 참여 철회(에 덧붙여)

 

We have decided not to perform Batty Bwoy tonight at SIDance Festival in Seoul, Korea.

저희는 오늘 밤 한국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바티 보이> 공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This decision follows our discovery that one of the festival’s performances was supported by the Israeli Embassy and that an embassy representative was present at the table during the opening press conference, seated next to the festival director.

축제 초청작 중 한 공연이 이스라엘 대사관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과, 대사관 대표 직원이 축제의 예술감독 옆자리에 앉아 개막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공연 취소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In solidarity with the Palestinian people, and in protest against Israel’s ongoing occupation and genocide in Gaza, we cannot allow our work to share a platform with state-sponsored representation.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연대하는 마음으로, 또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가자 지구 점령 및 집단학살에 대해 저항하는 의미로, 우리는 이스라엘이 후원하는 그 대표적 공연과 우리의 공연이 같은 무대를 공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We acknowledge and appreciate that the festival took action and withdrew the Israeli state funding after we raised our concerns. This reminds us that speaking up can matter. However, the presence of Israeli state sponsorship and political figures had already compromised the conditions for a safe and meaningful collaboration.

저희의 문제제기 이후 축제 측이 조치를 취하여 이스라엘 정부의 재정 지원을 철회한 점은 인정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는 목소리를 내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의 후원과 정치인의 참석은 안전하고 의미 있는 협업 조건(환경으로 의역할까요)을 깨트렸습니다.

 

This decision was made to protect the well-being of our team and to remain accountable to the values we try to uphold and explore in our work.

Our intention is not to attack SIDance — they engaged in dialogue and took concrete steps, but we feel it is necessary to publicly share our reasoning for withdrawing from the program.

우리는 팀의 안녕을 보호하고, 우리가 작업에서 지키고 탐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책임지기 위해 공연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시댄스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논의했고 구체적인 단계를 밟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축제 프로그램에서 공연을 취소한 사유를 공개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For us, this has been a deep reminder to do better research on the programs we are part of.

우리에게 이 일은 참여하는 축제 프로그램에 대해 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깊은 교훈이 되었습니다.

발언 3 윤수련(퍼포먼스 연구자)

 

2024년 7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계무용학회에서는 이스라엘의 정착식민주의와 댄스워싱, 즉 무용을 통한 시오니즘과 제노사이드의 세탁에 대한 패널이 열렸습니다. 이를 축하하며 팔레스타인 대사관 직원들이 팔레스타인 전통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시오니즘 지지 학자 및 무용가들이 사전에 연대 서명을 조직해 학회 측에 전달했고, 공연 당일에는 일부 참석자가 팔레스타인 춤을 몰래 촬영해 SNS에 게시하고 학회를 비난하는 글을 퍼뜨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무용과 정치가 언제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처럼 현장에서 직접 증폭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이자 퍼포먼스 연구자 윤수련입니다. 2003년, 대학교 3학년 때 시댄스(서울세계무용축제) 자원활동가로 첫 인연을 맺은 후, 사무국 직원으로 일했고, 이후 연구자로도 많은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저의 연구자 정체성은 시댄스에서의 경험 없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앞서 이야기한 일화처럼, 무용이 단순한 미학적 표현을 넘어 정치적 실천이자 세계관을 확장하는 장이라는 관점은 시댄스에서의 경험을 통해 가능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퀴어무용에 대한 담론이 부재할 때 트랜스젠더 안무가인 중국 무용가 진싱을 가장 먼저 소개한 것도 시댄스였고, 장애, 커뮤니티, 환경, 페미니즘, 기후위기를 주제로 작업하는 세계 각국의 안무가들을 국내에서 가장 발 빠르게 초청했던 중요한 축제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깊은 인연으로, 시댄스가 자성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 발언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팔레스타인 해방에 관심을 갖고 이를 지지해왔지만, 또한 퍼포먼스, 인종주의, 식민주의의 교차성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팔레스타인 점령과 유럽 제국주의, 시오니즘의 관계를 이론화해온 에드워드 사이드 같은 탈식민주의 학자들의 저작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왔습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나 공공기금이 연루된 행사는 참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 제게 최근 시댄스로부터 축제 공연 중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축제와의 깊은 인연을 떠올리며 기쁜 마음으로 수락하였으나, 이후 올해 시댄스가 이스라엘 대사관과 맺어온 관계, 그리고 축제 기간 중 공연될 이스라엘 무용단 ‘오를리 포탈’의 작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결국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철회하게 되었습니다.

축제 사무국으로부터는 현재 이스라엘 기금이 시댄스에 연루되어 있지 않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내부의 재정적 출혈과 희생이 컸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늘 영세한 규모로 세계적인 수준의 축제를 운영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저 역시 잘 알고 있기에, 이는 분명 고무적인 소식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오를리 포탈의 작품이 핵심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에 동의하기 어렵고, 준비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거나 이스라엘과 서방의 폭력에 노출된 아랍 예술가들 및 그들과 연대하는 예술가들이 충분히 지지 받지 못한 정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시댄스가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랍니다.

첫째, 저는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와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을 ‘분쟁’ 혹은 ‘전쟁’으로 호도하고, 이스라엘과 아랍 간의 ’화해‘나 ‘공존’을 해결방식으로 제시하는 공연에 비판적입니다.

오를리 포탈의 작품 <알-아틀랄>은 이집트 시인 이브라힘 나지의 시 “알-아틀랄”과, 이를 가사로 삼은 이집트 국민가수 움 쿨숨의 1966년 동명의 노래를 원작으로 합니다. 이 노래는 표면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회한과 폐허가 된 사막을 배회하는 화자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내게 자유를 허락해, 이 손을 놓아줘 / 모든 걸 다 줬어, 숨김없이, 아낌없이”라는 가사로 인해 팔레스타인 해방을 상징하는 정치적 노래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이 가사를 노래하는 부분에서 아랍 문화권 관객들은 늘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을 보낸다고 합니다.

오를리 포탈은 이 노래를 아랍어 및 히브리어 번역으로 사용하며, 해당 무용작품이 “한 사람과 그의 땅, 그의 터전, 사람들 간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전쟁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는 노래가 갖고 있는 구체적 정치성과 맥락을 모호하게 만들고, 주체와 대상을 삭제하며,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의 해방과 혁명정신이라는 정치적 함의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공연에서 묘사되는 무용수 간의 갈등과 ‘초월’로 나아가는 장면들은, 현재의 상황을 학살이나 불법점령이 아닌, 단순한 문화적 갈등 혹은 오해로 포장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랍문화를 전유해 ‘화해’와 ‘공존’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실질적으로는 이스라엘 국가주의의 담론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화해’의 레토릭 속에서 누가 지워지고, 어떤 진실이 탈락되는 것입니까. ‘문화적 다양성’과 이를 통한 ‘화합’이라는 명목 아래, 이 문제를 이념과 권력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시도는, 학자들이 오래전부터 비판해온 ’문화충돌‘(culture war) 프레임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입니다.

둘째, 이스라엘 무용단, 그리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무용단들을 함께 모아 열린 논쟁의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시댄스의 목표는 아쉽지만 현실을 간과한 이상주의적 기대로 보입니다.

제노사이드 속에서 희생된 팔레스타인 예술가들 외에도,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이나 창작은 곧장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삭제되고 검열당하며,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예술가들은 비엔날레에서 퇴출되거나 창작지원금을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석했다가 구금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과연 누가 동등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축제라는 단기간의 플랫폼 안에서 지속 가능하고 심도 깊은 비판적 논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오를리 포탈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열린 논쟁의 장‘을 기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택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시댄스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축제의 행보를 비판하며 연대서명을 제안한 예술단체들 역시 과거 시댄스 공연을 보거나 출연을 했거나 지지를 하는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인연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애정과 몰입이 있었기에, 더더욱 이번 일을 계기로 시댄스가 자성하고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가장 작은 차원에서는, 시댄스가 팔레스타인 예술가들과 이들과 연대하는 무용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사무국 내부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하고, 이를 실제 프로그래밍에 반영하는 실천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무용축제는 어쩌면 배너를 들고 정치적 선언을 하는 자리는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시댄스의 역사와 시댄스를 통해 소개된 창작자들 스스로의 비판적 작업들을 살필 때, 무용과 정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축제는 결국 탈정치적일 수 없습니다. 한국 무용계에서 늘 혁신적이고 비판적인 역할을 자임해왔기에, 이러한 시도는 언제든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긴 말씀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발언 4 이서염(공연기록자)

 

 

 

안녕하세요, 저는 공연예술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이서염입니다. 저는 2023년 10월 7일이라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건 이후 개인으로서 또 세계시민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오늘 성명서 제안자이자, 한국 공연예술 관객으로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한국 시민으로서 이 자리에서 말하고자 합니다.

 

시댄스는 축제를 소개하며 “2018년부터 난민, 폭력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특집을 기획함으로써, 예술의 미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예술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제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떠들고 설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제가 한국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관객이고, 공연예술이 제가 나고 자란 이 문화와 사회를 어떻게 사유하고 재해석해 펼쳐놓을지 늘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정세 안에서만 사유할 수 있기에 그 누구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일 수 없습니다. 어떤 입장을 취하든 그 입장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예술은 어디에 발 딛고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자문해야만 합니다. 누구를 초청하느냐 역시 메시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술과 정치라는 이분법을 넘어 그 안에서 교묘하게 정치적 술수를 명리하고 영악하게 이용하는 이스라엘의 아트워싱에 대해 우리는 저항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 사이에서 균열을 만들고 싸우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멈추기 위해 질문하고 사유하고 행동해야만 합니다.

 

제가 연극에 친숙한 관객임에도 연극학이 아닌 공연예술학으로 석사를 진학한 까닭은 더 다양한 공연예술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 제게 사랑과 용기를 알려준 친구들이 춤을 마음 다해 사랑하는 걸 보면서, 그들이 사랑하는 춤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근 2년 간 집회에 나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 숨을 쉬고 물을 마셔야 하고 밥을 먹어야 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우울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사람이자 또 때로는 외롭기도 한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살해한 65,502 명 중 19,424 명은 어린이입니다. 우리가 매일 팔레스타인 어린이 한 명의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53년이 넘는 시간동안 매일 장례식에 가야 합니다. 이 집단학살 앞에 민간과 공공 구분은 중요하지 않고, 그 어떤 정체성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이렇게 집단학살을 당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집단학살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말을 어떻게 더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시댄스가 이스라엘 오를리 포르탈 무용단과 보이콧한 하랄 베하리 팀을 같은 기획으로 묶은, ‘광란의 유턴’에서 말하는 ‘정치적 극단주의‘ 세계 내에서, 삼중의 위기인 세계 안에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또 징그럽지만 제가 좋아하는 공연예술이 집단학살에 공모하지 않길 바라며, 이스라엘이 살해한 (아주 보수적으로 집계된) 65,502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생각하고 명복을 빌며, 한국 예술계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기를 강력히 주장하는 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