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환자가 아니라 생명을 만나는 느낌이라 산파가 됐다는 김정은 님을 만났어요
정리: 명숙
작년에 바람의 후원회원이 되어주신 김정은 님은 바람 후원행사에서 피아노연주도 하셨는데요, 팔레스타인연대집회에서 처음 만났답니다. 지금도 종종 여러 집회에서 만나는 정은 님은 자신을 산파로 소개하는 산부인과 의사로 향린교회 연대사업부장님의 소개로 후원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고공에 오른 세종호텔 정리해고자 고진수 동지가 가장 걱정이 된다는 정은 님의 일상을 나눠보았습니다.

○ 요즘 유행하는 광장식으로 자기 소개를 한다면?
정작, 우리 집 고양이는 저를 싫어하는 고양이 집사 김정은입니다. 경기도 소재 병원으로 출퇴근하는 장거리 출퇴근자이기도 하고요.
○ 어떻게 산부인과 의사가 되었나요? 정말 산파가 되고 싶어서 하신 건가요?
학교 다닐 때 제 멘토 선생님이 있는데, 제가 의대에 갔더니 그 선생님께서 자신의 분만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그게 무의식적인 영향을 주었나 봐요.. 의사들은 보통 환자를 만나는데 그 때 처음 본 광경은 환자를 만난다는 느낌이 아니라, 고통을 함께한 후 생명이 만났다는 면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아요, 물론 그때 산부인과를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긴 한데, 돌아보니 어느새 산과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 제가 속으로 큰 감명을 받은 것 같아요.
○ 산부인과 의사가 아니어도 의사 생활은 힘들 텐데요. 뭐가 제일 힘든가요?
우리나라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가는 건 좀 많이 어렵습니다. 단지 저출생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인프라가 떨어져서랄까요. 의료적인 문제나 소송이 생기면 개인 의사에게 법적 책임이 몰리다보니 위험하거나 문제 생길만한 것은 안 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제 동기들 중에도 산과를 더 이상 하지 않는 의사들이 꽤 있습니다. 일본만 해도 무과실 보상제도라고 해서 분만과 관련된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문제된 상황과 병원의 수준 등을 고려한 평가를 합니다. 이를 통해 의사와 환자간의 분쟁을 최소화하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있어서 산부인과 의사를 보호하는 취지입니다. 이런 제도의 시행으로 일본은 저출산 문제와 산부인과 전공의 수급 문제를 잘 해결했고 산부인과 역량도 높은 수준에 와있어요.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산부인과 특성상 잠재하는 불가항력적 위험요소를 아예 꺼려하는 거죠. 저도 개인적으로는 이런 위험부담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 바람은 임신중지권리 보장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사실 낙태죄가 폐지되었지만 악물로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유산유도제를 식약처가 허가하지 않거나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여러 문제가 아직도 많은데요. 의료 현장은 어떤가요?
의료 현장에는 아직 임신을 중지하는 권리가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한 권리라는 의식이 높지 않습니다. 여성의 임신만큼이나 임신중지도 하나의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는 극히 소수이고 법령도 미비하니 그 속에서 여러 문제들이 파생된다고 생각해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미프진 허가도 계속 미뤄지고 있구요.
○ 근무하고 계신 곳이 이주민들이 많은 지역이라 이주여성들도 많이 진료를 받으러 올 텐데요. 이주여성들이 겪는 재생산권리의 공백은 클 거 같은데요. 어떤 문제가 있나요?
임신한 이주여성 중에는 건강보험을 전혀 적용 받지 못해서 고액의 검사료를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피검사만으로도 고액의 비용이 요구되죠. 그분들이 이주민으로 버는 수입을 생각하면 차라리 본국에 가서 출산하시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결혼 이주여성이라고 하더라도 건강보험을 못 받는 여성들도 있구요. (작년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강화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국내 체류 6개월 이상 거주한 대상자로 한정했다.)
언어 문제도 큰 어려움일 거에요. 통역서비스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가 능통하지 않으신 분 들은 다른 지인이든 친구든 통역 가능한 사람을 환자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에, 병원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게 되죠. 가족과도 원활한 언어 소통이 안 되는 경우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도 어려워서 안타까운 결과를 본 적도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여성은 더 열악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종교적 이유로 여의사에게만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이주여성도 있는데 현재 산부인과 사정 상 쉽지 않은 병원도 많습니다.
○ 광장에 모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뭘까요? 2030여성퀴어들도 많이 보시기도 했을 텐데요.
직장이 멀어서 집회를 아주 많이 가지는 못하지만, 광장에서 여러 젊은 사람들을 봤어요. 일단 한남동에서도 그렇고 이들의 연대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진짜 진짜 궁금했어요. 그날 밤을 새는 모습이 감동적이기도 했고.
저는 교회에 다니니까 교회가 퀴어에 대한 시각들이 너무 보수화된 집단이다보니 더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폭력적인 언어들을 쓰면서 그걸 신념이라고 생각하는 모습들을 접하니까요. 어떤 교회에서는 성서를 해석하는 시각도 엄청나게 차이가 있고요.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그냥 그대로 인정을 해주는데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이 성서라고 하는 아주 오래된 문헌인 경전에서 이제 일부 성소수자들을 심판하는 문항이 있다 보니 두렵다고 여기고 그걸 문자적으로 해석해서 성소수자들을 처단되어야 할 사람으로 취급하는 게 문제겠지요. 기독교인으로서 그분들이 거대한 악의 축이 되어가는 것 같아 참 너무 부끄럽습니다.
○ 그런데 그렇게 성소수자혐오를 하거나 낙태죄를 부활시켜야한다고 하는 개신교인들, 극우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대형교회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더라고요.
한국교회는 일제 강점기, 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친일, 친미, 반공이데올로기와 연관이 되었어요.
내부의 자정 장치도 효과적이지 않아서 한국 교회의 신사 참배 문제가 청산되지 못했구요. 친일, 친미, 반공이데올로기의 뿌리가 기독교 안에서 결탁하면서 점점 극우화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 제가 김정은 님을 처음 본 것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규탄 기자회견과 집회였어요. 정은 님은 바람을 어떻게 알고 후원회원이 되었나요?
제가 다니는 향린교회의 연대사업부장님이 바람을 추천해주셔서 후원하게 되었어요. 바람은 투쟁 현장 어디든 있어서 신기했어요. 바람을 통해 요즘 상황도 알게 되는 것 같아서 고마웠습니다.
○ 광장에 솟구치는 민주주의 열망을 보면 드는 고민이 있다면?
우리가 청산하지 못했던 이 100년의 역사를 우리가 새로이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처절한 아픔은 또 하나의 소망, 희망으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광화문에 나가죠. 빨리 윤석열이 파면되어서 축하 파티를 하고 싶기도 하고요.
요즘 가장 마음이 가는 현장은 고공으로 올라 간 세종호텔 정리해고 고공농성장이에요. 추운 겨울인데, 어떻게 지낼지도 걱정되고. 세종호텔 대양학원 전 이사장이자 실질적인 지배를 하는 주명건도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네요.
○ 바람에 바라는 게 있다면 뭘까요?
명숙 님을 비롯해서 바람 활동가들이 투쟁 현장을 많이 다니니까 건강이 많이 걱정됩니다. 건강하고 즐겁게 활동하실 수 있기를 바라고요.

[살랑살랑 ‘후원인의 바람’]
환자가 아니라 생명을 만나는 느낌이라 산파가 됐다는 김정은 님을 만났어요
정리: 명숙
작년에 바람의 후원회원이 되어주신 김정은 님은 바람 후원행사에서 피아노연주도 하셨는데요, 팔레스타인연대집회에서 처음 만났답니다. 지금도 종종 여러 집회에서 만나는 정은 님은 자신을 산파로 소개하는 산부인과 의사로 향린교회 연대사업부장님의 소개로 후원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고공에 오른 세종호텔 정리해고자 고진수 동지가 가장 걱정이 된다는 정은 님의 일상을 나눠보았습니다.
○ 요즘 유행하는 광장식으로 자기 소개를 한다면?
정작, 우리 집 고양이는 저를 싫어하는 고양이 집사 김정은입니다. 경기도 소재 병원으로 출퇴근하는 장거리 출퇴근자이기도 하고요.
○ 어떻게 산부인과 의사가 되었나요? 정말 산파가 되고 싶어서 하신 건가요?
학교 다닐 때 제 멘토 선생님이 있는데, 제가 의대에 갔더니 그 선생님께서 자신의 분만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그게 무의식적인 영향을 주었나 봐요.. 의사들은 보통 환자를 만나는데 그 때 처음 본 광경은 환자를 만난다는 느낌이 아니라, 고통을 함께한 후 생명이 만났다는 면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아요, 물론 그때 산부인과를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긴 한데, 돌아보니 어느새 산과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 제가 속으로 큰 감명을 받은 것 같아요.
○ 산부인과 의사가 아니어도 의사 생활은 힘들 텐데요. 뭐가 제일 힘든가요?
우리나라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가는 건 좀 많이 어렵습니다. 단지 저출생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인프라가 떨어져서랄까요. 의료적인 문제나 소송이 생기면 개인 의사에게 법적 책임이 몰리다보니 위험하거나 문제 생길만한 것은 안 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제 동기들 중에도 산과를 더 이상 하지 않는 의사들이 꽤 있습니다. 일본만 해도 무과실 보상제도라고 해서 분만과 관련된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문제된 상황과 병원의 수준 등을 고려한 평가를 합니다. 이를 통해 의사와 환자간의 분쟁을 최소화하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있어서 산부인과 의사를 보호하는 취지입니다. 이런 제도의 시행으로 일본은 저출산 문제와 산부인과 전공의 수급 문제를 잘 해결했고 산부인과 역량도 높은 수준에 와있어요.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산부인과 특성상 잠재하는 불가항력적 위험요소를 아예 꺼려하는 거죠. 저도 개인적으로는 이런 위험부담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 바람은 임신중지권리 보장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사실 낙태죄가 폐지되었지만 악물로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유산유도제를 식약처가 허가하지 않거나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여러 문제가 아직도 많은데요. 의료 현장은 어떤가요?
의료 현장에는 아직 임신을 중지하는 권리가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한 권리라는 의식이 높지 않습니다. 여성의 임신만큼이나 임신중지도 하나의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는 극히 소수이고 법령도 미비하니 그 속에서 여러 문제들이 파생된다고 생각해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미프진 허가도 계속 미뤄지고 있구요.
○ 근무하고 계신 곳이 이주민들이 많은 지역이라 이주여성들도 많이 진료를 받으러 올 텐데요. 이주여성들이 겪는 재생산권리의 공백은 클 거 같은데요. 어떤 문제가 있나요?
임신한 이주여성 중에는 건강보험을 전혀 적용 받지 못해서 고액의 검사료를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피검사만으로도 고액의 비용이 요구되죠. 그분들이 이주민으로 버는 수입을 생각하면 차라리 본국에 가서 출산하시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결혼 이주여성이라고 하더라도 건강보험을 못 받는 여성들도 있구요. (작년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강화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국내 체류 6개월 이상 거주한 대상자로 한정했다.)
언어 문제도 큰 어려움일 거에요. 통역서비스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가 능통하지 않으신 분 들은 다른 지인이든 친구든 통역 가능한 사람을 환자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에, 병원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게 되죠. 가족과도 원활한 언어 소통이 안 되는 경우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도 어려워서 안타까운 결과를 본 적도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여성은 더 열악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종교적 이유로 여의사에게만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이주여성도 있는데 현재 산부인과 사정 상 쉽지 않은 병원도 많습니다.
○ 광장에 모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뭘까요? 2030여성퀴어들도 많이 보시기도 했을 텐데요.
직장이 멀어서 집회를 아주 많이 가지는 못하지만, 광장에서 여러 젊은 사람들을 봤어요. 일단 한남동에서도 그렇고 이들의 연대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진짜 진짜 궁금했어요. 그날 밤을 새는 모습이 감동적이기도 했고.
저는 교회에 다니니까 교회가 퀴어에 대한 시각들이 너무 보수화된 집단이다보니 더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폭력적인 언어들을 쓰면서 그걸 신념이라고 생각하는 모습들을 접하니까요. 어떤 교회에서는 성서를 해석하는 시각도 엄청나게 차이가 있고요.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그냥 그대로 인정을 해주는데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이 성서라고 하는 아주 오래된 문헌인 경전에서 이제 일부 성소수자들을 심판하는 문항이 있다 보니 두렵다고 여기고 그걸 문자적으로 해석해서 성소수자들을 처단되어야 할 사람으로 취급하는 게 문제겠지요. 기독교인으로서 그분들이 거대한 악의 축이 되어가는 것 같아 참 너무 부끄럽습니다.
○ 그런데 그렇게 성소수자혐오를 하거나 낙태죄를 부활시켜야한다고 하는 개신교인들, 극우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대형교회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더라고요.
한국교회는 일제 강점기, 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친일, 친미, 반공이데올로기와 연관이 되었어요.
내부의 자정 장치도 효과적이지 않아서 한국 교회의 신사 참배 문제가 청산되지 못했구요. 친일, 친미, 반공이데올로기의 뿌리가 기독교 안에서 결탁하면서 점점 극우화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 제가 김정은 님을 처음 본 것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규탄 기자회견과 집회였어요. 정은 님은 바람을 어떻게 알고 후원회원이 되었나요?
제가 다니는 향린교회의 연대사업부장님이 바람을 추천해주셔서 후원하게 되었어요. 바람은 투쟁 현장 어디든 있어서 신기했어요. 바람을 통해 요즘 상황도 알게 되는 것 같아서 고마웠습니다.
○ 광장에 솟구치는 민주주의 열망을 보면 드는 고민이 있다면?
우리가 청산하지 못했던 이 100년의 역사를 우리가 새로이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처절한 아픔은 또 하나의 소망, 희망으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광화문에 나가죠. 빨리 윤석열이 파면되어서 축하 파티를 하고 싶기도 하고요.
요즘 가장 마음이 가는 현장은 고공으로 올라 간 세종호텔 정리해고 고공농성장이에요. 추운 겨울인데, 어떻게 지낼지도 걱정되고. 세종호텔 대양학원 전 이사장이자 실질적인 지배를 하는 주명건도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네요.
○ 바람에 바라는 게 있다면 뭘까요?
명숙 님을 비롯해서 바람 활동가들이 투쟁 현장을 많이 다니니까 건강이 많이 걱정됩니다. 건강하고 즐겁게 활동하실 수 있기를 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