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여전히 비정규직 운동이 사회를 바꾸는 힘이라 말하는 차헌호 님을 만났어요
정리: 명숙
작년 8월 1일, 문자해고된 지 9년 만에 정규직으로 복직한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차헌호 님을 만났어요. 작년 7월 11일 대법원이 AGC화인테크놀로지코리아(아사히글라스)가 비정규직을 불법파견 이니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인데요, 해고로 거리에서 일하다 이제는 정규직이 되어 공장에서 일하며 활동하느라 어려움이 많다는 차헌호 님이 드디어 바람님이 되어주셔서 요즘 근황과 운동의 고민을 나눴습니다.

○ 자기 소개를 한다면?
비정규직에서 해고되었다가 정규직으로 복직해서 일하고 있는 아사히글라스지회장입니다. 구미에 살며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에도 함께 하고 있는 차헌호입니다.
○ 해고되었다가 다시 일하니까 생활이 많이 다르기도 할 텐데요, 비정규직 투쟁하다가 정규직으로 일하니까 달라진 게 뭐가 있나?
많은 일들이 그렇듯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좋은 점은 긴 해고 생활을 끝내고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가서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는 것이에요. 답답한 것은 이제 복직해서 일하니까 시간이 부족해서 비정규직 투쟁에 물리적으로 함께 못하는 것이에요. 제가 비정규직 운동을 한 목표는 정규직이 아니었는데, 정규직으로서 일하면서 시간이 토요일과 일요일밖에 없다 보니까 운동할 시간이 적어 어렵네요. 해고되었을 때는 투쟁하고 연대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비정규직 투쟁에 많이 못하니까 힘들어요. 더구나 현재 사업장은 복수노조 사업장이라 할 일이 많기도 하고.
○ 윤석열 퇴진 운동하면서 서울의 퇴진광장에서는 매우 폭발적으로 응원봉, 말벌동지등 새로운 운동의 주체를 2030여성퀴어가 눈에 띄었다. 그/녀들이 이전에도 계속 광장에 있었다는 점에서 출현이 아니라 발견일 텐데, 지방에서는 어떤지, 구미지역에서 어땠는지,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도.
서울이 크고 인구도 많고 집회 참가 인원도 많다 보니까 그런 경향이 눈에 잘 띄는 것 같다. 아무래도 윤석열 비상계엄이 복직하고 난 후에 생긴 사건이라 더 그렇다. 주말 정도에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구미에서 제가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에 연대 온 시민들을 보면서였다. 많이 접하지는 않았지만 보면서 ‘이런 분이 존재하는구나’ 생각했다.
그 동지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동지들인데 기존 운동에 편입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운동이 체제내화되어 있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동이 낡고 운동이 늙고 있어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들이 운동의 현실을 알고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있다. 그들이 주축이 되는 흐름을 만들면 좋겠다. 그들이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서 투쟁당사자가 되고, 투쟁 주체가 되고 노조의 중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 정규직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비정규직 운동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16년 전에 비정규직 운동하겠다고 비정규직 사업장에 비정규직으로 들어갔던 때가 생각난다. 비정규직 운동의 핵심은 주체화다. 그래야 현장을 바꾸는 운동을 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우리 사회를 바꾸는 유일한 힘을 가진 세력. 비정규직이라고 확신한다.
○ 앞서도 말했듯이 윤석열 퇴진운동도 그렇고 지역에서 비정규직 운동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
구미공단은 노조로 조직된 사업장이 별로 없다. 튼튼하게 지역운동을 살려내는 일이 쉽지 않다. 시민사회 영역도 약하고 힘 받을 때가 별로 없어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안동과 김천까지 합해도 금속 사업장은 11개다. 조직화해야 할 것이 많다. 사업장이 적으니 상근자도 적고 역량이 적다. 조직화사업을 할 힘도 많지 않다. 때로는 무너지지 않는 것만도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KEC 등 그나마 몇 개의 사업장과의 연대로 의미 있는 활동을 남기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개의 노조를 만드는 것보다 하나의 노조라도 제대로 된 조직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120만 명의 조합원이 있다고 하는데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므로 제대로 된 노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
○ 대선이 시작됐다.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가 없는 대선이 될까 우려가 많다. 아직 세종호텔, 옵티칼,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의 고공농성도 진행 중이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얼마 전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민주당 이재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선은 정세적으로 노동자계급에게 중요한 시기라서, 투쟁사업장도 그걸 알고 고공농성에 오른 것인데 정반대의 행동이라니! 민주노조운동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세에서 왜 노동자들이 주도하지 못할까. 노동자들의 요구가 분출되지 못할까 그런 생각을 한다. 실제 지금 민주노총이 보이지 않는다. 요구도 노조법 2,3조 개정 외에는 없다. 중요한 정세가 와도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힘으로 돌파하려는 자신감이 없어서다. 국회나 법에 의존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집단적 힘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노동자들의 집단적을 힘으로 바꾸는 투쟁을 하고 있지 않기에 해고사업장이나 투쟁사업장만 싸우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왜 전체노동자들의 요구를 걸고 싸우고 있지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왜 7월 총파업을 계획했는가 묻게 된다. 대선은 정당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깔린 것은 아닐까. 진보정당은 정당운동으로서 하면 되고 노동자들은 대중적 힘으로 대선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 아사히글라스지회 동지들은 해고싸움할 때도 조합원 교육과 토론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많이 알려졌다. 지금도 그런지 궁금하다.
옛날만큼은 못하는데 그래도 활동이나 토론을 민주적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화오션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고공농성장 앞에서 하는 희망텐트에도 조합원들이 1박 2일 휴가 내고 올라간다. 전체조합원이 돌아가면서 결합하기로 함께 결정한 것이다.
○ 이번에 바람 후원회원으로 가입했는데 바람 활동 중 인상적인 것은 무엇인가?
항상 명숙 동지를 비롯해 바람 동지들이 투쟁의 현장에 있고, 함께 싸우는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경찰폭력에 대해 감시하고 대응하는 인권운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동조합이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데, 경찰에게 따박따박 항의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리력으로만 경찰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로, 근거로 항의하니까 힘이 됐다. 정규직으로 복직한 동지들에게 바람 후원회원에 가입하라고 말하겠다.

*2024년 7월 11일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 파결을 받고 기자회견하는 모습

** 아사히글라스에 정규직으로 복직하고 승리보고대회를 하는 모습
[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여전히 비정규직 운동이 사회를 바꾸는 힘이라 말하는 차헌호 님을 만났어요
정리: 명숙
작년 8월 1일, 문자해고된 지 9년 만에 정규직으로 복직한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차헌호 님을 만났어요. 작년 7월 11일 대법원이 AGC화인테크놀로지코리아(아사히글라스)가 비정규직을 불법파견 이니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인데요, 해고로 거리에서 일하다 이제는 정규직이 되어 공장에서 일하며 활동하느라 어려움이 많다는 차헌호 님이 드디어 바람님이 되어주셔서 요즘 근황과 운동의 고민을 나눴습니다.
○ 자기 소개를 한다면?
비정규직에서 해고되었다가 정규직으로 복직해서 일하고 있는 아사히글라스지회장입니다. 구미에 살며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에도 함께 하고 있는 차헌호입니다.
○ 해고되었다가 다시 일하니까 생활이 많이 다르기도 할 텐데요, 비정규직 투쟁하다가 정규직으로 일하니까 달라진 게 뭐가 있나?
많은 일들이 그렇듯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좋은 점은 긴 해고 생활을 끝내고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가서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는 것이에요. 답답한 것은 이제 복직해서 일하니까 시간이 부족해서 비정규직 투쟁에 물리적으로 함께 못하는 것이에요. 제가 비정규직 운동을 한 목표는 정규직이 아니었는데, 정규직으로서 일하면서 시간이 토요일과 일요일밖에 없다 보니까 운동할 시간이 적어 어렵네요. 해고되었을 때는 투쟁하고 연대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비정규직 투쟁에 많이 못하니까 힘들어요. 더구나 현재 사업장은 복수노조 사업장이라 할 일이 많기도 하고.
○ 윤석열 퇴진 운동하면서 서울의 퇴진광장에서는 매우 폭발적으로 응원봉, 말벌동지등 새로운 운동의 주체를 2030여성퀴어가 눈에 띄었다. 그/녀들이 이전에도 계속 광장에 있었다는 점에서 출현이 아니라 발견일 텐데, 지방에서는 어떤지, 구미지역에서 어땠는지,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도.
서울이 크고 인구도 많고 집회 참가 인원도 많다 보니까 그런 경향이 눈에 잘 띄는 것 같다. 아무래도 윤석열 비상계엄이 복직하고 난 후에 생긴 사건이라 더 그렇다. 주말 정도에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구미에서 제가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에 연대 온 시민들을 보면서였다. 많이 접하지는 않았지만 보면서 ‘이런 분이 존재하는구나’ 생각했다.
그 동지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동지들인데 기존 운동에 편입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운동이 체제내화되어 있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동이 낡고 운동이 늙고 있어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들이 운동의 현실을 알고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있다. 그들이 주축이 되는 흐름을 만들면 좋겠다. 그들이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서 투쟁당사자가 되고, 투쟁 주체가 되고 노조의 중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 정규직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비정규직 운동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16년 전에 비정규직 운동하겠다고 비정규직 사업장에 비정규직으로 들어갔던 때가 생각난다. 비정규직 운동의 핵심은 주체화다. 그래야 현장을 바꾸는 운동을 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우리 사회를 바꾸는 유일한 힘을 가진 세력. 비정규직이라고 확신한다.
○ 앞서도 말했듯이 윤석열 퇴진운동도 그렇고 지역에서 비정규직 운동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
구미공단은 노조로 조직된 사업장이 별로 없다. 튼튼하게 지역운동을 살려내는 일이 쉽지 않다. 시민사회 영역도 약하고 힘 받을 때가 별로 없어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안동과 김천까지 합해도 금속 사업장은 11개다. 조직화해야 할 것이 많다. 사업장이 적으니 상근자도 적고 역량이 적다. 조직화사업을 할 힘도 많지 않다. 때로는 무너지지 않는 것만도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KEC 등 그나마 몇 개의 사업장과의 연대로 의미 있는 활동을 남기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개의 노조를 만드는 것보다 하나의 노조라도 제대로 된 조직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120만 명의 조합원이 있다고 하는데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므로 제대로 된 노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
○ 대선이 시작됐다.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가 없는 대선이 될까 우려가 많다. 아직 세종호텔, 옵티칼,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의 고공농성도 진행 중이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얼마 전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민주당 이재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선은 정세적으로 노동자계급에게 중요한 시기라서, 투쟁사업장도 그걸 알고 고공농성에 오른 것인데 정반대의 행동이라니! 민주노조운동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세에서 왜 노동자들이 주도하지 못할까. 노동자들의 요구가 분출되지 못할까 그런 생각을 한다. 실제 지금 민주노총이 보이지 않는다. 요구도 노조법 2,3조 개정 외에는 없다. 중요한 정세가 와도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힘으로 돌파하려는 자신감이 없어서다. 국회나 법에 의존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집단적 힘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노동자들의 집단적을 힘으로 바꾸는 투쟁을 하고 있지 않기에 해고사업장이나 투쟁사업장만 싸우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왜 전체노동자들의 요구를 걸고 싸우고 있지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왜 7월 총파업을 계획했는가 묻게 된다. 대선은 정당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깔린 것은 아닐까. 진보정당은 정당운동으로서 하면 되고 노동자들은 대중적 힘으로 대선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 아사히글라스지회 동지들은 해고싸움할 때도 조합원 교육과 토론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많이 알려졌다. 지금도 그런지 궁금하다.
옛날만큼은 못하는데 그래도 활동이나 토론을 민주적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화오션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고공농성장 앞에서 하는 희망텐트에도 조합원들이 1박 2일 휴가 내고 올라간다. 전체조합원이 돌아가면서 결합하기로 함께 결정한 것이다.
○ 이번에 바람 후원회원으로 가입했는데 바람 활동 중 인상적인 것은 무엇인가?
항상 명숙 동지를 비롯해 바람 동지들이 투쟁의 현장에 있고, 함께 싸우는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경찰폭력에 대해 감시하고 대응하는 인권운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동조합이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데, 경찰에게 따박따박 항의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리력으로만 경찰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로, 근거로 항의하니까 힘이 됐다. 정규직으로 복직한 동지들에게 바람 후원회원에 가입하라고 말하겠다.
*2024년 7월 11일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 파결을 받고 기자회견하는 모습
** 아사히글라스에 정규직으로 복직하고 승리보고대회를 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