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차별과 착취에 맞서 모든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건설합시다! - 133주년 세계노동절에 부쳐

[성명]

차별과 착취에 맞서 모든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건설합시다!

- 133주년 세계노동절에 부쳐


최근 정부는 건설업, 조선업 등에서 외국인력 도입 확대 방안을 잇달아 내놓았습니다. 점점 심각해지는 산업현장 인력난 해소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른바 ‘3D업종’으로 통하는 이들 산업 부문은 불안정한 고용상태와 혹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이 맞물려 정주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일터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정주노동자들이 낮은 처우를 견디다 못해 떠난 자리는 어김없이 이주노동자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렇게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고된 노동과 부당한 대우를 묵묵히 대신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습니다.


어느 곳에서 일하든 모든 노동자는 차별받지 않고 존엄한 노동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부족한 일손을 메꾸기 위한 방법으로 이주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처럼 활용해 왔고, 그로 인해 건설업, 조선업을 비롯한 일터의 불안정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비정규직 일터’가 된 건설업과 조선업에서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실제로 얼마 전 모 건설 현장에서는 “세금 한푼 안 내는 불법외국인”을 퇴출하라는 요구가 담긴 노조와 정당의 현수막과 구호가 버젓이 등장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거제에 있는 한 조선소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무단이탈을 막을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정규직노조의 현장 유인물이 배포되기도 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불법고용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또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인력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란히 생겨난 것입니다.


양극단의 요구가 나온 배경에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는 정부와 자본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에 맞선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태도입니다. 우리는 “인종과 국경을 넘어 모든 노동자는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누구도 “불법인 사람은 없다 No One Is Illegal”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자본이 정한 ‘노동력의 자격 요건’에 따라 누구는 고용하고 또 누구는 배제해도 된다는 분할 논리에 반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열악한 일터 환경을 바꾸는 대신, 말 잘 듣는 ‘유순한 노동력’ 공급에만 관심이 있는 정부와 자본의 정책부터 바꿔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는 단지 저들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갖다 쓸 수 있는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열악한 처지를 바꾸기 위해 노조로 가입해 싸우는 이주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혼자가 아닌 우리이기에 부당함에 맞서 목소리 낼 수 있고, 그렇게 뭉치고 싸웠을 때 권리를 확장할 수 있어서입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이주노동자들의 싸움에 언제나 연대할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이주노동자에 대한 집중단속과 강제추방을 실시하는 정부 정책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폐기해야 합니다.

-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모든 이주노동자는 결사의 자유 등 노동3권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특수고용 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 등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을 온전히 보장해야 합니다.


5월 1일은 133년째 되는 세계노동절입니다. 모든 억압과 차별에 맞서 함께 싸웁시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외침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여기’에서 더 크게 울려 퍼져야 합니다.


2023년 4월 30일

비정규직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