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15호] 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 라미

[소식지15호 2022.10월]

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뜨거운 페미니스트 동지애를 나눈 라미 님과의 대화


그대 이름은 바람 후원회원 라미 님 인터뷰 (정리: 안나)


올해 후원행사 홍보를 시작하자마자 후원회원을 신청한 라미님. 저에게 정말 익숙한 이름이라 여러 번 이름을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라미님은 제가 대학에서 만난 인연으로 같이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과거 룸메이트이기도 했습니다. 저를 친구이자 동료 활동가로 함께해준 분이지요. 후원회원 인터뷰와 친밀한 관계에서의 소소한 일상 대화를 넘나드는 인터뷰 시간이었습니다. 편안하게 주고받은 대화에서 라미님이 가진 성교육 활동가와 바람 후원회원으로서의 프라이드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은 본격 반말모드 인터뷰이올시다!


올해 후원행사 시작하자마자 후원회원 신청 1등이야. 어떻게 신청하게 됐어?


그건 쉽지. 작년 후원행사에서 실리콘컵 살 때는 일을 안 하고 있었어. 그때 정기 후원을 못하는 게 아쉬운 거야. 그래서 진짜 돈 벌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내가 의미 있게 후원할 수 있는 곳에 후원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후원 행사 한다고 해서 ‘지금 해야지’ 하고 바로 CMS 등록했어.


바람 활동 중에 인상적이었던 활동이 있다면?


너무 많은데, 엘지 트윈타워도 있었고. 같이 집회 갔을 때는 바람을 알아가는 느낌보다 ‘안나가 여기를 왔구나’ 느낌이었어. 그래서 바람을 인식하게 된 건 얼마 안 됐어. (안나랑 같이 하는 모임에서) 아시아나케이오 현장 기도회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했지만, 여러 발언자들이 발언하는 건 처음이었어. 그래서 처음에는 집회가 정말 어색했어. (신당역 여성노동자 추모문화제) 문화제 장소를 찾고 눈치 보다가 방석[깔개]을 깔고 피켓 들고.


집회 참여해서 이야기를 듣는 게 재미있었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여기가 현장이구나 생각했어. 한 현장에서 퀴어도 있고 장애인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인상 깊었어. 저렇게 목소리 내고 있는 사람이 동지, 멋진 사람이 우리 편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 그래서 든든함을 느꼈어. 그리고 마음이 뜨거워졌어. 이번 여가부 폐지안 규탄 집회에서도 여성농민회의 발언이나 성폭력 피해 생존자 당사자의 발언도 좋았어.


이번에 15일 여가부폐지안 규탄 집회에도 참여했고, 첫 행진 참여였다고 했는데.


연결되는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느꼈어. 왜냐하면 나는 공부했고 기도회도 해봤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서서 뭔가 해본 적이 없잖아. 여기서 느끼는 끈끈함.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 곳이 천국이다.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고도 생각했고, 재밌었어. 혼자가 아니라 이천 명의 사람들이 같이 걸으면서 외치는 게 부끄럽지도 않고.


행진을 하다가 옆에서 안티페미가 비난하는데 사람들이 같이 소리치고, 그런 거에 사람들이 뭉치는 게 재미있었고 (마음을) 뜨겁게 했어. 사람들의 표정을 다 보면서 행진했는데, 그 속에서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고 또 위로받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새로운 경험이었고, 또 가고자 하는 집회나 행진에 조금 더 시간을 내서 가도 되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 왜냐하면 보통 집회나 행진이 오후 5시나 7시에 시작하고 서울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 때문에 못 갔었거든. 나는 서울에서 살지 않으니까.


어떤 일 하는지 소개해줘.


저는 아동‧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성인지 교육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교육 현장에서의 페미니즘 이슈가 있다면?


“남자와 여자 똑같아요.”, “차별하면 안돼요.” 이런 이야기는 의미가 없어. 이미 주입식 교육으로 배우거든. 그래서 나는 페미니즘과 성평등이 뭔지에 대해서 오해를 바로잡는 게 중요하고 필요한 것 같아. 성평등이 뭔지 모르고 양성평등인 줄 알아. 그래서 나는 존중의 개념으로 (성평등을) 알려주고 있어.


인종이 어떻든 종교가 어떻든 장애가 있건 없건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존중 받아야 하는 게 평등이다. 우리 성을 가진 존재니까 나만이 아니라 옆에 있는 친구도 다른 사람들도 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모두가 성적인 존재로서 모두 존중받아야 되는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성평등을 설명하고 있어.


그리고 성평등을 이야기할 때 페미니즘이 항상 같이 질문이 오더라고. 그래서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가 있는 사람들에게 성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있어.


그럼 반응이 어때?


몰랐던 걸 알게 됐다는 반응이 있지. 그런데 “페미니즘은 나쁜 거 아니에요?” 이런 질문을 듣기도 해.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다시 물어보면 메갈 이야기하면서 “그거 되게 과격한 사람들 아니냐”고 하더라고. 그때 페미니즘에 대해서 성평등에 대해서 바로 잡아주는 것이 성교육에서 가장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성교육이 페미니즘과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 되고 불가능한 거니까.


어떤 성교육을 앞으로 하고 싶은지 꿈을 나눠줘.


재작년부터 모두를 위한 성교육이 가장 큰 이슈인 것 같은데, 앞으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수업이 됐으면 좋겠어. 나는 지금 청소년들을 가장 많이 만나니까 언젠가 퀴어 청소년들을 만나겠다는 생각을 해. 성적 지향을 고민하거나 트랜스젠더인 청소년이 있을 수 있잖아. 그래서 남자/여자라는 말을 못 쓰겠더라. 왜냐하면 젠더디스포리아[젠더불쾌감]가 있을 수 있잖아. 그래서 남자/여자라는 말을 안 쓰거든. 음경과 질과 자궁을 가진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


이제는 모두를 위한 성교육이라고 했을 때 장애인 성교육, 이주민 청소년 성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해. 어떤 일이 있었냐면 안산에 수업을 갔을 때 한국에 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청소년이 있는 거야. 통합수업인데 내가 어떻게 수업을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 그때 언어 장벽을 느끼고 조금 아쉬웠어. 그래서 더 쉬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그림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수업자료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러면 발달장애인에게도 접근이 쉽겠다.


바람을 통해서 혹시 관심 갖게 된 이슈가 있다면.


노동권. 노동권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잘 몰랐던 것 같아. 그냥 ‘부당하게 해고 당했구나 안타깝다’ 이 정도의 마음이었어. 근데 바람이 노동자들이랑 연대하는 모습들을 보고 나도 계속 이야기하려고 해. 그래서 SPC 투쟁에 관심 있게 계속 보고 있어. 대기업이 횡포 부리면서 만든 빵 진짜 안 먹어.


바람 후원을 고민하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민을 하고 있다면 하게 되지 않을까. 내가 바람을 후원한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내가 조금 후원해도 엄청난 일을 해내는 곳이기 때문에.


▲9월 27일 젠더폭력으로 사망한 신당역 여성노동자 추모문화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