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3호] 바람 연대활동 보고

소식지 3호 - 2020년 4월

바람 연대활동 보고


◯ 더 이상의 죽지 않도록, 3개월 간의 문중원 열사투쟁 함께 해 

2019년 11월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경마기수 고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벌써 7명째다. 그러나 한국마사회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마사회가 면허권과 징계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기수와 직접적인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12월 서울로 시신을 모시고 시민사회에 대책위 구성을 제안했고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도 결합했다.


바람은 명숙활동가가 진상조사팀 부팀장으로 활동하면서 기수들을 만나고 주요 자료를 분석하는 일을 했다. 그 외에도 모든 활동가들이 추모문화제, 오체투지, 청와대 앞 108배, 천대의 바람 희망차량행진에 결합하면서 공공기관이 마사회가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를 알리는 연대활동을 했다. 바람의 사무실이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 있어 문중원 열사 유가족들과 만나는 일도 많았다. 유족을 응원하는 일도 틈틈이 해나갔다.


공공기관이 마사회에서 7명이나 죽었고 문재인정부가 2019년 국무회의 때 ‘공공기관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관장을 해임할 정도로 문책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100일 싸우는 동안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가 2월 27일 용역철거반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추모공간을 철거했다. 이에 시민들의 문재인정부와 한국마사회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러나 마사회의 태도가 변하지 않자 부인인 오은주님과 노동자, 인권활동가들이 단식에 들어갔다. 바람의 상임활동가 명숙도 동조단식을 했다. 그 결과 부족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제도개선에 관한 안을 합의안으로 끌어내고 문중원 열사 장례에 들어갔다.


그러나 마사회 적폐권력을 해체하는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영결식 날 합의안 공증을 거부하는 등 이행에 대한 감시도 시민사회가 해나갈 몫이다. 바람이 3개월 동안 주력했던 만큼 이행을 잘하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 비정규직 이제그만 : 천대의 바람이 되어 '1000대의 희망차량행진'

2019년 12월, 고 김용균 1주기 촛불행진 ‘전태일에서 김용균으로’ 이후 2차 촛불행진에 대한 요구와 의지가 높아져, 2차 촛불행진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를 슬로건으로 한 2차 촛불행진은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지 50년이 되는 2020년, ‘이 시대 전태일의 요구’를 걸고, 반노동 친재벌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와,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외화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혜정활동가는 2차 촛불행진 준비위원회 선전홍보팀 활동했다.


2차 촛불행진이 죽음을 멈추는 희망버스와 함께 하기로 하면서 공동기획단이 꾸려졌으나,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죽음을 멈추는 2.22 희망버스>를 코로나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잠정 연기하였다.


이후 코로나19는 계엄령처럼 사용되었다. 2월 27일, 문재인 정부는 급기야 코로나19를 빌미로 문중원 열사 추모공간을 폭력 철거하였다. 수백여 명의 경찰과 종로구청 용역철거반은 문중원 열사의 유가족과 양 팔을 서로에게 걸고 철거를 막으려했던 수많은 연대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추모공간을 무참하게 철거하였다. 추모공간 철거 이후 경찰은 평화로운 추모의식인 108배 마저도 불법집회라며 가로막기에 이르렀다.


희망버스 공동기획단은 문중원 열사 100일 전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식으로 1000대의 희망차량행진을 기획하였다. 희망차량들은 과천경마공원 앞으로부터 끝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모였고, 차가 없는 이들은 희망피켓잇기로 이낙연 선거사무소에서 광화문까지 희망을 전하며 뚜벅뚜벅 걸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문중원 열사 100일 공동행동 ‘천대의 바람이 되어 3.7 죽음을 멈추는 1000대의 희망차량행진’ 전날인 3월 6일 마사회와의 합의로, 문중원 열사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는 추모의 행진이 되었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바라면서 ‘비정규직 이제그만’이라는 노란 깃발과 우리의 메시지를 담은 스티커를 부착한 희망차량들과, 희망 피켓 잇기 참가자들은 문중원 열사가 광화문을 떠나는 마지막까지 유가족들과 함께했다. 당일 팟캐스트 ‘바꿀래오’팀이 생방송으로 행진의 진행상황 공유와 현장과의 실시간 소통을 전하면서 희망차량행진에 큰 역할을 하였다. 광화문에서 낯이 익은 이들도 낯선 이들도 함께 부둥켜 안고 울면서 연대의 소중함을 확인하고 이후 투쟁을 결의하는 시간들이었다.


◯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현장에서 투쟁 이어가기로

‘우리가 옳다!’ 가짜 정규직 자회사정책을 거부하고 대법원도 인정한 불법파견을 시정하고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라는 것은 톨게이트수납노동자들의 투쟁의 의미를 정확히 말해준다. 또한 우리 사회에 여성비정규직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흔들림 없는 정당한 투쟁은 많은 우리 사회에 울림을 주었다. 정의와 인권은 싸움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걸, 대법원 승소자만이 아니라 부당한 처우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직접고용되어 들어가겠다는 동료의식은 운동사회만이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울림을 주었다 .


그러나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는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거나 당사자들과이 교섭없이 일방적으로 직접고용을 발표했다. 이에 항의하며 단식투쟁도 했으나 도로공상의 막가파식 태도는 변하지 않아 현장으로 들어가서 싸우기로 했다.


농성장을 정리하던 투쟁의 마지막날 서로 지난날을 기억하고 결의를 다지면 춤추고 울고 웃던 그날의 감동이 생생하다. 완전한 승리는 아니지만 과정이 올바르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던 그날의 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멋진 톨게이트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바람도 많이 배우고 즐거웠다.


◯ 다시는 산업재해로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바람은 작년 5월에 만들어진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활동에 결합했다. 명숙 활동가를 담당자로 한 ‘다시는’은 산재유가족 및 피해가족만이 아니라 활동가들도 결합해있다. 보건의료단체, 인권단체, 노동건강단체들이 함께 한다.


1년 동안 가족들과 활동가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필요성을 알리고 산업재해의 구조적 문제를 간담회나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왔다. 전국에 있는 가족들이 모이다보니 교통비나 숙박비, 식비 등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는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산재사망사고가 일어난 시기, 업종 등이 다르다보니 얽혀있는 사건을 알아가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도 필요했다.


2020년에는 다시는 활동을 평가하고 다시는 활동의 의의를 정비하는 워크숍도 진행했다. 다시는은 산재사건을 해결하는 데 피해가족들이 하나의 주체로 서면서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마디로 주체와 주변을 확대한 것이다. 부족한 것으로는 산재사망사건의 구조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내용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족들은 처음부터 운동을 하게된 것이 아니라 가족이 산재사고로 세상을 알게 된 만큼 법체계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배워서 활동가로 성장하도록 뒷받침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또한 활동가들과 유가족이 서로 평등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조직운영에 대해서도 고민을 나눴다.


그 외에도 참가단체나 참가 가족들이 새로 정비됐다. 이전에 활동했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현장실습대응모임이 해산함에 따라 다시는에서 빠졌다.


2020년은 ‘다시는’이 정비작업을 거치고 있고 산재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많은 현실에서 ‘다시는’의 역할이 많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