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배제가 아니라 환대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국적과 체류자격으로 가르는 것이 아닌 모든 노동자의 단결 투쟁으로 나아갑시다!

[성명]

배제가 아니라 환대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국적과 체류자격으로 가르는 것이 아닌 모든 노동자의 단결 투쟁으로 나아갑시다!


국가와 자본은 언제나 노동자, 민중들을 가르고 분열시키면서 길들이려 했습니다. 성별, 국적과 인종, 피부색, 장애유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등 여러 사유로 우리를 차별하고 분열시키고 우리의 힘을 약화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착취와 차별의 사회구조가 그 원인임을, 국가권력과 기업권력이 평등과 공존을 가로막는 세력임을 확인하는 기나긴 역사를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 말 대구외국인출입국사무소 앞에서  "불법고용이주노동자 단속 촉구! 출입국관리사무소 규탄! 지역민 일자리 사수! 건설노동자 총파업투쟁 결의대회"를 열렸다는 소식, 건설 현장 앞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 출근을 봉쇄하거나 신분증을 검사하는 등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협하는 활동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앞장선다는 소식은 우리를 절망하게 했습니다. 자본과 국가 제도가 이주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해 만든 ‘불법’이라는 딱지를 평등과 인권을 지향해야 할 민주노조의 활동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건설노조의 차별행위가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으로 인해 더욱 심해졌기 때문임을 압니다. 현 정권의 ‘건폭몰이’가 건설 현장의 노동조건을 열악하게 만들고, 일자리조차 얻기 힘들게 해 건설노동자들이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분열과 차별이 바로 권력이 원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건설노조 낙인찍기를 경험한 건설노동자들이 미등록이주노동자 낙인찍기에 나섰다는 사실은 너무나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체류자격이 이주노동자 통제의 수단임을 우리는 잘 압니다. 모든 노동자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우리가 이를 수단화해서 다른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경제위기, 코로나19 위기 등 여러 어려운 고비 때마다, 권리행사에 취약한 집단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정치와 행정에 마주해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민주노총과 건설노조는 평등과 인권의 깃발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차별과 배제가 아닌, 연대와 환대가 민주노조 활동의 기치가 되어야 합니다. 국적과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모든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 옹호해야 합니다. 가사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제외라는 말이 보수정치권에서 버젓이 나오는 이주노동자 차별의 현실에서, 단지 체류자격을 이유로 노동권 배제를 정당화한다면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더 바닥으로 떨어질 뿐 아니라 다른 현장으로도 확산될 것입니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건설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고용허가제 폐지, 건설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협하는 다단계하도급 구조 개선,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운동은 처지에 따라 빠질 수 있는 요구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요구임을 재확인해야 합니다. 더 이상 현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과 지침, 다짐과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합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고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투쟁에 함께 하겠습니다.


2024년 1월 17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