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등록으로 있는 거죠?" - 이주노동자평등연대 6월 뉴스레터_ 미등록 이주노동자 이야기-두번째


우리가 알아야 할 미등록 이주노동자 이야기-두번째


“왜 미등록으로 있는거죠?”

 

한국은 3면이 바다이고 북쪽에는 휴전선이 있어 체류자격 없이는 출입국이 어려운 나라입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는 미등록 이주민은 원래 등록 이주민이었다가 체류자격을 상실하고 미등록이 된 분들이지요.

그런데 왜 이주민은 체류자격을 상실하고 미등록 이주민이 되는 걸까요? 저도 이주인권 활동을 갓 시작하면서 궁금했던 질문이에요. 그러다 다양한 이주민분들을 만나면서 이분들이 미등록으로 미끌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만난 이주민분들의 이야기 일부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1. 한국 노동현실과 달랐던 기획사의 제안

 

시나몬은 한국에서 거주 중인 미등록 이주민입니다.

출신국가에서 남편과 살며 아들을 키웠는데, 남편이 갑작스레 사망해 홀로 가족을 책임져야 했지요.시나몬은 밴드 보컬로 활동할 정도로 노래를 정말 잘했습니다. 그러다 한 기획사가 시나몬에게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한국의 K-컬쳐(드라마, 노래 등)은 그 당시에도 유명했기 때문에, 노래하며 큰 돈을 벌수 있다는 기획사의 말은 매우 달콤했어요. 좋아하는 노래로 가족을 부양하고 미래를 꿈꿀만큼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시나몬은 출신국가에서 연습생 기간을 거쳐 E-6(예술흥행비자)로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부푼 꿈을 갖고 한국에 온 시나몬. 하지만 기획사가 연결해 준 곳은 미군을 주 고객으로 운영하는 클럽이었습니다. 시나몬은 술시중을 들어야 했습니다. 일부 선배들은 성노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나몬은 연습생 기간 동안 투자받은 돈(생활비, 교육비, 숙식비 등)을 기획사에 갚아야 했기에 이 악물고 그곳에서 남으려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해도 돈은 모두 기획사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상상과 달랐던 한국 생활은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시나몬은 가족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노래하며 돈을 벌 수 있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에 와 열심히 일했지만, 남은것은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과 텅 빈 지갑 뿐이었습니다.

어느날 기회가 생겨 클럽에서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괴로운 곳을 떠나 자신답게 살기 위해 클럽에서 도망쳤더니 시나몬은 미등록 이주민이 되었습니다. 클럽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체류자격인 예술흥행비자를 연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요? 결국 시나몬은 생존을 위해 그리고 본국에 있는 가족 부양을 위해 친구의 도움으로 공장에 취업했습니다. 그렇게 시나몬은 미등록 이주민이 되었습니다.

 

2.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었던 고용허가제 노동자

 

제이슨은 고용허가제(EPS)를 통해 입국한 미등록 이주민입니다. 고용허가제는 한국의 노동비자 제도로 사업장 이동에 제한이 있고 연장 기한도 제한되어있습니다. 사업주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사업장을 변경하거나 제한 횟수를 넘기면 미등록 이주민이 됩니다.

제이슨은 출신국가에서 작은 규모로 목축업을 했습니다. 소꿉친구와 결혼을 해 5개월된 아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작은 땅이 있었기에 대학교를 다니면서 물려받은 땅에서 소를 키웠지요. 그러다 한국에서 목축업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은 단시간에 빠르게 성장한 국가인 만큼 한국에 가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고요. 학교를 다니면서 목축업도하고 한국어도 공부하며 EPS 준비를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돈을 EPS 준비를 위해 투자했습니다. 학원비부터 매칭 대기 기간동안의 생활비, 입국을 위한 비용 등 큰 비용이 들었지만 제이슨은 한국에서 금방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입국했습니다.

많이 배우기 위해 열심히 보고 듣고 노동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제이슨은 목축업에 대해 크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1년에 휴일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일을 했습니다. 400마리의 소에게 사료를 주고 주사 맞히는 일을 했습니다. 사장의 가족들이 나머지 일들을 해서, 제이슨은 자신이 맡은 일 외는 잘 모릅니다. 목축업의 큰 그림, 에코나 동물복지 목축업 등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었던 제이슨. 하지만 제이슨은 기대와 다르게 그저 기계 부품처럼 매일매일 자신이 맡은 일만 죽어라 반복했습니다.

기술도 못 배우니 돈이라도 많이 벌어야 하는데, 수당도 따로 없고 최저임금을 받았습니다. 건강보험도 제이슨이 내야 했습니다. 사장에게 오늘 쉬고 싶다고 해도, 사람이 없으니 일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숙소도 더려웠습니다. 숙식 숙박을 농장에서 제공해주었는데, 오물이 숙소 밑으로 지나가서 악취가 심했습니다. 농장이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서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얘기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사장에게 말을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는 고립감이 더 컸습니다. 악착같이 버텨 3년을 일했습니다. 그러다 다른 이주노동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고, 자신이 매우 불합리한 상황에서 노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업장 이동을 원했지만 허락해주지 않은 사장 때문에 고민하던 제이슨은, 결국 일하던 농장에서 나와 다른 곳에 취직을 하며 미등록이 되었습니다.

 

3. 한국에 자녀가 있어도 미등록 신세

 

한국 남성과 결혼해 10년을 넘게 살면서 두 자녀를 함께 키웠던 솜차이씨. 결혼하고 남편 업무 때문에 외국에 나가서 살았습니다. F6(결혼이민)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현지 한국대사관을 갔지만, 결혼비자는 솜차이씨 본국이나 한국에서만 연장할 수 있다며 연장해주지 않았습니다. 솜차이씨는 단기관광비자로 가족과 함게 한국에 들어오게 됐지만, 안타깝게도 남편과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남편의 도움을 못 받아 비자를 연장하지 못한 채 일하던 솜차이씨는 미등록 단속에 걸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고 말았습니다. 

 

이들 모두 체류자격을 가지고 입국했지만 한국의 법과 제도 때문에 미등록으로 미끄러졌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분들이 수 많은 이유로 미등록이 됩니다.

출신국가에서 특정 종교를 믿는단 이유로 가족이 납치되고 마을에서 폭력을 겪으며 실질적인 목숨의 위협을 받은 코난. 한국으로 망명 왔지만 난민으로 인정 받지 못해 결국 한국에서 체류자격 없이 살고 있는 난민신청자이자 미등록 이주민입니다.

한국에서 체류자격을 가지고 일을 하던 에리카. 임신 중독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가 며칠을 입원하여 치료와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가 체류기간이 도과되어 미등록이 되었습니다. 하루라도 도과되면 범칙금을 내고 출국해야하는 한국의 출입국법. 긴급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범칙금을 내고 출국하라고만 말하는 출입국.

 

국내 체류 이주민 중 17.7%가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위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 한국의 이주민 차별적인 법과 제도가 수많은 이주민의 체류자격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아무도 미등록이 되고 싶어서 미등록으로 체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체류자격을 포기하게 만드는 이주민 정책. 이주민 정책의 문제를 꼬집고 개선해 나가야만 이주민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부디 오늘 글을 통해 만나게 된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기억해주세요. 한국 사회의 필요로 초대한 이주민들에 대한 책임을 사회가 함께 질 수 있도록 동행해주세요! 우리가 함께한다면 또 다른 시나몬과 제이슨이 생기지 않도록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을거에요!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2007년여수화재참사 대응 이후에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연대회의를 확대 개편하여 만들어진 ‘이주공동행동’의 활동을 이어서 2021년 만들어진 연대체입니다. 이주노동자 이슈를 중심으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 이주노동자 노동3권 쟁취, 노동허가제 실현, 이주노동자 조직 확대, 미등록 노동자 체류허가 부여, 인종주의 철폐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 소속단체 :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운수노조사회복지지부 이주여성조합원모임,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용산나눔의집, 민변노동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센터친구,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