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죽음의 공장, 쿠팡 물류센터 같은 센터에서 1년 만에 또 다시 쓰러져 사망한 노동자 발생

[성명서]

죽음의 공장, 쿠팡 물류센터

같은 센터에서 1년 만에 또 다시 쓰러져 사망한 노동자 발생

그리고, 같은 날 또 다른 한 노동자가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간 정황


먼저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또 한 노동자가 생을 달리했다. 

53세의 여성노동자인 고인은 지난해 12월 24일 출근해서 일하다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갔고, 의식불명이었다가 쓰러진지 50여 일만인 2월 11일 낮 12시경 사망했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고인이 쓰러질 당시 구토증상을 보이며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지만 쿠팡의 대응은 하세월이었다. 고인이 119를 불러달라고 호소했지만 쿠팡의 관리체계는 곧바로 신고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처음 동료가 고통스러워하는 고인을 발견한지 30여분 만에 신고가 이루어졌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다시 30여분, 병원까지 또 30여분 결국 한 시간 반가량 골든타임을 놓쳐버리게 되었다. 

구급차에 탈 때까지는 그래도 의식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그 사이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 도착할때는 이미 의식이 없고, 자가호흡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동탄에서는 불과 1년 전인 2021년 1월 11일에도 한 노동자가 퇴근준비를 하다가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결국 사망했다. 

쿠팡의 모든 물류센터가 엄청난 노동강도로 유명하지만 동탄센터는 특히 일도 힘들고 춥고 덥고, 관리체계도 혹독하기로 악명높다. 고인이 쓰러진 12월 24일은 최저기온이 영하 8도에 이르는 날이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수시로 크고 작은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사내 보건팀에 가려면 조장에게 얘기하고, 조장이 보건팀에 얘기하고, 보건팀의 허락이 떨어져야 조장과의 동행하에 보건실에 갈 수 있다고 한다. 구급차를 부를때도 그런 과정을 거쳐 보건팀이 현장에 와서 보고 구급차를 부를 상황이라고 판단해야 부를 수 있다. 아무리 급해도 이러한 보고체계를 건너 뛰기에는 현장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이후 반성문과 다름없는 사실관계확인서 작성 등 감당해야 할 압박과 불이익을 무시할 수가 없는 분위기이고, 신고를 할래도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는 쿠팡물류센터이기에 때문에 할 수도 없었다. 고인은 담당한 업무의 특성상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직접 119에 신고하지 못했다.  


한편 고인은 지난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일하다가 화재 이후 동탄센터로 옮겨야 했던 노동자이다. 덕평센터에서와 같은 업무를 했으나 워낙에 고인의 업무가 바쁘고 업무압박이 있는 일인데다 덕평에 비해 업무량도 더 늘고, 덕평에서 온 고인에게 유독 더 힘든 일이 맡겨지는 것 같은 정황도 있다며 고인은 수차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게다가 동탄으로 옮길 당시인 7월 말부터는 가만히 있어도 뜨거운 혹서기의 날씨였고, 고인은 몇 달 만에 체중이 많이 줄어 쓰러질 당시 43kg에 불과했다고 한다. 


게다가 아직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고인이 돌아가신 2월 11일 동탄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동탄센터에 구급차가 다녀간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누군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간 듯 하지만 수소문을 해봐도 어디서 일하던 누구인지 확인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고인 역시 쓰러질 당시 노동조합에서 상황파악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했으나 돌아가신 날까지 찾지 못했었다. 쿠팡은 고인이 돌아가신 날까지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단 한번도 찾아온 적도 없다고 한다.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곁의 동료는 응급구조요청을 할 수단이 없고 관리자마저도 절차를 밟아야만 구조요청을 할 수 있었다. 살인적인 스케쥴을 근본적으로 시정해야 할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보다 노동자를 통제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쿠팡의 문제들은 반복해서 드러나고 있고, 유족과 동료들은 잃지 않아도 되는 이를 잃었다. 


속도 중심의 작업시스템에 내재한 쿠팡의 근본적인 문제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살인적 노동강도의 결과로 로켓배송의 신화를 쏘아올려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쿠팡이라는 기업이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고 바로잡도록 대책위는 싸워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인은 지난해 12월 24일 사업장에서 쓰러졌으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인 2. 11. 사망했기 때문에 중대산업재해 발생시점은 2. 11.이 된다. 따라서 수사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망원인을 찾기 위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함을 지적해둔다.


2022년 2월 13일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