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14호] 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 쌔미

[소식지14호 2022.8월]

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시간이 걸리지만 계속 자라는 달달한 파인애플 같은 활동가, 쌔미님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쌔미님 인터뷰 (정리: 명숙)


“쌔미님이세요?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에서 활동하는 명숙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를 ”

“이번에 바람 정기후원을 신청하셨더라구요, 고맙기도 하고 8월 소식지에 후원인 인터뷰를 하려고요.”


이왕이면 전화가 아니라 얼굴을 보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금요일 저녁에 가능하다고 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현장 순회를 하기 전에 시간이 가능하다고 하여, 보라매 병원 근처에서 만났다. 쌔미(김별샘)님은 현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조직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병원노동자들이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 밤에도 현장순회를 하게 된다.


사실 쌔미님을 처음 만난 것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집회에서였다. 그는 예전부터 성소수자 지지운동을 한 바 있다. 어떻게 바람을 후원하게 됐는지, 요즘 근황은 어떤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쌔미' 님


어떻게 인권운동 바람 후원을 하게 되었나요?

사실 인권운동에 바람을 안지는 제법 됐어요. 바람은 투쟁현장 어디에든 있잖아요. 제가 못가는 곳의 소식도 전해주고 고맙고 부채감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후원을 해야지 마음만 먹다가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서 일하게 되면서 후원을 하게 되었어요. 저도 단체 활동을 해봤지만 활동가들의 삶이 다 비슷하잖아요. 바람은 서울의료원에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고 서지윤간호사 대응도 지속적으로 했고요. 그러던 서울지부 운영위에서 운영위원들이 바람을 후원하자고 결의를 한번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잘 됐다 싶어 했지요.


그러면 노조와 단체 활동은 어떻게 다른 것 같아요?

그전에는 환경단체와 상인모임에서도 일했어요. 그후에 잠시 참된부동산연구소라고 1인 연구소를 하기도 했고요. 단체든 노조는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자 하는 목표는 같잖아요. 단체는 후원으로 버티기에 어려운 점도 있고 정부보조금을 받으려면 그만큼 까다로운 절차나 활동의 제약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노조는 조합원이 모여 운영하는 것이니 좀 다르죠. 노조는 법적 테두리 안에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조직이다보니 함께 결정하고 조직적으로 책임지는 게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뭔가 이제 노조 활동을 하다가 집회에서 연행이 됐을 때 노조 차원에서 법률 지원을 하고요.


청년들에게 노조는 낯설거나 경계의 대상이 아닌가요? 워낙 언론에서 민주노총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기도 하는데..

맞아요. 예전에는 민주노총은 빨갱이라는 프레임이 있었죠.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서 ‘빨갱이’라는 단어보다는 귀족노조나 불편함을 주는 집단으로 그리는 듯 해요. 한국 사회에서 문제는 불편을 주는 존재들은 치워버렸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부추기는 것 같아요. 지금 고공농성하는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도 불편함을 주는 존재일 수 있죠. 그런데 거꾸로 생각하면 누군가 이렇게 불편함을 주면서까지 얘기를 한다는 거는 사실 극단적인 상황에 있다는 뜻 아닐까요. 누군들 말로 설득을 안 하고 싶겠어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현장에서 달라진 게 있나요?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이다 보니까 병원장이 정부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거 같아요. 그걸 정부가 잘 이용하기도 하고요. 엊그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했어요. 직무성과급제를 시행을 하면 1.4%보다 더 주겠다고 해요. 사업장에 직무급제를 확산시키려는 거죠. 현재 기재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금인상은 총인건비 1.4% 이상으로 올려줄 수가 없는데 직무성과급제 하면 더 올려준다니까 현장은 내 월급이 오른다고 생각하지 동요할 수밖에 없거든요. 윤석열 정부 들어서고 유일하게 일하는 곳이 기재부인 거 같아요. 나쁜 방향으로 일하는 거죠. 기획재정부나 서울시가 병원보다 우리를 더 머리 아프게 하는 거 같아요.


병원은 아무래도 여성노동자들이 많잖아요. 어떤가요?

최근에 서울대병원을 과반수노조를 만들기 위해 활동을 많이 하고있는데요. 예전보다 남성 간호사도 많이 늘었어요. 직종마다 좀 다르기는 한데 그냥 다 합치면 성별비율은 여성과 남성 비율이 6.5 대 4.5 정도 되요. 간호직이든 시설직이든 보안직이나 식당 등 비정규직을 다 포함했을 경우에요. 간호사 외에도 엑스레이 찍는 방사선사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여성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성폭력, 성희롱 이슈는 중요해요.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알려졌다시피 예전에 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운영권은 이제 서울대병원에 있다) 의사가 간호사들 탈의실에 불법촬영을 한 적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 일이 발생하면 노조한테 와야 된다는 걸 서로가 알게 된 사건이기도 했고요.


이번에 폭우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이재민이 되었는데요, 기후위기 문제나 주거권 문제는 모두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요, 노조는 어떤 편인가요?

사업장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제가 있는 곳은 무관심까지는 아니에요. 서울대병원 같은 경우는 이제 공공기관 이러다 보니까 ESG(Environmental 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지향하는 기업경영)도 많이 나오다보니 기후위기 얘기가 많이 나와요. 제가 소속된 곳의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공공성을 강조하기도 하고요.


단체든 노조든 활동을 한지 시간이 좀 흘렀는데요, 본인이 지향하는 삶이나 모습을 과일로 표현한다면 뭐가 될까요?

파인애플이요. 일단은 제가 좋아하는 과일 중에 하나거든요. 파인애플을 보통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많이 넣었잖아요. 파인애플이 지금 우리가 먹을 만큼의 크기로 자라려면 3년이 걸린다고 해요. 요즘에 작은 것들은 1년 반 정도 나오기도 하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크기로 자라려면 3년이래요. 열대 아프리카 지역의 그 더위에서 3년을 자라는 거죠. 저도 우연히 활동을 하게 돼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잖아요.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견디면서 만들어지는 게 과거에서 현재까지 온 제 모습인 것 같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 같아요. 그리고 파인애플은 계속 자라거든요.


인권운동 바람은 어떤 과일 같아요?

코코넛이요. 둘 다 제가 좋아하는 과일이에요. 굉장히 못생겼고 단단한 과일이죠. 그런데 더울 때 코코넛을 먹으면 정말 갈증을 풀어주죠. 단단한 껍질과 달리 부드럽고요. 바람은 갈증도 풀어줄 뿐 아니라 활동가들 한 명 한 명이 부드러운 것 같아요. 외강내유랄까?


혹시 우리가 경찰과 싸우는 모습에 무기라고 했냐고 우스개소리를 던지니 미소를 지으면 그는 “우리 존재 파이팅”하고 외친다. 끝으로 9월 3일에 바람 후원행사를 앞두고 정기 후원회원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한마디를 부탁했다.

“저도 해야 할 일은 많고 우리가 분신술을 쓸 수는 없잖아요, 인권단체의 활동가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끔 조금 지원을 하면 좀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이미 후원인이신 분들은 증액을 하고, 아니신 분들은 CMS 정기후원인이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