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우리는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에 부쳐

[성명]

우리는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에 부쳐


오늘(11/25)은 유엔총회에서 정한 세계 여성폭력추방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이다. 세계 여성폭력추방의 날은 라틴아메리카 여성활동가들이 1960년 도미니카공화국의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에 저항하다 살해된 미라발(Mirabal) 세 자매 파트리아, 미네르바, 마리아 테레사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62년 전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폭력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은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 있었고 국가는 여성들은 억압적 국가통치를 위해 폭력을 사용했다. 가부장적 국가에서 폭력과 통제는 성별화되어 있다. 성별에 따라 폭력의 방식과 양상은 다르며 구조적 성차별의 사회에서 젠더폭력은 반민주적 통치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성평등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 말은 은유적 상징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을 반영한 문구다.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면서 젠더폭력을 낮추고 성폭펵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비상식적이고 실현불가능한 것이다.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살해에서 나타났듯이 공공기관의 성차별적 경영은 성폭력, 젠더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낮추고 대처능력도 낮춘다. 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은 국가기관장이 해당 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인 반대가 없으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통보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인 서울교통공사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전에 벌어진 사내 불법촬영 성폭력 사건을 여가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여가부는 통보한 내용조차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았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라는 성차별적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여가부도 이에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젠더폭력은 여성을 동등한 인권의 주체로 보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성별고정관념이나 성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적 성차별의 사회에서 젠더폭력은 확대된다.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데 젠더폭력을 막고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폭력 예방만이 아니라 피해자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성평등은 여성을 피해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여성을 인권의 주체로 보라는 요구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아직도 여가부 폐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거꾸로 가는 한국 사회에서 세계여성폭력 추방의 날 41주기를 맞이하는 마음은 씁쓸하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걸어온 길, 연결의 힘이 이루어낸 것들을 또한 기억하기에 씁쓸함 뒤켠의 벅참도 동시에 느낀다. 2018 미투운동, 2019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2020 불법촬영 범죄 관련 조항 마련 등은 우리 모두의 힘이었다. 우리는 시민사회 안에 반인권적 반민주적 여가부 폐지를 막을 힘이 우리 안에 있음을 안다. 성별을 떠나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인권의 가치를 지향하는 모든 이들이 구조적 성차별에 저항할 것이고 젠더폭력에 맞설 것이라 믿는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윤석열 정부의 시대착오적 여가부 폐지가 죽어가는 여성들을, 성소수자를 더는 사지로 몰아넣지 못하도록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다. 우리는 젠더폭력에 맞선 싸움을, 성평등을 이루어내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2년 11월 25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