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8호] 활동가의 편지

소식지 8호 - 2021년 6월

생존으로 투쟁하는 사람들과의 연대

-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 경험 연구 -


고태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운영위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하시나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에 맞서 해고와 희망퇴직과 같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상실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옥쇄파업을 했었습니다. 많은 동지들이 그 77일 간의 투쟁에 연대했습니다. 2011년 희망버스와 대한문 분향소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쌍용자동차 해고 문제의 해결을 바라며 따로 또 함께 연대해주셨습니다. 


해고 이후 이들은 복직 요구 뿐만 아니라 수많은 비정규직과 부당해고 문제에 함께 해왔습니다. 그리고 노동의 문제를 넘어 국가폭력의 피해자들과도, 생명과 평화, 인권의 문제에도 함께 해왔습니다. 저는 해고 당시에는 쌍용자동차 투쟁을 몰랐었지만, 제가 거리에 내몰린, 그렇게 사회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이들을 만나러 갈 때마다 그곳에 쌍차 동지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연이 닿아 연대자로서 쌍용자동차 투쟁을 함께 해왔습니다. 


쌍용차동차 동지들은 힘든 투쟁을 통해, 모두 현장으로 복직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투쟁해온 비정규직 동지들도 정규직으로 복직했습니다. 동지들이 만들어 낸 기적에 비해 쌍용자동차는 또 다시 올 초 법정관리 신청을 했고, 또 다시 구조조정의 공포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이맘 때, 서른 번째 희생자 고 김주중 동지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016년 첫 복직이 이루어졌지만 기약없는 복직합의 불이행과 순차적 복직의 피말리는 의자놀이, 그리고 여전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낙인은 또 한 사람을 희생한 것입니다. 그 여름 천막에서 저는 쌍차 동지들의 투쟁을 새롭게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모르지 않았지만 깊이 고민하고 알아가지 못했던 문제들을 마주했습니다. 


쌍용자동차 서른 세 명의 희생자 중 세 분은 해고노동자가 아니라, 아내였던 것을 알고 계신가요? 쌍차 투쟁의 한 켠에는 가족대책위와 심리치유센터 와락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들의 가족들이 함께 하고 계셨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해고노동자와 복직노동자 간 비교 연구에서 복직 노동자는 복직 이후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지만, 그 가족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는 복직을 해도 여전히 우울과 자살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해고는 생계부양자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갑작스러운 삶의 변화를 가져왔으리란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제가 그 전에 아주 모른다고 생각지 않았던 그 질문들은, 저 또한 가장 투쟁스러운 것은 거리에서, 공장 안에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며 그를 위해 가족들이 해온 희생과 생존을 위한 일들은 투쟁스러운 것이 아니라 여기진 않았는지. 정규직은 비정규직보다 덜 불안정한 노동자이니 해고로 인한 고통이 덜 할 거라 가늠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했습니다. 


복직을 했지만, 해고자 가족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투쟁하던 노동자의 아내들도, 장기실업 상태였던 이들의 아내들도, 그 지역을 떠나지 못하고 복직을 기다리며 많은 시간 일을 하게 된 노동자의 아내들도. 사회와 국가가 외면한 가족구성원의 생존의 책임을 위하여 고통스럽게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아내들이 그 아픔에 굴복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낸 투쟁의 역사가 있습니다. 아무도 사회적인 것이라 여기지 않았으나, 너무도 사회적인 것으로 조직된 역사가요. 


짧은 지면을 통하여 전하긴 어렵지만, 해고자 가족의 삶 또한 여전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서 접근되어야 하는 여러 문제가 존재합니다. 아내들은 능력이나 자신의 생계 부양자로서 가족 내 책임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취약한 일자리밖에 없었고, 돌봄과 학부모로서의 어머니 역할을 강하게 요구하는 문화는 아내들에게 더욱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조건이 되었습니다. 가부장적 문화와 대기업의 "스위트 홈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기업복지는 아내들이 커진 가계부채 관리의 스트레스와 역할 부담으로 인한 어려움과 가족 내에서 생계 부양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남편의 심리적 어려움이 충돌하도록 하여 서로가 서로를 위태롭게 만들도록 합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진정한 투쟁과 진정한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아픔에 공감하고 수많은 맥락의 투쟁에 연대하고자 합니다. 현장에 필요한 실태조사와 현장연구로서도 의미있는 활동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함께해주시는 회원분과도 연대로 이어질 수 있는 단체로 굳건히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쌍용자동차 해고자 아내분들이 나누어주신 경험을 담은 연구가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 연구 : 다차원적 불안정성의 가족화> 라는 제목의 저의 석사 논문으로 나왔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에 도움이 되는 연구활동가로서 바람에서 봽겠습니다. :)



(고태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