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문화제에서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에 분노하며 문화제에서 명숙 활동가가 연대 발언을 했습니다. 발언 전문을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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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라는 인권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명숙이라고 합니다. 여가부 폐지 저지 공동 행동에서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발언할 것을 많이 준비하긴 했지만 (행진으로) 긴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하고 싶은 얘기 중에 한 가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에서 많이 말씀하셨듯이, (신당역 여성살해사건에 대해) "여성 혐오가 아니다, 젠더 폭력이 아니다, 구조적 성차별과 무관하다, 스토킹은 남자도 겪는다," 이런 말들은 다 헛소리라는 거 여기 계신 분들 다 알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얘기는 하려 했으나 빼도록 하겠습니다. (집회 참여자들, 해주세요 요청)


아, 그러면 하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가 너무 좋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입 닥칠 것을 요구하는 저들, 우리에게 조용히 침묵하라고 요구하는 저 가부장적 사회와 기업과 정부에게 우리가 모여서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너무나 좋습니다. 밤을 새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와. 환호성) 내일 일을 해야 되니까 밤을 새지 말고요.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에 경청하며 어떻게 끝까지 싸울 것인지, 어떻게 이 성폭력 사건을 정치의 의제로, 노동의 의제로 만들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에서 구조적 성차별을 지우려는 이들에게 경고하고 싶습니다. 신당역 여성 살해는 스토킹 범죄이지 젠더 폭력이나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작년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 816명 중 남성은 82%나 나타났습니다. 그중에 피해자는 85.8%가 여성입니다. 이렇듯 스토킹 범죄에 드러난 구조적 성차별은 젠더 폭력의 성격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토킹 범죄지 젠더 폭력이 아니다 라고 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고 조작입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 피해자 중에 93%가 여성입니다. 성폭력은 구조적 성차별이자 젠더 폭력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정부와 그리고 기업주 그리고 가부장적인 이 사회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저는 이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추모제 제목에도 나왔듯이 일터에서도 여성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가 얘기했듯이 거리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인하된 성폭력 사망 사건을 얘기하듯이 학교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모든 곳이 안전하지 않습니다. 여성에게 국가는 없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여성이 일하다 죽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성폭력적, 성차별적 문화를 근절하는 것입니다. 성폭력 근절은 여성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성차별적 관행의 개선 없이 여성의 노동권 보장, 안전권 보장은 없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이직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직장 내 성폭력과 직장 내 성희롱입니다. 좋은 일자리는 성폭력이 없는 직장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네, 그래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 안전을 위해서도 성폭력 성희롱 문화가 없는 직장을 만들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과 국가가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여성 노동자의 고용안정이 보장되고 일자리의 질도 보장됩니다.


물론 대면 서비스하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서 2인 1조 같은 거 당연히 필요하지요. 지하철에 2인 1조 필요합니다. 여성도 남성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2인 1조가 된 듯 성차별적인 (공공)기관 운영이 계속된다면 여성 혐오에 기반 한 여성 살해는 막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2인 1조로 한다 하더라도 가해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지를 아는데 여성 근무지가 아니라 퇴근길 거리에서 살해당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2019년 우리는 근본적인 사회구조적 살해에 대해서 얘기한 바가 있습니다. 여러분 잘 아시는 청년발전비정규직 김용균 님이 돌아가셨을 때 우리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비정규직이어서 죽었다!’


(2010년)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산재사망사건의 80%가 하청 비정규직이랍니다. 그래서 비정규직이라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는 게 여성이라서, 성차별해서 죽는 거 맞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이것은 여성이어서 죽었습니다. 아무리 2인1조를 한들 성차별적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구조적 성차별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안전하게 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장 내 성폭력 문제는 여성의 의제만이 아니라 노동의 의제고, 모든 노동조합이, 정치권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중요한 노동 의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동의하십니까? (네!)


그런데 이건 여성만의 의제인양 노동조합도 정치인도 그렇게 한다라면 우리는 이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산재 처리가 된다고 해서 이 문제는 끝나지 않습니다. 저는 그래서 오늘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라는 말에 너무나 가슴이 설렜습니다. 2인1조 마련하는 것으로 산재 처리되는 것으로 이 싸움을 끝낼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환호)


아까도 계속 말씀드렸듯이 지하철 공사 사장이 사과는커녕 여성들을 숙직에서 당직에서 배제한다는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습니다. 한심하기 이를 길 없습니다. 이 한심한 것이 어떻게 기능할지 우리는 또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역차별 논란이 있겠죠. 그리고 여성들은 또 그렇지 않아도 (서울교통)공사가 채용하지 않는데 공사들이 더 채용하지 않겠죠. (당직) 인력 운운하면서요.


저는 나가서 산재 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우리의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근로복지공단이 발표한 거에 따르면, 최근 2013년도부터 2017년까지 직장 내 성폭력을 따른 산재 신청은 23건이었다고 합니다. (산재인정은 21건, 산재인정률91.3%) 물론 지금은 더 늘었을 수도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 신고는 많은데 이것을 산재신청하지 않습니다. 산재신청하는 거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못할까요?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 2차 가해 많기 때문 아닙니까? 산재 신청 1건을 따냈다고 이 싸움을 끝낼 수 없습니다. 이것은 노동의 의제이고 그리고 이것은 삶의 안전제의 문제이고,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평등의 의제이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 한국노총도 왔고 주교 민주노총도 왔더라구요. 중요한 노동 의제로 설정해 줄 것을 제안드립니다. 제발 중용한 운동의 의제가 직장 내 성폭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 길에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