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현장, 움트림' 소식지 18호 2023.4월] 활동가의 편지
*올해부터 바뀐 바람 소식지<바람이 부는 현장, 움트림>의 이름은, 움('이갈리아 딸들'에서의 여성)/ 용틀임/ 움트다 세 단어를 조합한 것으로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용의 기세로 평등한 세상의 싹을 움트게 한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AI 괴물을 만드는 관료제 활용방식
인사권자인 시장과 대통령에게만 충성하는 사람들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5월 3일 평상시와 같이 노들장애인야학을 비롯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활동가들은 아침 8시에 혜화역 승강장에서 아침 선전전을 했다. 출퇴근 승하차 시위와 달리 혜화역 지하철 승강장 선전전은 지하철에 탑승하는 것이 아니라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와 차별에 대해 참여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집회다. 당시 388차였으니 서울교통공사 직원이나 경찰들도 잘 알고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8시 57분 선전전을 마치고 가려는 장애인활동가와 시민들을 서울교통공사 직원인 지하철 보안관들이 쭉 둘러싸더니 감금시켰다. 역사에 스티커를 부착했으니 그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니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황당했다. 과태료는 벌금과 달리 행정처가 부과하는 행정처분일 뿐이다. 경찰들이 공권력을 남용해서 이동을 금지해도 인권침해인데,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어떤 권한도 없는 자들이 사람들을 막아섰다. 명함을 보여줘도 안 된다고 하며 감금을 했다. 과태료는 현행범 체포사안도 아니고 경찰 조서를 써야 하는 것도 아닌데 과태료 부과를 이유로, 공사 직원들이 시민들의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또한 국민생활법령에 나와 있듯이 과태료는 사전고지이고 당사자 이름과 주소만 알면 되는데 신분증이라는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청한 것이다. 절차도 문제고 감금한 내용도 인권침해다. 경찰은 옆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는데도 수수방관했다.
이렇게 자신의 권한을 넘어 장애인활동가들을 마음대로 이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바탕에는 장애인들은 자신과 동등한,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람이라는 존중과 인정이 없기에 가능하다. 무엇보다 고위 공직자, 정치인들이 전장연에 대한 탄압을 공공연히 밝혔기 때문이다. 경찰을 물론이거니와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윤석열 대통령까지 전장연의 시위를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탄압해도 된다는 여러 번의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무리한 인권침해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했다. 그리고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상급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잘 보여야 승진이든 인사고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이렇게 국가폭력은 최고 권력자의 지시와 국가기구의 체계, 그리고 공공기관의 직원을 통해 구체화된다. 따라서 위에서 시켜서 몰랐다고 한다면 이런 일을 비일비재할 것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상급자의 명령이나 시장이나 대통령 심기를 살피는데 급급해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무슨 권한으로 인권침해를 하냐고 물으면 똑같은 답변을 한다. ‘철도안전법’, ‘위에서 지시했다’ 등의 말을 AI처럼 말한다. 철도안전법에 있다는 등의 허술한 법적 근거를 갖고 인권침해를 한다. 그들을 AI 괴물로 만드는 것은 관료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장애인 감금을 규탄하는 선전전에서 오세훈서울시장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감금을 지시한 중간관리자도 피진정인의 대상을 넣으라고 발언했다. 국가폭력의 수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신이 한 인권침해에 대해 더 무뎌지고 나중에 아예 인권감수성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린 국가폭력의 범죄에 대해 다룰 때, 시정이나 대통령, 장관만이 아니라 과도한 충성경쟁을 낳는 것이 관료제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중간관리자들의 행위도 문제 삼아야 한다.
관료제는 철저하게 수직계급화되어 위에서 명령하면 생각하지 않고 수용하고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혹자는 관료제는 행정 관료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므로 합리적인 공무수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관료들은 승진을 위해 부당한 명령이나 자신의 권한을 바탕으로 비리를 저지른다. 선출직 공무원인 시장이나 대통령, 장관에게 잘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 관료제는 사람들의 사유를 멈추게 하고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가리게 한다. 그 결과 자신도 모르는 (아니 부인하는)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괴물을 만든다. 최소한의 인권감수성조차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들이 최소한 괴물이 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그들의 잘못에 대해 인권침해에 대해 진정하고 문제제기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이 시민이 아니라 권력자를 향해 충성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2020년 독일은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9개월 동안 일했던 90대 남성을 기소해 3년을 구형했다. 그가 일할 당시 살해된 유대인 수감자는 5,230명이다. 그들에 대한 살인을 방조했다는 혐의다. 경비원마저 처벌하는 이유는 인권침해에 대해 눈 감으면 안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과태료 부과를 지시했을 것이고, 어떤 인권침해를 벌여서라도 과태료를 부과할 대상을 많이 확보하고 싶은 욕심에 이동을 막으라고 지시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둘의 무게는 다를지라도 최고 권력자든 센터장이든 모두 인권침해한 것은 분명하므로.
오세훈 시장을 비롯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관료제 활용방식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진정하고 소송하는 것이다. 그러한 일은 귀찮고 불편한 일이기는 하지만 인권가이드라인을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최소한 권력 없는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 하는 것을 별일 아닌 것처럼 여기는 문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있다.

['바람이 부는 현장, 움트림' 소식지 18호 2023.4월] 활동가의 편지
*올해부터 바뀐 바람 소식지<바람이 부는 현장, 움트림>의 이름은, 움('이갈리아 딸들'에서의 여성)/ 용틀임/ 움트다 세 단어를 조합한 것으로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용의 기세로 평등한 세상의 싹을 움트게 한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AI 괴물을 만드는 관료제 활용방식
인사권자인 시장과 대통령에게만 충성하는 사람들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5월 3일 평상시와 같이 노들장애인야학을 비롯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활동가들은 아침 8시에 혜화역 승강장에서 아침 선전전을 했다. 출퇴근 승하차 시위와 달리 혜화역 지하철 승강장 선전전은 지하철에 탑승하는 것이 아니라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와 차별에 대해 참여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집회다. 당시 388차였으니 서울교통공사 직원이나 경찰들도 잘 알고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8시 57분 선전전을 마치고 가려는 장애인활동가와 시민들을 서울교통공사 직원인 지하철 보안관들이 쭉 둘러싸더니 감금시켰다. 역사에 스티커를 부착했으니 그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니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황당했다. 과태료는 벌금과 달리 행정처가 부과하는 행정처분일 뿐이다. 경찰들이 공권력을 남용해서 이동을 금지해도 인권침해인데,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어떤 권한도 없는 자들이 사람들을 막아섰다. 명함을 보여줘도 안 된다고 하며 감금을 했다. 과태료는 현행범 체포사안도 아니고 경찰 조서를 써야 하는 것도 아닌데 과태료 부과를 이유로, 공사 직원들이 시민들의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또한 국민생활법령에 나와 있듯이 과태료는 사전고지이고 당사자 이름과 주소만 알면 되는데 신분증이라는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청한 것이다. 절차도 문제고 감금한 내용도 인권침해다. 경찰은 옆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는데도 수수방관했다.
이렇게 자신의 권한을 넘어 장애인활동가들을 마음대로 이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바탕에는 장애인들은 자신과 동등한,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람이라는 존중과 인정이 없기에 가능하다. 무엇보다 고위 공직자, 정치인들이 전장연에 대한 탄압을 공공연히 밝혔기 때문이다. 경찰을 물론이거니와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윤석열 대통령까지 전장연의 시위를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탄압해도 된다는 여러 번의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무리한 인권침해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했다. 그리고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상급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잘 보여야 승진이든 인사고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이렇게 국가폭력은 최고 권력자의 지시와 국가기구의 체계, 그리고 공공기관의 직원을 통해 구체화된다. 따라서 위에서 시켜서 몰랐다고 한다면 이런 일을 비일비재할 것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상급자의 명령이나 시장이나 대통령 심기를 살피는데 급급해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무슨 권한으로 인권침해를 하냐고 물으면 똑같은 답변을 한다. ‘철도안전법’, ‘위에서 지시했다’ 등의 말을 AI처럼 말한다. 철도안전법에 있다는 등의 허술한 법적 근거를 갖고 인권침해를 한다. 그들을 AI 괴물로 만드는 것은 관료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장애인 감금을 규탄하는 선전전에서 오세훈서울시장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감금을 지시한 중간관리자도 피진정인의 대상을 넣으라고 발언했다. 국가폭력의 수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신이 한 인권침해에 대해 더 무뎌지고 나중에 아예 인권감수성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린 국가폭력의 범죄에 대해 다룰 때, 시정이나 대통령, 장관만이 아니라 과도한 충성경쟁을 낳는 것이 관료제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중간관리자들의 행위도 문제 삼아야 한다.
관료제는 철저하게 수직계급화되어 위에서 명령하면 생각하지 않고 수용하고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혹자는 관료제는 행정 관료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므로 합리적인 공무수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관료들은 승진을 위해 부당한 명령이나 자신의 권한을 바탕으로 비리를 저지른다. 선출직 공무원인 시장이나 대통령, 장관에게 잘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 관료제는 사람들의 사유를 멈추게 하고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가리게 한다. 그 결과 자신도 모르는 (아니 부인하는)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괴물을 만든다. 최소한의 인권감수성조차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들이 최소한 괴물이 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그들의 잘못에 대해 인권침해에 대해 진정하고 문제제기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이 시민이 아니라 권력자를 향해 충성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2020년 독일은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9개월 동안 일했던 90대 남성을 기소해 3년을 구형했다. 그가 일할 당시 살해된 유대인 수감자는 5,230명이다. 그들에 대한 살인을 방조했다는 혐의다. 경비원마저 처벌하는 이유는 인권침해에 대해 눈 감으면 안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과태료 부과를 지시했을 것이고, 어떤 인권침해를 벌여서라도 과태료를 부과할 대상을 많이 확보하고 싶은 욕심에 이동을 막으라고 지시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둘의 무게는 다를지라도 최고 권력자든 센터장이든 모두 인권침해한 것은 분명하므로.
오세훈 시장을 비롯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관료제 활용방식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진정하고 소송하는 것이다. 그러한 일은 귀찮고 불편한 일이기는 하지만 인권가이드라인을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최소한 권력 없는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 하는 것을 별일 아닌 것처럼 여기는 문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