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의견서함께 살기 위해 멈춰! 414 기후정의파업 선언

함께 살기 위해 멈춰! 414 기후정의파업 선언


모든 게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1.5도의 약속,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의 화려한 말들 뒤에 감추어졌던 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30년 동안 반복된 각국 정부와 기업의 해법은, 이제 기후붕괴까지 채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고백이 되었다. 모두의 위기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위기는 노동자와 농민,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책임이 정부와 기업에게 있다는 것을. 우리는 더 물어야 한다. 어떤 책임인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다른 정권이 들어서고, 착한 기업이 등장하면 되는 것인가? 


바야흐로 위기의 시대다. 2019년 한국사회에 기후위기가 울려 퍼진 이후, 코로나19 보건위기, 돌봄위기, 에너지 위기에 이어 고금리/고물가가 쏘아올린 경제위기까지. 연이은 위기들의 연쇄는 기후위기가 온실가스 그 이상의 문제임을 직감하게 한다. 바로 자본이 초래한 위기가 서로 다른 이름의 위기로 우리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은 오직 이윤을 위한 생산에만 골몰한다. 그 무엇이든 가장 값싸게 조달하기 위해 착취와 수탈을 서슴지 않고, 그 무엇이든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 이윤을 축적한다. 


이러한 자본의 폭력으로 노동자의 삶과 권리는 짓밟히고, 사회의 돌봄과 연대의 역량은 파괴된다. 오롯이 여성에게 사회재생산 책임이 전가되며,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와 같은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배제는 강화된다. 한마디로 자본에 의해 사회 전체가 수탈당하는 상황에서 사회는 지속 불가능하다. 그 결과가 한국사회의 기록적인 저출생, 높은 자살률과 산재사망률이다. 이와 똑같은 짓을 자본은 비인간 생명에게, 생태계 전체를 향해 반복하고 있다. 자연에서 오직 값싸게 원료를 뽑아내려는 자본에게 생태계의 재생과 순환이 끼어들 틈은 없다. 기후위기는 이러한 생태위기의 일부일 뿐이다. 자본의 자연에 대한 수탈과 학살을 멈추지 않으면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이윤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집어삼키는 자본의 저 잔혹한 폭력을 멈춰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도 버젓이 건설되는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 돈만 되면 아무 곳에나 들어서는 재생에너지 시설들, 발전소와 함께 노동자의 삶도 폐쇄하겠다는 정부. 이 모든 부조리는 오직 자본의 이윤논리에서만 가능하다. 심지어 에너지 대부분을 소비하는 기업들에겐 혜택을 주면서 시민들의 에너지 요금인상으로 공기업 적자를 메꾸겠다는 정부의 방침엔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삶의 필수재인 에너지와 교통의 사회공공성 강화로 고삐 풀린 자본을 통제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와 교통은 사회공동체가 함께 생산하고 관리해야 하는 공공재임을 선언하자. 이윤을 위한 자본의 에너지 사용을 통제하고 공공이 주도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쟁을 시작하자.


토건자본과 결탁한 정부와 지자체의 온갖 개발 사업들의 역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기후위기 대응을 말하면서, 숲과 산을 파헤치고 바다를 메우는 온갖 개발 사업들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기후위기 대응이든 개발 사업이든 모두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전국에 공항 10개를 더 짓겠다는 신공항 계획은 국비 수 십 조원이 풀리는 사업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겠다고 하더니, 아예 자본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꼴이다. 설악산을 비롯한 모든 국립공원에 설치하려는 케이블카 사업, 그린벨트 해제가 노리는 부동산 개발도 마찬가지다. 이윤을 위한 개발사업의 결과는 생태학살이다. 그냥 숲과 산과 바다가 아니다.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이 오직 돈벌이를 위해서 파괴되고 사라지는 것이다. 온갖 난개발 사업들은 자본의 자연에 대한 수탈과 학살이며, 기후위기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자본의 폭력을 멈추고 함께 살기 위해! 우리는 오늘 생명을 위한 싸움, 기후정의파업 투쟁을 시작한다.


기후정의를 향한 사회공공성 강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라!

자본의 이윤축적을 위해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생태학살을 멈춰라!


2023년 4월 14일 414 기후정의파업’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