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추모 성명] 미등록 이주아동에서 노동자가 되어 일하다, 산재로 희생된 이주청년노동자 故강태완 님을 추모하며

[추모 성명]

미등록 이주아동에서 노동자가 되어 일하다, 산재로 희생된 이주청년노동자 故강태완 님을 추모하며


지난 11월 8일 날아든 비보에 수많은 이주인권 활동가들은 탄식과 눈물, 울분과 분노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6살 때 어머니와 한국에 와서 23년을 미등록 신분으로 숨죽여 살다가 천신만고 끝에 노동자가 되어 이제야 겨우 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서른 두살 이주 청년노동자 강태완님이 산재사고로 사망했다는 날벼락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비극적 사고가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동료 이주인권활동가를 통해, 언론을 통해 그 이전부터 강태완님의 인생의 우여곡절을 접해왔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는 더 구체적인 비극으로 다가왔습니다. 두손 모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주민 차별적인 사회와 정책이 결국은 이런 비극을 초래한 것에 한국사회와 정부는 답해야 할 것입니다. 강태완님의 인생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인간답게 살아가기 힘든지 보여줍니다. 남들처럼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도, 미래의 꿈을 그릴 수도 없고 대학도 갈 수 없었습니다. 2021년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시도한 자진출국을 통한 재입국은 첩첩산중이었고 지원단체와 활동가들의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대학을 다니고 나서 올해 안정적 체류자격인 지역특화비자를 취득하고자 멀리 김제의 특수차량 제작업체에 들어갔습니다. 5년간 지역에서 취업해서 살면 영주권까지 딸 수 있다는 비자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다 8개월 만에 끼임 사고를 당했습니다. 


체류비자가 없었던 미등록 상태에서부터 자진출국, 단기비자로 재입국, 유학생 비자, 지역특화비자에 이어 산재사망사고에 이르기까지 체류자격에 저당잡히고 결국은 산업안전이 부실한 현장에서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이주 청년노동자의 초상이 너무나 처절합니다. 추방 불안에 위축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자기 미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면 다른 인생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현장의 안전대책이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면..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미등록 이주아동 정책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입니까. 전면적으로 체류권을 부여해야 하지 않습니까. 왜 산업현장은 아직도 노동자가 죽을 만큼 위험합니까. 산업안전 근본대책 만들어 이제는 정말 이주노동자 사망 없애야 하지 않습니까. 이주노동자 인력 확대에 급급하지 말고 안전한 일터를 먼저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왜 체류자격으로 사람을 옭아매고 비자로 이주민의 인생을 좌지우지 합니까. 안정적 체류자격 보장으로 이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 사건 관련해서, 산재사망 사고가 철저하게 조사, 수사되어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야 합니다.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회사 책임을 단단히 물어야 합니다. 유가족의 피해회복과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회사는 제대로된 피해보상 대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도 함께 힘을 모으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영전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부디 차별도, 비자도, 산재도 없는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2024.11.14.

이주노동자평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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