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논평]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

[논평]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3인 무죄 선고 강력히 규탄한다

- 검찰 부실수사와 법원 소극적 법 해석의 결과

- 사법의 역할 저버린 기만적 판결, 납득할 수 없어

-재난참사 예방 및 대응 책무 방기·외면한 자들에 면죄부

-공직자 책임, 항소심 통해 엄중한 처벌 이뤄져야



1. 오늘(10/17)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참사의 주요 책임자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유미진 전 112상황관리관, 정대경 전 112상황팀장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졌다. 1심 법원(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 재판장 권성수 부장판사)이 서울경찰청 주요 책임자인 3인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전원 무죄로 선고한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2. 10.29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 예방과 대응의 책무를 방기하여 159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주요 책임자들에 대해 죄를 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번 판결로 면죄부를 주었다. 법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에 공직자로서의 책무가 얼마나 무거운 지 숙고하고 이를 국가책임자와 사회구성원에게 일깨워 줄 기회를 저버렸다.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견하고도 예방과 대비, 대응의 책무를 방기·외면했고 그럼에도 이제껏 자신들의 책무를 부정해왔던 서울경찰청 주요 책임자들이 면죄부를 얻는 것에 강한 규탄의 의견을 표명한다. 


3. 검찰은 경찰 특수본의 기소 의견에도 불구하고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하여 이유 없이 기소를 미루다가 참사 발생 1년이 넘어서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에 기대 마지못해 기소하였다. 이에 2024. 1. 25. 김광호 등 3인에 대한 공소가 제기된 뒤 총 5번의 재판이 열려 6명의 증인을 신문하였고, 증거조사와 각 피고인 신문을 거쳐 약 9개월 만에 선고가 되었다. 참사가 발생한 날부터는 24개월 만이다. 당초 검찰은 김광호에게 금고 5년을, 유미진에게 금고 3년을, 정대경에게 금고 2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4.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대형 참사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여러 차례 있어왔다. 대법원은 1990년대 성수대교 붕괴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 각 단계별 과실이 있는 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였고, 최근에는 경찰이 살수차를 이용해 위법하게 시위를 진압하여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그 지휘‧감독권자인 서울경찰청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 4. 23. 선고 2019도12195 판결).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기존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과 달리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아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피고인들은 단순히 업무 태만이 아니라, 재난 상황에 처하거나 처할 수 있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려 수많은 생명을 잃게 하였다. 피고인들이 참사 당일 서울 지역 내 치안 유지를 하는 최고책임자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 김광호가 서울경찰청 정보과 및 형사과 등의 보고·용산서장과 주고받은 문자 등으로는 대규모 인파사고를 스스로 예견하기 어려웠고, (별도 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용산서장에게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하지 않은 것이)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책임을 부정한 것, 피고인 유미진이 정착근무를 하였더라도 사건 발생을 예견하거나 사전조치를 취하여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한 것, 피고인 정대경은 당시 서울청 상황실의 시스템이나 용산서가 보고한 결과 등을 비추어 보았을 때 코드 부여 및 대응 조치가 미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 


5. 피고인 김광호 등 3인은 참사 당일 서울 지역 내 치안사무를 총괄하고 112신고 상황관리 업무를 책임지는 중요한 직책에 있었다. 이들은 참사 발생 전부터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정보를 접하였고, 참사 당일 오전에는 이태원파출소 112신고 건수가 역대 최고치라는 보고를 받았으며, 참사 당일 저녁 6시 34분부터 최소 11건의 압사 위험 관련 112 신고가 접수되었고, 저녁 9시부터는 “압사될 분위기이고, 통제가 필요하다”라는 신고가 반복 접수되었음에도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즉, 피고인들 모두에게 명백히 예견 가능한 인명사고 위험에 대한 대비를 단계별로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6. 본 재판을 통해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참사 한 달 전부터 인파 밀집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에 관하여 스스로 언급하거나 수차례 보고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핼러윈데이’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었다. 인파 집중에 따른 사고를 사전에 예측해 대책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경찰 조직이 각자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조치할 책임은 서울경찰청장에게 부여된 것이다. 김광호는 참사 당일 출근해 있었기 때문에 이태원에서 인파사고를 방지할 조치를 취하는 데 장애가 될 만한 사정도 없었다. 그럼에도 김광호는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 현장만 챙기는 소홀한 대처, 그보다 중요한 국민의 안전에 대한 직무방기에 가까운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들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고 피해 규모가 확대되게 하였다. 그렇다면 김광호는 인파사고를 스스로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참사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게을리한 업무상 과실이 있는 것이다. 


7. 유미진 전 112 상황관리관은 서울경찰청 당직매뉴얼에 명시된 정착 근무 의무를 완전히 무시하고 참사 당일 상황실에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다. 이는 긴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필수적인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상황관리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유미진의 과실은 단순한 부재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저녁 9시경 코드0(제로) 신고를 포함해 여러 차례 접수된 긴급 신고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후에도 지연된 보고와 조치로 피해를 키웠다. 이러한 일련의 업무상 과실은 상황관리관의 의무를 근본적으로 저버린 것으로, 지난 참사와의 인과관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정대경 전 112상황팀장은 112 상황 처리를 총지휘하고 긴급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초동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참사 직전인 저녁 9시경 코드0 신고가 있었고 긴급공청까지 이루어졌음에도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 긴급상황임에도 중복신고 관리 및 코드 분류에 소홀하였다는 점, 서울 전역을 관할하는 서울청 상황팀장임에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시 등 적극적인 대응이 미비하였던 점, 상황관리관 및 경찰청장 등 상부 보고가 늦어졌던 점 등 업무상과실이 분명하다.


8. 10.29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오늘의 판결이 최종 판결이 아니다. 유가족이 바란 것은 처음부터 단 하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다. 책임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유가족의 애통하고 비통한 마음이 치유되지는 않을 것이며, 사랑하는 가족들이 살아 돌아오지도 못한다. 그러나, 책임 있는 자들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참사는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참사의 책임자에 대한 합당하고도 엄중한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국민이 사법에 부여한 막중한 역할이다. 


 9. 검찰의 부실 수사와 법원의 소극적 법 해석으로 참사의 책임자 처벌은 지연됐고, 피해자 권리는 또 한 번 침해당했다. 검찰은 즉시 수사를 보강하여 항소해야 한다. 우리는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우리는 다시 법정에서 그리고 법정 밖에서 이들의 죄책이 인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4년 10월 17일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