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의견서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

1. 평화와 인권의 인사를 드립니다.

 

2. 경찰청은 지난 2월 24일 (경찰청공고제2023-2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집시법 시행령안은 [주요 도로 재정비]와 [소음측정기준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의 첫째 내용은 ‘교통소통권 및 사생활 평온권을 보호’라는 명분으로 “△통행량△도로 여건△집회·시위 개최 현황 △주요시설 위치 여부 등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現 88개 중 12개를 삭제하고, 11개를 추가하여 총 87개 주요 도로를 규정하면서 주소 변경, 주요기관 이전 등으로 현황에 변화가 있는 27개 규정을 현행화함으로써 주요 도로의 범위를 재정비”하는 것이며, 둘째 내용은 사생활의 평온을 명분으로 소음측정 기준을 “○주거지역 등에서 ①등가소음도 측정시간을 기존 10분에서 5분으로 단축 ②최고소음도 위반 판단기준을 1시간 내 기존 3회에서 2회로 단축”하는 안입니다.

(관련 사이트 https://opinion.lawmaking.go.kr/gcom/ogLmPp/72192)

 

3. 집회시위의 자유는 장소의 자유를 포함하는 것임을 헌법재판소와 국제인권기구는 여러 번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이에 반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용산 대통령 집무실의 경우, 행정법원의 연이은 판결로 집회금지는 최소침해의 원칙과 비례성의 원칙에 반하는 과잉금지라고 판단하였음에도 법원의 판결에 반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시민들이 국가기관에 대한 민주적 감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비판을 면하고자 대통령 집무실이 아닌 주요 도로에 이태원로를 포함시킨 것은 꼼수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입니다.

 

4. 집회시위는 원래 소란스럽고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제인권기준과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와 다르게 소음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집회시위의 권리를 위축시키는 안입니다. 또한 소음기준 강화는 집회 개최자에 대한 압박과 벌금으로 이어지고 있어 심각하게 집회시위의 권리를 후퇴시킬 수 있어 우려됩니다.

 

5. 이에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아래와 같이 의견서를 경찰청에 제출하였습니다. 귀 언론사의 많은 관심과 취재 부탁드립니다.


○ 단체명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도신로51길 7-13

○ 전화번호 : 070-8801-0308, windhope.humanrightsnet@gmail.com

○ 내용 :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  


1.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

○ 경찰청은 지난 2023년 2월 24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작년 국가경찰위원회에서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은 개정안이었다.

○ [주요 도로 재정비] 개정안의 첫째 내용은 ‘교통소통권 및 사생활 평온권을 보호’라는 명분으로 “△통행량△도로 여건△집회·시위 개최 현황 △주요시설 위치 여부 등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現 88개 중 12개를 삭제하고, 11개를 추가하여 총 87개 주요 도로를 규정하면서 주소 변경, 주요기관 이전 등으로 현황에 변화가 있는 27개 규정을 현행화함으로써 주요 도로의 범위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 [소음측정기준 개선] 개정안의 둘째 내용은 사생활의 평온을 명분으로 소음측정 기준을 강화하는 안이다. “○주거지역 등에서 ①등가소음도 측정시간을 기존 10분에서 5분으로 단축 ②최고소음도 위반 판단기준을 1시간 내 기존 3회에서 2회로 단축”을 내용으로 한다.


2. 시행령의 문제점

 

1) 집회시위의 자유가 포함하고 있는 장소 선택의 자유를 침해

- 집회시위의 자유는 장소와 시간, 내용, 목적과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포함한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2003년과 2018년, 2022년의 판례를 통해서 분명히 드러난다. 2022년 12월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위반시 형사처벌하도록 하였던 기존 집시법 제11조 및 제23조에 대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헌재 2022. 12. 22.2018헌바48 등)

- 이미 2003년 헌법재판소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장소의 자유를 포함한다고는 결정(헌법재판소, 2003.10.30, 2000헌바67)하였다.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한다.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주요 행위는 집회의 준비 및 조직, 지휘, 참가, 집회 장소ㆍ시간의 선택이다. 따라서 집회의 자유는 개인이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또는 집회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는 국가행위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예컨대 집회 장소로의 여행을 방해하거나, 집회장소로부터 귀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집회참가자에 대한 검문의 방법으로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집회장소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집회의 자유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조치를 금지한다.” 집회·시위장소는 집회·시위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회·시위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만 집회·시위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되므로 장소선택의 자유는 집회·시위의 자유의 한 실질을 형성한다.

- 그런데 이번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에 명시된 주요 도로에는 대통령실이나 정부청사, 심지어 국민의힘 당사까지 포함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은 곳을 주요 도로로 정함으로써 사실상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취지에서 집회시위를 개최한다는 목표를 실현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유엔인권기구는 주요 도로를 집회 금지 장소로 정하는 것도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라고 시정을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2015년 한국을 방문한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2016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주요 도로에 대한 집회 금지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또한 한국도 가입되어 있는 ‘정치적 시민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위원회(약칭 유엔 자유권 규약위원회) 일반논평에서도 장소의 제한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한 바 있다.


28. 경찰이 집회를 금지하거나 불법으로 간주하는 이유 - 예를 들어 교통 방해, 시민들의 일상 방해, 소음, 후 순위로 신고된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집회 등은 시민적ㆍ정치적 권리규약 제21조에서 집회 제한의 정당한 사유로 제시하고 있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가안보, 공공의 안전, 공공질서,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 또는 타인의 권리 및 자유의 보호를 위하여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것 이외의 어떠한 제한도 가해져서는 안 되며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게 법과 필요성과 비례의 원칙에 따라서 제한될 수 있다 (A/HRC/31/66 단락 29).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과 권력으로 인해 위안부 문제 관련하여 대학생들이 개최한 기자회견이나 횡령에 반대하여 김정수씨가 개최한 기자회견 등에서 참가자들이 슬로건을 외쳤다는 이유로 불법 집회로 간주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30.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청와대 (대통령 관저),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외교기관을 포함한 주요 정부 부처와 외교 공관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의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특별보고관은 평화로운 집회 장소에 대한 무조건적인 제한은 본질적으로 비례성에 어긋난 제한이라고 주장한다 (A/HRC/23/39 단락 63). 법을 통해 집회의 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두고 이에 대한 예외를 만드는 것은 자유와 제한의 상관관계에 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당연한 권리를 특권으로 만들어 버린다 (A/HRC/31/66, 단락 21). 이러한 제한은 집회의 대상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집회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제한한다.

- 2016년 유엔인권이사회 32차 세션. 평화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대한민국 보고서 (A/HRC/32/36/Add.2)


55. 장소라는 요소에 대한 제한과 관련해, 평화적 집회는 원칙상 공공 광장과 도로 등 대중이 접근 가능하거나 마땅히 접근 가능해야 하는 모든 장소에서 수행할 수 있다.건물, 공원 등 일부 공간에 대한 대중 접근을 다루는 규칙이 그런 장소에서 집회를 열 권리를 제한할 수도 있지만, 평화적 집회에 그러한 제한을 적용할 때는 제21조의 규정에 따라 타당해야 한다. 평화적 집회는 집회의 대상, 또는 일반대중의 이목을 사실상 끌 수 없는 벽지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수도, 어느 도시 내 또는 도심부 외곽 특정 장소를 제외한 모든 공공장소, 또는 도시의 모든 거리에서 모든 집회를 금하는 포괄적 제한은 있을 수 없다.

56. 법원, 의회,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 또는 기타 관공서 주변을 집회 불허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피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이러한 장소가 공공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장소 및 그 주변에서의 집회에 대한 제한은 구체적으로 정당성이 입증되어야 하고 좁은 범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 유엔 자유권위원회 일반논평 37호 (2020): 제21조(평화적 집회의 권리)


2) 주요 도로를 현실화함으로써 신고제를 허가제로 운용

- 집시법 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장소)는 사실상 헌법 21조 2항에서 명시된 집회 시위는 허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에 반하기에 헌법재판소도 헌법불합치 판결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집시법 11조 외에도 집시법 12조(교통소통을 위한 제한)를 통해서도 집회시위를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영해왔다. 집시법 12조를 근거로 주요 도로라는 이유로 금지통고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12조와 관련된 시행령을 개정해 사실상 집회시위의 장소를 제한하려 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집회금지 장소를 확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 법원 결정에 반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한 집회의 권리 침해는 행정기관의 권한 남용이자 민주적인 정치를 훼손

- 집시법 11조에 명시된 국가기관(청와대, 법원 등)이 위치한 장소에서의 집회금지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이에 반하는 집시법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사실상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려 한다. 사법부의 판결에 반하는 시행령 개정은 행정부, 경찰청의 권한 남용으로서 민주주의의 원리를 훼손한다. 행정청인 경찰청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헌법과 집시법에 보장된 인권을 침해하는 행정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3권분립에 어긋나며 민주적인 정치를 훼손한다.

- 특히 용산 대통령 집무실의 경우, 행정법원의 연이은 판결로 집회금지는 최소침해의 원칙과 비례성의 원칙에 반하는 과잉금지라고 판단하였음에도 법원의 판결에 반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것은 시민들이 국가기관에 대한 민주적 감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의 비판을 면하고자 대통령 집무실이 아닌 주요 도로에 이태원로를 포함시킨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4) 소음 기준 강화는 국제인권기준과 경찰개혁위 권고에 반하는 집회시위의 권리 제한

- 집회 시위는 불편과 소란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집시법 14조(확성기 사용의 제한)와 관련된 시행령을 개악하여 집회의 자유를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개정안은 소음측정 기준을 3회에서 2회로 단축하고 측정시간도 단축하여 행정청의 집회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이는 유엔인권기준에 반하는 과잉금지라 할 수 있다.

- 평온을 명분으로 소음 측정기준을 강화하여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평온함과 평화로운 집회는 본질상 다르며, 평온권은 헌법상의 권리와 다르다. ’권’자를 붙임으로써 평온권이 마치 집회의 권리와 대립하는 인권인 양 서술함으로써 혼란을 주고 헌법상의 권리를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 유엔 자유권 규약 일반논평37 47항에 명시되어 있듯이 집회의 권리는 “바로 그 속성에 의해 어느 정도 일상생활에 방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집회가 지나친 부담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방해는 수용되어야”한다. 설사 집회 시위의 소음으로 인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한일지라도 최소침해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현재에도 자의적인 소음측정으로 집회시위를 위축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집회의 권리는 더욱 침해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소음기준 강화는 집회 개최자에 대한 압박과 벌금으로 이어지고 있어 심각하게 집회시위의 권리를 후퇴시킬 수 있다.

- 2017년 경찰개혁위의 권고에 따라 집회시위의 보장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으로 바꾸기로 하였다. 권고 중 하나가 소음 규제에 대해 기준과 방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권고에 반하게 소음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퇴행적인 것이다.


바. 기타

⑧ 소음발생은 집회·시위의 특성상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므로 집회·시위시 소음에 관한 규제 기준과 방식을 집회·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한다.

- 2017년 경찰개혁위 권고 –19.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방안


3. 결론

- 현재 집시법 시행령 개악을 통해 집회 시위의 자유를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개정안은 헌법적 권리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원리도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국제인권기준과 최근 헌법재판소의 판결, 행정법원의 판결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행정부의 권한 남용으로 민주적 정치를 훼손한다. 따라서 집시법 시행령 개정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