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17호] 살랑살랑 '후원회원의 바람' : 홍순성

['바람이 부는 현장, 움트림' 소식지 17호 2023.2월]

살랑살랑 '후원회원의 바람'


아프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현장실습제도의 실상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영화<다음 소희>의 실제 인물인 홍순성 회원님을 만나


그대 이름은 바람 후원회원 홍순성 님 인터뷰 (정리: 명숙)

-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회원, 현장실습생 고 홍수연의 아버지


영화<다음 소희>(2023, 정주리감독)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현장실습생 고 홍수연 님의 아버지 홍순성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다음 소희>가 2017년 현장실습간 LGU+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사망한 홍수연 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보니 여러 단체들과 노조가 단체관람 및 공동체상영을 하고 있고, 홍순성 님을 초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권운동 바람의 후원회원인 홍순성 님께 요즘 근황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자식 앞세우고 나서 제가 죄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수연이가 간 후에는 저를 소개할 만한 게 없네요.


지금 위도에 살고 계시지 않나요?


수연이가 2017년에 가고 얼마 있다 아내까지 세상을 떠났어요. 그 후 조용히 살고 싶어 위도에 있어요. 그때는 정신이 없었지요. 한 6개월 동안은 정신이 없을 정도였어요. 지금은 이제 안정이 돼서 조금 괜찮아요.


2017년에 현장실습대책위에서도 열심히 싸우지 않았나요? 그때 저는 홍순성님을 뵈었는데.


맞아요, 그때 서울도 가고 그랬지요.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니까 앞에 나가서 뭘 할 수도 없었고. 현장실습제도 바꾸자고 열심히 싸웠지요. 그해에는 현장실습으로 사망한 사람이 많아서 더 알려졌는데 조금 여론이 잠잠해지니 정부도 대책을 제대로 안 만들더라구요.변화가 없더라고요


2019년부터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도 함께 하고 있잖아요?


용균이 죽고 나서 유가족들이 앞에 섰어. 그해 유가족 모임을 한번 만나서 가져보면 어떠냐고 해서 내가 나서게 됐지. 같은 유가족이니까 조금 위로도 받고 그래. 어느 정도 좀 차이가 있지만 많이 들으니까 배우는 것도 있고 만나서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 그런데 멀리 사니까 다시는 모임에는 많이 못 가지요.


영화 보고 어떠셨나요? 수연님과 소희 님은 닮았나요?


서울 가서 시사회 때 처음 봤지. 영화에서 옛날 수연이 갈 때 상황이 나오니까. 저수지에서의 그날 생각이 나서 좀 힘들었지요. 소희는 춤을 추는데, 수연이는 운동을 잘했어. 중학교 때 배구를 했는데 괴롭힘 때문에 관뒀지. 그리고 소희처럼 할 말은 하는 성격이었어.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달까. 그러니까 시끄러운 일이 많았지.


<다음 소희>를 보는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사실 영화가 많이 본다고 저한테 어떤 이득이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영화를 많이 봐서 사람들이 현장실습의 현실에 대해서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좀 바꾸어지지. 사람이 죽으면 안 되잖아요.


우선적으로 학생들이 현장실습 나간 곳에 정부가 관리 감독 하러 나갔으면 좋겠어요. 교육부도 책임 안 지고 노동부도 책임 안 지고 서로 책임 넘기잖아요.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해요. 국회도 법을 바꾸고 그러면 좋겠고.


인권운동 바람은 어떻게 후원하게 됐나요?


바람의 명숙 씨가 다시는 활동을 저와 같이 하고 있어요. 그런데 단체 텔방에 작년에 후원회원을 모집한다고 올렸더라고. 그래서 했지. 현장실습제도 개선이나 산재사망 줄이는 운동도 계속 같이 하고 있으니까.


인권운동 바람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처럼 처음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시는 사람들이 죽지 않게, 사람을 소중히 하자는 운동을 계속 해 나가면 좋겠어요.


자주 ‘거시기’로 생각을 표현하는 홍순성 님이라 길게 이야기는 못 나눴지만 목소리에 아프고 힘든 마음이 묻어났습니다. 자식을 앞세운 죄인으로 소개하는 홍순성님을 보며 마음이 아프고 피해유족이 자책하는 세상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람은 처음 마음 잊지 않고 열심히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