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편견이라는 생각의 때를 벗기려면

[활동가의 편지] 편견이라는 생각의 때를 벗기려면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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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가서 인권교육을 했다. 동료지원가 양성교육이라 당사자들 10여명이 앉아 있었다. 동료지원가는 당사자로서 정신장애인들의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상담해주는 일을 한다. 그들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권을 기준으로 곁에 서는 도전이니 떨리고 설렐 것이다. 강의실 앞에는 동료지원가들이 자신을 소개한 홍보물이 붙여 있다. 나이나 장점, 할 수 있는 일 등을 적어놓았다. 자신의 MBTI나 별자리를 적어놓은 분도 있었다. 매우 활기차 보였다.

 

인권교육 시간에도 활기찼다. 질문도 많고 의견 개진도 활발했다. 인권감수성 교육이라 상식이 옳다고 여겨지는 세상에서 그 상식이 주류라는 이유로 소수자의 입장을 삭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익숙한 것 속에 있는 차별은 감지하기 어렵기에 사유하고 질문하는 일은 인권감수성을 기르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권과 차별은 개인이 불통이라 생기는 일이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따라오는 일이기에 그 구조를 알고 깨뜨리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선의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처지나 입장을 자신의 입장에서 재단하고 행동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의를 마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으니 몇 분이 “동정은 인권이 아니란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동정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동등한 지위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동지들의 구호 “동정은 필요 없어. 혐오는 쓰레기통에” 가 왜 나오는지를 여러 사례로 설명했는데 다가왔나 보다.

 

소감을 들으며 생각해본다. 그들도 ‘선의’나 ‘걱정’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동정을 겪어봤을 수도 있겠구나. 우리에겐 ‘편견에서 벗어납시다’라는 선언만이 아니라 무엇이 편견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기준과 도구를 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욕실의 물때나 곰팡이를 없애기 위해 세제나 청소 솔을 이용하듯이 편견을 벗길 도구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인권교육은 그 도구들을 주는 일 중의 하나다. 그리고 그 도구에는 먼저 싸웠던 사람들의 목소리, 지금도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의 외침도 포함된다. 모두가 동등하게 존엄하다는 감각을 깨우기 위해, 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이 겪는 불편함과 불쾌함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차별이었다는 걸 말할 수 있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권의 감각’과 ‘언어’는 중요한 도구다. 청소를 주기적으로 해야 깨끗한 것처럼, 인권감수성을 기르기 위해서 공부하고 접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힘주었다. 다양한 수준의 실천이 가능하다고.

그렇게 말하는데 마침 강의실 안에 멋진 구호가 눈에 띈다.

“억압에 대항하라! 자유를 탈환하라! 해방을 쟁취하라!”

 

정신장애인들은 정신병원이라는 시설에 수십년간 가둬지는 경우가 많기에 어느 누구보다도 자유를 억압당해본 이들이다. 정신장장애인은 위험하다는 편견 속에 갇히기가 일쑤다. 작년 말에도 ‘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며 국회 앞 1박2일 노숙투쟁을 하기도 했다. 정신장애인국가책임제는 동료지원센터 전국 설치 및 예산확대와 강제입원, 강압적 치료행위 폐지/지역사회 회복 등의 내용이다. 아직 국가책임제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곧 쟁취하지 않을까 낙관해본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렇게 또 동료지원가 양성교육을 하며 발 디딜 곳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생긴 낙관이다. 어쩌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나갈 앞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발 디딜 곳을 일구는 일이다 싶다.


(사진-색동원 장애인 집단성폭력 규탄 결의대회 발언. 현재는 탈시설지원법이 제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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