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제가 지금 생리중이라서요


[상임 활동가의 편지] 제가 지금 생리중이라서요


- 상임활동가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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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TMI 라고 생각하시나요?

 

얼마전에 밀라노 올림픽이 있었죠. 올림픽이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그렇지 않은지를 차치하고 

저는 세상의 모든 여성 운동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리스펙을 보냅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한 앰버 글렌 선수가 경기 직후 이런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런 의상을 입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무대에 서는 건 정말 힘들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 사실을 쉽게 말하지 못한다”

 

여성들은 생리일에만 신체적인 무리가 있는게 아니라 사람에 따라 생리전이 가장 고통스러운 유형 (그건 바로 저), 배란기가 가장 힘든 유형, 생리 직후 며칠이 가장 힘든 유형등등 다양합니다. 생리 때문에 여성들의 일상은 남성보다 훨씬 더 난이도가 높습니다. 이건 그냥 사실이라고요. 그럼에도 아직도 생리를 생리라고 부르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이라는 것이 기가 막힙니다. 이 날은 자주 '대자연, 매직데이, 그날, 블러디데이' 같은 은어(?)로 지칭되지요. 이것은 1순위 여성 신체에 대한 타자화, 대상화 사례 인 것 같습니다. 매직이라니? 대체 뭐가?

 

재생산은 더 많이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여성들의 생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감추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문화, 남성들보다 훨씬 더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여성 신체를 고려하지 않는 노동 환경 속에도 우리는 피흘리고, 피가 새면 닦아 내고, 생리통으로 고통 받으며 여성들은 이 엄혹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하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얼마전 임신 36주차 태아를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시킨 뒤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과 집도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산모도 유죄를 받았습니다. 낙태죄 폐지 된게 언제인데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우리 사회는 여성의 몸을 무엇으로 여기는 걸까요? 한 때는 국가에서 ‘소파버스’를 만들어서 국가적으로 여성들의 ‘소파’를 권하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여성들 스스로 임신중지도 못하게 하고, 그래서 이에 문제 의식 느낀 시민들이 연대하여 겨우 2021년 ‘낙태죄 폐지’ 했는데 또 어떻게든 여성의 몸을 국가가 통제하려고 하는거 너무 징구러와요. 여성의 몸을 둘러싼 법과 제도는 물론 기이한 문화까지....진짜 지겹습니다.

그러니까 생리가 부끄러운거라고 하는 문화적 세뇌에서 이제 좀 벗어납시다! 2026년에 아직도 생리대 사면서 검은 봉투에 넣고 부끄러운 물건 가지고 가듯 품고 가야하나요? 으유

 

어렸을 때 읽었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이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보았어요.

 

뒷골목 건달들은 "그 치는 패드를 세 개나 하고 있어."라든지 "실은 다섯 개야."따위의 농담을 나눈다. 어두컴컴한 뒷골목 한구석에서 이런 식의 인사를 나누면서 손바닥을 맞부딪치기도 한다. "어이, 오늘 좋아보이는데?" "응, 오늘이 그날이거든."

 

 

3.8 국제 여성의 날과 여성파업을 맞아 세계의 모든 곳에서 여성으로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존경을 보냅니다. 생리를 하든, 안하든, 자궁이 있든, 없든 여성이라면 여성으로, 여성의 몸으로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생리혈보다 뜨거운 자매애를 보냅니다!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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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인 지난 2023년 여성의 날을 맞아 케냐의 국회의원인 오워바 의원이 흰 바지에 생리혈이 묻은 채로 의회에 들어섰다고해요. 의도한 것은 아니었기에 바지를 갈아입어야 하나 잠시 생각했지만 이내 '생리혈이 묻은 바지를 보여줌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합니다.


저도 마음 같아선 내일과 내일 모레 있을 여성의 날 행사에 보라색 옷이 아닌 흰바지에 생리혈을

철철 흘리며 참석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옷장을 열어보니 흰바지가 없네요. 언젠간 용기를 내보고 싶어요. 

생리하는 몸이 무엇인지 똑똑히봐라 세상아! 하면서 말입죠. 하지만 일단 내일은 검은 바지 입고 

두툼한 생리대도 하고 가는걸로.... 여성활동가에게 여성의 날은 고된 노동데이라서요....🥹🥹




 

- 생리 첫날, 

피가 펑펑 안나와서 면역력이 0라 금, 토 여성의 날 행사를 어찌 해야하나 

걱정이 많은 여성인 수달 활동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