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16호] 활동가의 편지

[소식지 16호 2022.12월]

활동가의 편지


혐오를 이기는 건 공감과 연대

새해에도 우리 서로의 용기가 되어요!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그냥 내버려둬도 죽고 싶은 마음인데...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어요.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인데...내 아이가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다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요?”


12월 30일에 이태원광장에 있는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분향소 천막에서 만난 유가족의 말이다. 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멈추려 이를 악물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는 유가족의 등을 그저 쓰다듬어 주었다.


밖에는 신자유연대 소속의 사람들이 집회를 하겠다며 밀고 들어오려 하며 분향소지킴이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당일 저녁에 이태원참사 2차 추모제가 열리기 때문인지, 그들은 집회신고를 먼저 냈으니 분향소에 있는 유가족들과 지킴이들에게 나가라며 유가족들을 비난하였다.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게다가 국정조사에 나오는 고위공무원들은 죄다 아무 책임이 없다는 회피의 말만이 나오는 상황이니 낮이 아니라 밤 같았다.


그러나 아픔의 자리에 잔인한 말만이 오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지역 주민이자 상인이라는 분은 이렇게 말했다.


“이태원 상인들께도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 있지만 또 다른 희생자입니다.

희생자와 유가족들 우리가 품고 갑시다. 그들이 기댈 어깨를 내어줍시다. 따뜻하게 안아줍시다. 그들의 슬픔이 다하고 그 끝에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게 마음 한 켠을 내어줍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게 지켜줍시다. 그것이 사람의 도리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입니다.”


갑자기 캄캄했던 도시에서 빛줄기가 보이는 듯 했다. 그렇다. 혐오에 맞설 용기를 만드는 힘은 바로 공감의 말과 연대하는 모습이다. 공감과 연대가 함께 이어질 때 동정과 다를 수 있다. 공감에 바탕을 둔 연대는 당신의 처지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나 또한 그 처지에 놓일 수 있으며 옆의 이웃이 부정의로 고통받는 현실에서 본인도 기쁠 수 없다는 인간존재에 대한 사회적 자각이자. 인권이 놓인 구조적 현실에 대한 인정이 바탕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공감과 연대 중 하나만 있다면, 우리는 앙상한 실천이나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빈 수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새해에도 우리 서로의 용기가 되어요!

2023년도가 되었지만, 반갑지만 않다. 앞으로의 날들이 가시밭길임은 분명해서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악만이 아니라 교육개악 그리고 부자들의 세금 감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입장의 극우단체들이나 경찰 공무원은 싸우는 사람들,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온갖 혐오와 낙인의 말을 내뱉고 있다. 가시밭길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서로의 용기가 되어야 한다.


공감과 위로라는 실천, 연대는 단지 활동가들만의 몫이 아니다. 지금도 여러 사람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에 가서 포스트잇에 애도의 메시지를 쓰고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에 함께 하거나 지지의 말을 남기고 있다. 아직은 세가 미비하기에, 언론이 혐오의 말에 더 주목하기에 우리의 공감과 연대가 보이지 않을 뿐이다. 가시밭길의 작은 담요가 되어 함께 더 큰 저항의 힘을 만들어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