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16호 2022.12월]
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즐겁게,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향해
그대 이름은 바람 후원회원 백선영 님 인터뷰 (정리: 안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후원회원에게 자기소개 해주세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주노조 운동부터 시작을 했어요. 이주 노조가 만들어질 때 상근 활동하면서 이주 노동자 운동을 사회 운동으로서는 처음 했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아이 낳고 활동을 오래 쉬다가 민주노총으로 갔고 거기서 한 5년 활동했어요.
민주노총에서 나온 후 1년은 잘 쉬었고, 제가 장애 당사자의 엄마니까. 장애인부모연대가 다른 여러 단체들 중에서도 진보적인 운동을 하는 단체여서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장애운동은 제가 평생 해야 될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활동을 하면서 삶의 동력을 얻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실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계속 고민을 하게 되잖아요. 근데 집에만 있으면 계속 아이랑 나랑 붙잡고 씨름하고 이런 일상이 반복일 것 같은 거예요. 지금 나온 지 한 달 됐는데 아이랑 관계가 너무 좋은 거예요(하하). 사실 나보다는 타인과 더 관계 맺고 다른 경험을 더 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 장애인부모연대에서 일할 생각을 하셨나요?
이전에는 장애인운동에 대해서는 이동권 운동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제 신체가 약해지거나 장애를 갖게 된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았던 것 같은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이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 나서 또 다른 삶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집들도 똑같이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던 거예요. 장애인 부모들은 장애인수용시설 문제에 대한 입장 차가 제일 클 거예요. 시설은 그래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부모들이 아직 있는 건 부모들의 탓이라기보다는 워낙 발달장애인들에게 사회 제도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이겠죠. ‘(장애인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시설’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너무 강력하니까 그 이상을 상상해본 적이 없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설에 대한 대안을 계속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여러 제도화가 필요해요. 그것을 실천적으로 만들어내는 곳이 부모 연대라고 생각했어요. 기회가 되면 부모연대 활동을 해보고 싶었고,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제가 당사자니까 일상에서 겪었던 경험이 큰 자원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생각으로 오게 됐어요.
아직 한 달이 안 되긴 했지만 부모연대 활동은 어때요?
아직 한 달밖에 안 돼가지고(하하). 아무래도 늘 ‘당사자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거든요. 장애를 갖고 있는 당사자여야만 당사자성을 갖고 있는 건 아니고, 저는 구성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발달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부모가 대변한다고 볼 수 있나? 함부로 말하기가 어려운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발달장애인 참사 같은 경우에는 가족이 장애인을 죽이잖아요. 가족 살해 후 자기도 죽거나 미수에 그치거나 경우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걸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사회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저에겐 숙제거든요. 사회에 의한 죽임이라고 늘 표현하지만 실제 죽인 거는 또 가족이란 말이에요. 그랬을 때 이 관계의 간극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이게 늘 고민인 것 같아요. 죽임을 당한 당사자의 입장에 우리는 서야 하고, 죽인 것은 나이 권력이든 양육자의 권력이든 휘두른 거잖아요. 어떤 이유에서든 살해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겠죠.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부모연대는 가족이라는 정체성이 또 하나의 힘이 되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모순된 위치잖아요. 저는 모성을 버리고자 하는데 아이와의 관계를 봤을 때 제가 이걸 강하게 발휘해야 해요.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나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래야 될 것 같은데…. 고민들이 많죠. 발달장애인 권리와 자유는 부모와 아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조율해야 될지 너무 어려워요.
그리고 함께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이라는 건 분명히 있거든요. 그 어려움을 사회에서 보장해줘야 되는 건 당연히 권리로서 요구해야죠. 그래서 부모연대도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당사자 요구와 분리된 가족의 요구, 그래서 발달장애인 가족 지원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많이 요구하려고 해요. 전 발달장애인 의제를 사회에 더 확산시키는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장애운동이 열심히 싸우고 있어서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요. 그런 운동에 합류하셔서 축하드려요!
저는 전장연이 잘 싸워줘서 진짜 너무 고마워요. 새벽에 맨날 나와서 싸우고 있는 게 정말 대단해요. 전장연의 요구가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잖아요. 이번에 확정된 예산을 보면 근로지원인 예산 빼 증액된 예산은 사실 0원이에요. 증액을 안 한 거죠. 이 정권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잖아요. 사회적인 약자인 장애인을, 이 정부가 어떻게 호명하고 있는지 보이잖아요. 이 정부를 운영하는 총 책임자의 태도의 저열함이 분명히 드러나게 하는 역할을 우리가 하고 있구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어떻게 알게 됐나요?
바람은 명숙 님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명숙이라는 활동가가 있다는 걸 알았고 명숙 님이 바람에서 활동을 하시는구나, 그렇게 해서 알게 됐어요. 나중에 안나 님도, 하은 님도 뵙게 되었고요.
(장애인학생 입학 거부 사건 관련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발언 잘 준비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강남이 특수학급 설치를 안 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특수학교 자체가 과밀이거든요, 특수학교도 들어가기가 힘든 현실이에요. 이런 사례가 해마다 있는데 이걸 모으려 하고 있어요. 모든 학교에 다 특수학급 설치하고 모두가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적절하게 받을 수 있게끔 요구하고 싸워 나가야 될 것 같아요.
바람 활동에 인상적으로 기억 남는 것이 있다면?
어느 현장에 가나 바람 활동가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옳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현장에 가야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제대로 읽게 되잖아요. 바람의 활동은 현장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입장을 성명이나 기고글로 나누려고 하는 것 같아 존경스러워요. 그래도 걱정은 되더라고요. 몸이 몇 개야? 도대체! (하하)
바람에 기대하는 점과 올해 소망을 듣고 싶어요.
바람에 기대하는 점은 딱히 생각을 안 해봤네요. 건강? 그 활동을 했던 그 사람 그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요새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운동도 사람이 하는 건데 활동가들이 진짜 오래오래 건강히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절실해졌어요.
그리고 올해 소망은 별 탈 없이 몸에 큰 무리 없고 그리고 사람들과 끝까지 즐겁게 잘 활동하는 거예요.
***
지난해 4월 19일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발달장애인 가족과 당사자, 연대자 등 555명이 삭발을 했을 때 선영 님도 그곳에 계셨습니다. 그때가 선영 님의 첫인상이었습니다. 글에 다 담지 못했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운동에 대한 깊은 고민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그럼에도 인터뷰 분위기는 굉장히 발랄했습니다). 운동의 확장성을 함께 상상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 활동가 선영 님과 인터뷰, 정말 재밌었어요. 다시 한 번 새로운 일터에서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소식지16호 2022.12월]
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즐겁게,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향해
그대 이름은 바람 후원회원 백선영 님 인터뷰 (정리: 안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후원회원에게 자기소개 해주세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주노조 운동부터 시작을 했어요. 이주 노조가 만들어질 때 상근 활동하면서 이주 노동자 운동을 사회 운동으로서는 처음 했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아이 낳고 활동을 오래 쉬다가 민주노총으로 갔고 거기서 한 5년 활동했어요.
민주노총에서 나온 후 1년은 잘 쉬었고, 제가 장애 당사자의 엄마니까. 장애인부모연대가 다른 여러 단체들 중에서도 진보적인 운동을 하는 단체여서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장애운동은 제가 평생 해야 될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활동을 하면서 삶의 동력을 얻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실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계속 고민을 하게 되잖아요. 근데 집에만 있으면 계속 아이랑 나랑 붙잡고 씨름하고 이런 일상이 반복일 것 같은 거예요. 지금 나온 지 한 달 됐는데 아이랑 관계가 너무 좋은 거예요(하하). 사실 나보다는 타인과 더 관계 맺고 다른 경험을 더 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 장애인부모연대에서 일할 생각을 하셨나요?
이전에는 장애인운동에 대해서는 이동권 운동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제 신체가 약해지거나 장애를 갖게 된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았던 것 같은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이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 나서 또 다른 삶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집들도 똑같이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던 거예요. 장애인 부모들은 장애인수용시설 문제에 대한 입장 차가 제일 클 거예요. 시설은 그래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부모들이 아직 있는 건 부모들의 탓이라기보다는 워낙 발달장애인들에게 사회 제도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이겠죠. ‘(장애인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시설’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너무 강력하니까 그 이상을 상상해본 적이 없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설에 대한 대안을 계속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여러 제도화가 필요해요. 그것을 실천적으로 만들어내는 곳이 부모 연대라고 생각했어요. 기회가 되면 부모연대 활동을 해보고 싶었고,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제가 당사자니까 일상에서 겪었던 경험이 큰 자원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생각으로 오게 됐어요.
아직 한 달이 안 되긴 했지만 부모연대 활동은 어때요?
아직 한 달밖에 안 돼가지고(하하). 아무래도 늘 ‘당사자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거든요. 장애를 갖고 있는 당사자여야만 당사자성을 갖고 있는 건 아니고, 저는 구성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발달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부모가 대변한다고 볼 수 있나? 함부로 말하기가 어려운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발달장애인 참사 같은 경우에는 가족이 장애인을 죽이잖아요. 가족 살해 후 자기도 죽거나 미수에 그치거나 경우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걸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사회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저에겐 숙제거든요. 사회에 의한 죽임이라고 늘 표현하지만 실제 죽인 거는 또 가족이란 말이에요. 그랬을 때 이 관계의 간극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이게 늘 고민인 것 같아요. 죽임을 당한 당사자의 입장에 우리는 서야 하고, 죽인 것은 나이 권력이든 양육자의 권력이든 휘두른 거잖아요. 어떤 이유에서든 살해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겠죠.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부모연대는 가족이라는 정체성이 또 하나의 힘이 되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모순된 위치잖아요. 저는 모성을 버리고자 하는데 아이와의 관계를 봤을 때 제가 이걸 강하게 발휘해야 해요.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나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래야 될 것 같은데…. 고민들이 많죠. 발달장애인 권리와 자유는 부모와 아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조율해야 될지 너무 어려워요.
그리고 함께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이라는 건 분명히 있거든요. 그 어려움을 사회에서 보장해줘야 되는 건 당연히 권리로서 요구해야죠. 그래서 부모연대도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당사자 요구와 분리된 가족의 요구, 그래서 발달장애인 가족 지원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많이 요구하려고 해요. 전 발달장애인 의제를 사회에 더 확산시키는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장애운동이 열심히 싸우고 있어서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요. 그런 운동에 합류하셔서 축하드려요!
저는 전장연이 잘 싸워줘서 진짜 너무 고마워요. 새벽에 맨날 나와서 싸우고 있는 게 정말 대단해요. 전장연의 요구가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잖아요. 이번에 확정된 예산을 보면 근로지원인 예산 빼 증액된 예산은 사실 0원이에요. 증액을 안 한 거죠. 이 정권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잖아요. 사회적인 약자인 장애인을, 이 정부가 어떻게 호명하고 있는지 보이잖아요. 이 정부를 운영하는 총 책임자의 태도의 저열함이 분명히 드러나게 하는 역할을 우리가 하고 있구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어떻게 알게 됐나요?
바람은 명숙 님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명숙이라는 활동가가 있다는 걸 알았고 명숙 님이 바람에서 활동을 하시는구나, 그렇게 해서 알게 됐어요. 나중에 안나 님도, 하은 님도 뵙게 되었고요.
(장애인학생 입학 거부 사건 관련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발언 잘 준비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강남이 특수학급 설치를 안 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특수학교 자체가 과밀이거든요, 특수학교도 들어가기가 힘든 현실이에요. 이런 사례가 해마다 있는데 이걸 모으려 하고 있어요. 모든 학교에 다 특수학급 설치하고 모두가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적절하게 받을 수 있게끔 요구하고 싸워 나가야 될 것 같아요.
바람 활동에 인상적으로 기억 남는 것이 있다면?
어느 현장에 가나 바람 활동가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옳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현장에 가야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제대로 읽게 되잖아요. 바람의 활동은 현장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입장을 성명이나 기고글로 나누려고 하는 것 같아 존경스러워요. 그래도 걱정은 되더라고요. 몸이 몇 개야? 도대체! (하하)
바람에 기대하는 점과 올해 소망을 듣고 싶어요.
바람에 기대하는 점은 딱히 생각을 안 해봤네요. 건강? 그 활동을 했던 그 사람 그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요새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운동도 사람이 하는 건데 활동가들이 진짜 오래오래 건강히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절실해졌어요.
그리고 올해 소망은 별 탈 없이 몸에 큰 무리 없고 그리고 사람들과 끝까지 즐겁게 잘 활동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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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9일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발달장애인 가족과 당사자, 연대자 등 555명이 삭발을 했을 때 선영 님도 그곳에 계셨습니다. 그때가 선영 님의 첫인상이었습니다. 글에 다 담지 못했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운동에 대한 깊은 고민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그럼에도 인터뷰 분위기는 굉장히 발랄했습니다). 운동의 확장성을 함께 상상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 활동가 선영 님과 인터뷰, 정말 재밌었어요. 다시 한 번 새로운 일터에서의 활동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