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4호] 활동가의 편지

소식지 4호 - 2021년 2월


안녕하세요.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입니다.

이 글을 올리는 저는 바람에 새로 함께하게 된 안나입니다.

2021년의 시작점에서 제가 목격한 것은 뚜벅이 김진숙 지도위원, 그리고 아시아나케이오와 LG트윈타워의 해고노동자였습니다.

오늘은 정월대보름입니다. 노란 빛이 가득 차오른 보름달처럼, 그 풍요로움이 여성 해고노동자에게도 가득차기를 바라는 2021년입니다.



‘노동존중사회’,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안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뚜벅뚜벅, 김진숙 지도위원은 부산에서부터 서울을 향해 푸른 작업복을 입고 “‘노동존중사회’는 어디로 갔습니까?”라고 적힌 부채를 쥐고 걸었습니다. 투쟁으로 작업복이 해져도 복직이 되지 않는 한 그 작업복을 쉽게 벗을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 길을 함께 걸으면서 작년 노동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강력히 외쳤던 말. “코로나19 정부가 해야 할 조치 해고금지!” 오늘의 김진숙을 보면서 다시 그 외침이 들려옵니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이 해고의 전염으로 이어짐을 목도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가 많아졌습니다. OECD 국가들 중 성별임금격차 1위인 대한민국에서, 코로나 이후 여성은 더욱 착취당하고 배제당합니다.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녔지만 평가절하 된 돌봄노동을 임금노동으로 삼은 여성들이 쉽게 해고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코로나19의 여성은 불안정하게 노동을 지속하거나 노동의 자리에서 쫓겨납니다.


작년 5월 11일, 노동절 때의 외침은 좌절되었습니다. 김진숙의 해고는 36년 전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의 비행기 내부를 청소하고 비품을 관리하던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이 해고되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의 하청의 하청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는 고용유지지원금을 거부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했습니다. 작년 12월 중앙노동위로부터 부당해고 승소 판정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노동자들은 해고 상황입니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의 김계월 부지부장은 어느 언론 기고에서 ‘김진숙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라며 끝나지 않은 해고 전쟁을 증명했습니다.


올해의 시작도 해고로 시작되었습니다. LG트윈타워에서 청소 일을 하던 노동자들이 작년 12월 31일 해고되었습니다. LG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하청업체인 S&I코퍼레이션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은 2019년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아가는 중에 회사는 노동조합을 탄압했고 그 탄압은 해고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2월 7일, 김진숙 희망뚜벅이 행렬이 청와대에 도착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노동자들을 기억하며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렇게 뚜벅이에 참여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습니다. 그 하나의 외침은 해고 없는 세상, 노동 존중 사회,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처럼, “민주주의는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습니다.” 해고바이러스가 종식될 그날을 위해 뚜벅뚜벅 계속 걸어가야겠습니다.


청와대 단식농성장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