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10호] 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 김영애

소식지 10호 - 2021년 10월

> 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답답한 속내를 마음껏 말할 수 있는 대나무 숲의 바람이 되기를


-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김영애 님 인터뷰 (정리 : 명숙)


2018년 말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님의 사망 후 거리의 투쟁에서 만난 김영애 님이 얼마 전부터 인권운동네크워크 바람(약칭 인권운동 바람)을 후원하시고 있습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중앙행정기관 비정규직 차별 해소 권고를 정부 부처가 이행하지 않아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도 만났는데요, 여성비정규노동자로서 어떤 일과 고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국가예산규정 때문에 많은 비정규직의 임금은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로 책정된 현실에서 비정규직이 사람이 아니라 ‘드라이버’ 같은 부품으로 취급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가 인권운동 바람이 피톤치드를 뿜는 숲속의 바람처럼 비정규직 노동자가 제대로 숨 쉴 수 있도록 생기를 주는 바람이 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공공운수노조에서 일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을 하시나요?

얼마 전 공공운수노조 보궐선거로 부위원장이 되었어요. 조합원의 직접투표로 되는 위원장과 사무총장, 수석부위원장 외에 대의원들의 간접선거로 뽑는 부위원장이 9명이 있는데, 저는 후자로 뽑힌 부위원장이에요. 현재 맡은 일은 노동안전입니다. 이전엔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으로 있다가 제가 일하는 현장인 학교조리실에 내려갔다가 다시 노조전임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공공운수 노동안전위원장으로서 공공부문노동자의 안전이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노동안전 분야 일에 하고 있어 제가 겪었던 일이기도 한 산재노동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노동자가 안전한 일터를 도모 하는 일을 하는 것이 보람찹니다.


아무래도 산별 중앙이니 공부할 것도 할 일도 많을 거 같은데, 어떠신가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일할 땐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제가 일한 현장이라 현장의 상황을 잘 알고 잘 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알고 관할해야 할 현장이 넓어져서 배우고 있는 중이예요. 사실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한 사업장은 공공기관만은 아니거든요. 공공성이 필요한 영역이 다 있어요. 의료, 돌봄, 교육 등의 다양한 사회서비스노동자들도 있어요. 공공운수노조라고 하면 철도나 항공만 떠올리기 쉬운데 그렇지 않아요. 공공운수노조에 일하다보니 공공성이 강화돼야 우리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얼마 전 인권위의 중앙행정기관 비정규직 차별 시정 권고에 대한 정부부청의 불이행 규탄 기자회견도 하셨던데,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지요?

중앙행정기관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곳이에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공무직으로 전환된 경우에도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이 나아지지 않았어요. 여전히 최저임금인데다 차별적인 임금체계가 지속되다보니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가 커져요. 적게는 40%~50%까지 날 정도로 심각해요. 비정규직은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이니까요.


그래서 직무와 상관없는 복리후생까지 차별하지 말라고 인권위가 권고했는데 중앙행정기관이 이를 수용하고 있지 않았어요. 인권위가 노동자 편을 들어줬는데 돈줄을 주고 있는 기획재정부 등의 부처나 사람이 들어주지 않는 현실이죠. 사실 명절 같은 때는 비정규직 차별이 확 느껴지는 때에요. 그렇다고 정부기관이 돈이 없어서 비정규직 임금차별이나 복지 차별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아시겠지만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비정규직 임금은 인건비가 아닌 사업비로 책정돼요. 사실 엄청난 인격모독이죠. 비정규직이 드라이버도 아니고 빗자루도 아닌데 사업비라니요. 아무튼 사업비가 남아도, 불용처리되는 예산이 있어도 이를 비정규직 인건비로는 쓰지 않아요, 기재부의 지침을 각 부처가 일관되게 이행하는 것도 아니고요. 관점이 없다보니 민간기업보다 못한 경우도 있어요. 사실 공공성을 생각하면 비정규직 채용 관행이 없어야 하는데 그것도 하지 않고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하고 있죠.


연말에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으신가요?

올해가 문재인 정부 끝자락입니다. 매년 희망고문을 했던 문재인정부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 모여서 더 큰소리로 말하는 자리를 기획하고 있어요. 공공운수노조는 11월 27일 총궐기 준비입니다.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공공운수노조가 이사 가고 나서 성중립화장실을 만들어서 시민사회에서는 유명해졌는데요, 최근 트랜스젠더 인권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더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그 외 공공운수노조를 자랑한다면?

공공운수노조는 공공성이나 인권친화적 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일환으로 성중립화장실을 만든 것이고요. 처음엔 저도 어색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요, 중요한 것은 화장실을 쓰는 사람이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인 거 같아요. 노력을 해야지 공간이 달라지는 거 같아요. 그 외에도 장애인접근권도 높였고 청소노동자 쉼터도 만들었어요. 낮에는 1층 카페를 동네주민도 쓸 수 있도록 개방해놨어요. 주민들이 노조에 대해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 같아요.


인권운동 바람은 페미니즘에 기반 한 인권단체로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요, 여성비정규직 당사자로서 살면서 든 고민은 무엇인가요?

제가 학교에서 밥하는 노동자로, 여성비정규직으로 오래 살면서 느끼는 것은 여성들은 희생과 헌신을 항상 요구받는 거 같아요. 엄마로서의 노동도 그렇고, 사회에 나가서의 노동도 그래요. 그렇다보니 그것에 익숙해서 여성노동자 스스로도 차별을 차별이라고 여기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저도 학교에서 해고되고 나서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던 거 같아요. 2006년에 해고되었는데 당시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잘리는 때였어요. 여자니까 당연히 잘리는 현실에 화가 났어요. 제가 일한 곳은 모교이기도 하고 제 딸의 학교이기도 해서 자존감이 많이 손상되는 느낌이었어요, 그 후 노조도 만들어지고 하면서 새롭게 들어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처우에 대해 말하게 됐어요.


그리고 사회에서 여성노동을 반찬값이나 학원비 마련이나 용돈벌이로 취급하는 게 가장 화가 났어요. 반찬값 벌려고 하루에 8시간 일하겠어요? 근로단절 여성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않는 게 분했어요. 사실 여성들이 비정규직을 택하는 이유는 양육의 문제도 있고 일자리가 없는 문제도 있어요. 여성들의 일자리는 대부분 1년짜리 계약직 같은 나쁜 일자리에요. IMF 이후 여성들이 학교에 많이 들어갔는데 대부분 비정규직이에요. 한편으로는 이 사회가 여성들의 노동을 얕잡아보는 데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노동을 값싸게 인식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기대 이상의 노동을 스스로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여성노동자들이 더 많이 말하고 행동하면 차별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인권운동 바람을 몇 달 전부터 후원하시게 됐는데 계기가 있나요? 응원하는 한마디를 한다면?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 바람의 활동가들을 투쟁의 현장마다 본 거 같아요. 그게 후원의 계기라면 계기에요. 이전에는 인권이나 차별 시정 문제는 인권위만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여러 인권단체가 있다는 걸 투쟁현장에서 보고 나중에 알았지요.


단체명이 바람이라는 게 신선했어요. 제가 오늘도 법원 노동자들을 만나고 왔는데요, 사법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임에도 외주 용역에 갇혀서 차별받으면서도 직접고용은 생각도 못하는 현실이 답답했어요. 이렇게 답답한 비정규직의 현실을 풀어갈 때 인권운동 바람이 피톤치드처럼 호흡할 수 있는 바람이 되면 좋겠어요. 때론 답답하고 힘든 사람들이 속내를 마음껏 말할 수 있는 대나무 숲의 바람이 되어주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