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재심사 신청에 따른 변희수 하사 순직 인정 촉구 기자회견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재심사 신청에 따른

변희수 하사 순직 인정 촉구 기자회견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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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 27.은 故변희수 하사의 2주기입니다. 故변희수 하사의 유가족은 육군본부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고인에 대한 사망 유형 구분 심사에서 ‘순직 비해당’을 결정한 데 대해 불복하여 「군인사법」에 따라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신청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아래와 같이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일 시 : 2023. 2. 27. (월) 오전 10시

장 소 : 군인권센터 (서울 마포구 신촌로14길 20, 4층)

주 최 :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순 서 : 사회 –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① 추모의 시간
② 순직 인정 촉구 시민 탄원 운동 경과 보고
③ 유가족 입장문 (*대독) - 하 늘 (성소수자부모모임)
④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재심사 신청 취지 해설 - 강석민 (변호사, 故변희수 하사 유가족 법률대리인)
⑤ 연대 발언 - 박미숙 (故홍정기 일병 어머니) | 정성광 (트랜스해방전선 집행위원장)
⑥ 기자회견문 낭독


변희수 하사 순직 인정 촉구 탄원운동 경과 보고


탄원서 모집 기간 : 2023. 2. 13. ~ 24. (12일)

탄원서 모집 주체 :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32개 단체)

탄원서 모집 방법 : 온라인 모집

탄원서 제출 대상 :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총 탄원인 : 2,491 명


탄원인 000 외 2,490명은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故육군 하사 변희수 전공사상 재심사에 대하여 故변희수 하사의 사망 구분을 순직자로 재구분할 것을 탄원합니다.


육군이 故변희수 하사에게 위법한 강제 전역을 처분하였던 날, 변 하사는 자긍심 넘치는 모습으로 반드시 본인이 사랑하는 군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군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범벅된 억지 논리를 세워 변 하사를 내쫓았지만, 그 순간에도 변 하사는 나라와 시민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꿈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육군이 변 하사가 제기한 인사소청을 기각하고, 법원은 10개월이 넘도록 전역 처분 취소소송의 기일을 잡지 않았습니다. 육군은 계속 변 하사를 밀어내기만 했습니다. 결국 변 하사는 실의 속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변 하사가 세상을 떠나고 7개월이 지난 2021년 10월, 대전지방법원은 고인의 강제 전역이 위법하다고 판결하였고, 법무부의 지휘에 따라 육군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성정체성은 강제 전역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역사적 판결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허탈하고, 분노를 금할 수 없는 판결이기도 합니다. 당사자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기 때문입니다. 육군은 결국 법원에서 뒤집힐 위법한 처분을 고집하다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하지만 판결 이후 육군이 보여준 모습은 어땠습니까? 육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려 했습니다. 다행히 법무부가 항소 포기 지휘를 하여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육군은 끝까지 변 하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뿐입니까? 고인과 유가족에게 위법한 전역 처분에 대한 사과도 전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에게 전해진 것은 사과가 아닌 변 하사의 ‘역종’을 선택하라는 공문이었습니다. 여군으로 전역한 민간인이니 예비역과 퇴역 중 역종을 선택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육군이 망인이 의무복무기간이 만료된 민간인 신분으로 사망하였다고 단정하였기 때문입니다. 육군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망인의 사망 시점이 경찰의 변사사건 수사 결과에 따른 2021. 2. 27.이 아닌 사체 발견일인 2021. 3. 3.이란 억지 주장을 펼쳤습니다. 법원이 강제 전역을 취소하였더니 만기 전역으로 처리하겠다며 고인이 된 변 하사를 또 전역시킨 것입니다.


이에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변 하사 사망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원회는 2022년 4월, 변 하사의 사망 시점을 2021. 2. 27.로 바로잡았습니다. 이에 따라 변 하사가 군인 신분으로 사망하였으며 그 사망의 책임이 국가에 있기 때문에 사망 구분을 순직자로 분류해야 한다고 권고하였습니다. 권고 이후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2022년 5월에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권고를 수용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육군은 이후 7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다가, 2022년 12월 변 하사의 사망과 위법 처분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사망 구분을 ‘순직’이 아닌 ‘일반사망’으로 결정했습니다. 마지못해 변 하사가 민간인 신분으로 사망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변 하사의 죽음에 대한 육군의 책임은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법원의 판결과 대통령 소속기구의 권고를 무시하고, 국방부장관의 발언을 뒤집으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군인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직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사유로 발생하거나 악화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그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자해행위를 하여 사망한 경우, 순직으로 인정합니다. 또, 「군인사법」에 따르면 변 하사와 같은 의무복무기간 중 사망한 군인은 본인 중과실이나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순직자로 분류합니다. 순직 비해당은 육군의 계속되는 억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법령만 살펴보아도 직무수행 중 법원이 인정한 군의 위법한 처분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사망한 변 하사가 순직자에 해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강제 전역의 위법성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는 일이나 다름 없습니다.


변 하사가 강제로 전역 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났습니다. 부당한 차별에 맞서 강제 전역 처분을 취소하고 군으로 돌아가겠다며 시작한 일이 기막히게도 돌고 돌아 망인의 사망 구분에 대한 다툼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간 강제 전역이 취소되고, 사망 시점도 바로잡았지만, 군의 자발적인 판단으로 시정된 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소송과 진상규명 과정을 밟은 뒤에야 가까스로 이뤄진 일들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이렇게 어렵고 괴롭게 이루어져야 할 까닭은 무엇입니까?


이제 남은 것은 국방부의 판단입니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방부에 변 하사에 대한 전공사상재심사를 권고했습니다. 「군인사법」에 따라 국방부는 재심사를 개시해야합니다. 군을 제외한 모든 유관 국가기관이 다 변 하사의 죽음을 순직으로 보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변 하사의 못다 피운 꿈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과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국방부는 전공사상재심사에서 변 하사의 사망 구분을 순직자로 분류하십시오. 나라와 시민을 위해 헌신하는 일에 차별은 있을 수 없다던 전차조종수, 변희수의 꿈을 명예롭게 기억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기자회견문]

국방부의 故변희수 하사 순직 인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 변희수 하사 2주기에 따른 순직 인정 촉구 기자회견 -


故변희수 하사가 우리 곁을 떠난 날로부터 2년이 지났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주기를 맞아 고인의 유가족이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전공사상 재심사를 신청하기로 결정하였음을 알린다.


유가족은 2022. 12. 1. 육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변 하사의 사망유형 구분을 ‘일반사망’으로 결정한 것에 불복하여 「군인사법」 제54조의4 제1항 제1호에 따라 재심사를 청구하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2023. 1. 31.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동법 제54조의4 제1항 제2호에 근거하여 국방부에 전공사상재심사 실시를 권고한 바 있다.


사망 군인은 전사, 순직, 일반사망 중 하나의 유형으로 구분한다. 직접적 전투 행위를 제외하고, 직무와 관련한 사망인 경우 순직자로 구분한다. 만약 육군이 변 하사를 강제로 전역시키지 않았다면 변 하사는 계속 군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며 전역을 취소시켰다. 그렇다면 변 하사는 정당한 직무수행을 위법행위의 주체인 육군으로부터 방해받은 것이 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직무수행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군인이 직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 등 질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경우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을 때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두47885 판결)


한편, 최근 개정된 「군인사법」 제54조의2 제2항은 군인이 의무복무기간 중 사망한 경우 원칙적으로 순직자로 분류하게끔 하고 있다. 고의·중과실 및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할 때에만 예외적으로 일반사망자로 분류할 수 있다. 변 하사는 하사 의무복무기간 중 사망하였기 때문에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으며, 고의·중과실 및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것도 아니므로 순직자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육군은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군인사법」 제54조의2 제2항은 아예 무시하고 적용도 하지 않았다. 육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 회의록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육군참모총장이 제출한 진술서를 종합해 볼 때, 육군은 변 하사가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개인적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된다.


회의록에 따르면 육군은 법원의 전역처분 취소소송 판결 취지를 사실상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사에서는 ‘의무조사와 전역심사는 관련 법령의 기준에 따라 실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고, 성별 정정허가는 전역 이후에 나왔음’, ‘전역결정은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생각됨’이라며 판결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이 여러 심사위원을 통해 이루어졌다. 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면서 사망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파렴치한 태도다.


또, 육군은 변 하사가 강제 전역과 무관하게 본인 문제로 사망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심사위원들은 ‘임관 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됨’, ‘전역처분을 하고 전역 13개월이 지난 후에 자살했음’ 등 사망 원인이 변 하사 개인에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으며, 육군참모총장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일반사망으로 결정하게 된 사유로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개인적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를 논의했다고 답변했다. 맥락상 성정체성 등 개인 요인이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성별불일치 상태로 오래 고통받다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소속 부대 지휘관의 승인과 지지하에 자발적으로 성확정수술을 한 변 하사가 성정체성 때문에 사망하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뿐만아니라 국군수도병원 관계자, 주치의, 주변인들이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출석하여 한목소리로 전역 이후 변 하사의 정신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진술하였다는 점만 보아도 변 하사가 성정체성 때문에 사망하였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육군은 위법행위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꼼수로 순직 요건에 명백히 해당하는 변 하사를 일반사망으로 구분해놓고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리석은 행태다. 법리상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순직을 부인하면서 스스로 사망 책임 문제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무리수를 두면 둘수록 육군의 책임은 더욱 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법원, 국가인권위원회,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등 국제사회가 전역처분의 위법부당성을 지적한 바 있고,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와 여러 국회 국방위원들은 한목소리로 사망의 책임을 군에 물었다. 책임을 회피하려다 도리어 계속 문제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재심사는 국방부에서 진행된다. 국방부는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책임이 없다고 우긴다고 있는 책임이 없어지는가? 지금 국방부가 해야 할 일은 변희수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끔 제도와 규정을 정비하고 다양성을 포용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 첫 걸음이 순직 인정이다. 과오를 인정하고, 고인과 유가족 앞에 통렬히 사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군에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다. 국방부의 전향적 판단을 촉구한다.


오늘은 변희수 하사의 2주기다. 여전히 변 하사를 강제로 쫓아낸 그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군을 보며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모쪼록 3주기에는 변희수 꿈꾸었던 세상에 한 걸음 더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기갑의 돌파력으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버리겠다며 웃었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그녀의 목소리를 여전한 우리의 다짐으로 남긴다.


2023. 2. 27.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 군인권센터 / 녹색당 /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대전충남인권연대 /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

무지개예수 / 미래당 / 부산성폭력상담소 / 세계시민선언 / 성소수자 부모모임 /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 인권운동사랑방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 중앙대학교 자유인문캠프 / 진보당 인권위원회 / 참여연대

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 트랜스해방전선 /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 한국여성단체연합 / 한국여성민우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이상 총 32개 단체)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재심사 신청에 관한

故변희수 하사 유가족 입장문


안녕하세요, 변희수 하사의 부모입니다. 희수와 관련된 뉴스 기사를 접할 때면 댓글을 살펴보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뜻대로 되지를 않습니다. 저희도 모르게 하염없이 수백 개의 댓글을 살피게 됩니다. 자식에 관한 얘기라면 내 얘기 같다고 느끼게 부모 마음이기에 궁금해서 그런가 봅니다. 댓글에 쓰인 오해와 날 선 말을 볼 때면 희수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 저희도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직접 나서 입장을 전하는 것이 예의지만 이렇게 다른 부모님을 통하여 대신 전달하게 되기까지의 고민을 이해해주십사 합니다.


먼저 희수를 기억하고,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게는 세상을 먼저 떠난 아픈 자식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힘이 되고,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었다는 걸 매일 매일 조금씩 이해해나가고 있습니다. 희수의 외롭지 않게 해주어서, 희수의 명예를 되찾는 과정에 늘 많은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처음 전역처분 취소소송을 이어받아 진행하게 되었을 땐 큰 기대를 갖지 않았습니다. 국가와 군대가 작심하고 희수를 쫓아냈는데 법원에서 그걸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법은 잘 모르지만, 법원에 육군 법무관이 나와서 하는 말을 듣다 보면 그들이 희수를 모욕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희수는 생전에 군대를 참 좋아하고, 열심히 복무했습니다. 하지만 군은 희수를 전우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판을 이긴 뒤에도 이런 느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군이 법을 어겨가며 희수를 억지로 내쫓았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군에서 사과라도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재판이 끝나고 얼마 뒤에 저희에게 전화를 걸었던 육군 관계자는 집으로 문서를 보냈으니 잘 살펴보고 작성해서 회신해달라는 말만 했습니다. 문서를 받아보니 희수가 위법하게 전역 처리되어있던 1년 간의 임금을 받아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희는 밀린 월급이나 받자고 소송을 한 것이 아닌데 기가 막혔습니다. 조금의 미안함도, 양심의 가책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불쾌한 마음에 답신을 안했더니 독촉 전화를 몇 번 하다 말았습니다. 그렇게 육군은 이 순간까지 사과 한 번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희수는 17살 어린 나이에 군인이 되겠다며 기숙사 생활을 하는 부사관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졸업을 하고는 바로 부사관이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부모의 품을 떠나 지냈습니다. 걱정이 많았지만 국가에서 데려갔으니 국가가 책임져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군대는 그런 걸 기대할 만한 곳은 아닌가 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가지 말라고 해볼 걸 그랬나 봅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살면서 희수의 일로 처음 들어본 국가기관들이 희수의 죽음이 군의 위법한 전역 처분 때문이라는 결론을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과 의학적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방부와 육군에 희수의 죽음에 국가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순직자로 인정하라는 권고를 한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와 육군은 끝까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육군은 변희수가 개인적인 이유로 사망했다고 설명합니다. 군에서 쫓겨난 것과 별개로 성정체성 때문에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자기 모습대로 살겠다고 수술을 한 사람이 왜 성정체성 때문에 사망을 합니까? 자기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해서 죽는 사람은 있어도, 하고 싶은 걸 해서 죽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휘관들의 승인으로 수술을 하였고, 계속 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쫓아내니 사망하게 된 것이 합리적인 설명일 것입니다. 수술을 하고 와서 겪었던 부당한 대우들이 사망의 원인인 것입니다. 그런데 육군은 희수가 성정체성 때문에 죽었다고 억지를 쓰며 희수를 두번 죽이고 있습니다. 자기들의 책임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끝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부모와 자식도 서로 다른 삶이 있고, 온전히 모든 걸 다 이해하고 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내 자식이 바라는 것, 하고 싶은 건 이뤄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기도 합니다. 변희수는 대한민국의 군인으로 살아가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기에 모자람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법을 어기고 잘못한 건 희수가 아니라 대한민국 육군입니다. 그러니 변희수는 명예로운 육군 하사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국방부는 육군이 위법하게 희수를 강제 전역시키고,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유가족과 고인 앞에 사과하십시오. 그 첫 순서가 순직 인정입니다. 국방부는 재심사에서 순직을 인정해야 합니다.


희수가 어려운 결심을 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늘 많은 분들의 도움과 사랑이 함께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부디 끝까지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2023. 2. 27.

故변희수 하사 유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