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14호] 활동가의 편지

[소식지 14호 2022.08월]

활동가의 편지


바람의 재정원칙과 후원행사

인권운동은 분노만으로도, 사랑만으로도 하기 어렵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바람님, 요즘 바쁘시죠? 어제도 어디 가셨던데요.”


고 이한빛PD의 어머니 김혜영 님이 말을 건넨다. 매번 내 이름이 아닌 바람이라고 부르셔서 왜인가 했더니 페이스북 이름 때문이었다. 사실 바람 운영위원의 권유 때문에 2020년 뒤늦게 페북에 들어섰다. 바람 페북페이지를 퍼뜨리려면 상임활동가인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개인 계정이지만 이름 뒤에 BARAM 이라고 붙였다.


바람은 2018년에 만들어진 작은 단체다. 여성과 노동, 페미니즘과 반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인권단체다.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마음으로 모였다.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연대사무공간에 사무실을 둘 정도로 소위 물질적 기반은 미비하다. 아직 후원회원은 200명이 안 된다. 그렇다보니 상임활동가 2명의 활동비도 반상근비밖에 못 준다.


그러나 마음만은 어느 곳보다 넓다. 연대하고픈 사안도, 바꾸고픈 불평등한 현실도 넘쳐난다. 하루가 모자를 정도로 뛰어다닌다. (다행히 4대 보험은 작년부터 시작했다.) 비상근인 고태은 운영위원은 상임활동가 못 지 않은 실천력으로 현장연대를 한다. 상임활동가 안나님은 불평등한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아도 연대가 많은데 바람이 함께 해야 하지 않냐고 한다. 그러다보니 바람이 하는 사안이 많다.


어떤 사람은 바람활동에 집중점이 없다거나 겉핥기냐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우리의 지향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노동, 비정규직…. 무엇보다 우리는 열정이 가득하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일하는 것도 즐겁다. 연대의 현장에서 만나는 투쟁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인권운동은 분노만으로도, 사랑만으로도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바람의 재정원칙과 후원행사

올해도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후원행사를 한다. 정기후원인도 모으고 일시후원금도 모은다. 작년 말 바람은 재정원칙을 정했다. 제목은 < 정부와 기업으로부터의 재정 독립의 원칙, 의미와 범위>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인권을 억압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반대하며 존엄과 평등의 세상을 위해 억압권력에 맞서 실천하는 인권단체이므로, 주요 억압집단인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을 정했다. 3항에 이렇게 썼다.


“3. 바람의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후원인 조직 등을 통한 재정 독립은 필수적이다. 또한 후원인을 조직하는 것은 억압체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자 바람의 지향과 활동을 알리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꿋꿋하게 재정독립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다.”(인권운동 바람 재정 독립 원칙 중)


인기리에 종영된 <이상한변호사 우영우>가 대형로펌에 소속 변호사였던 것에 대해 SNS 상에 논란이 많았다. 대형로펌은 기업편을 들지 노동자 편을 드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었다. 일부 대형로펌이 장애인사건등 공익사건을 하기는 하지만 이미지세탁용으로 공익재단을 만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바람도 그렇듯이 국가나 기업의 돈을 받으면 당연히 비판하기 어렵기에 후원을 받지 않는다. 소위 ESG 같은 이미지 세탁용에 이용되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재정은 정기 후원회원들의 후원으로 유지돼야 한다.


후원은 인권운동의 큰 힘이다. 후원하는 것으로 인권단체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억압권력이 무서워하지 않을까. 그래서 최근 윤석열 정부가 감사니 뭐니 하면서 겁박을 하는 게 아닐까.


당사자들과 함께 하는 후원행사, 낭독극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올해는 대면하는 후원행사를 한다.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는 낭독극을 코로나 시기 차별받았던 홈리스, 장애인,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노동자들이 직접 출연한다.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 남은 하반기와 내년 초까지의 활동비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개인 생활비는 아낄 수는 있지만 사업비가 모자라서는 안 되니까.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정기후원인이 절실하다.


후원행사에 많은 이들이 와서 안부도 서로 물으면 좋겠다. 바람의 활동과 바람의 지향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들은 주저 말고 후원하시라! 후원을 안 해도 좋으니 얼굴보고 응원만 해 줘도 줬다. 연대가 힘이다!



▲2022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후원행사 기획단 (명숙/감자/동민/하은/안나/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