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 여성파업에 참여하는 이유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 여성파업에 참여하는 이유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일을 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이 하는 노동의 대가는 항상 낮게 평가받습니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 1위를 26년이나 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임금만 적게 받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의 노동은 사회적으로도 의미 없는 노동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게다가 일터에서 받는 유급 노동만이 아니라 집에서도 무급으로 가사돌봄노동을 합니다. 아내라서, 엄마라서, 맏딸이라서, 비혼이라서 이유같지 않은 이유들로 여성에게 가사돌봄노동을 전가합니다. 


그런데 만약 여성들이 일을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의미하거나 가치가 낮다고 평가절하되던 노동을 멈추니 여성이 해왔던 일들의 무게가 드러납니다. 실제 1975년 10월 아이슬란드에서 여성임금격차와 성차별, 성폭력에 반대하며 파업을 했습니다. 그러자 학교와 유치원, 심지어 신문사까지 멈췄습니다. 여성들이 집에서 가사돌봄노동을 안 하자 남성들이 집에 가서 밥을 하고 아이를 돌봐야 하니 지각을 하기도 하니 일터에서도 일이 제대로 돌아가기가 어려웠어요. 그 후 현재 아이슬란드는 성평등 1위 국가가 됐습니다. 


현 한국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며 여성인권정책을 후퇴시키고 성평등 예산을 삭감하고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심각한 성차별이 더욱 나빠졌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여성혐오와 성폭력이 증가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낙태죄는 폐지됐지만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권을 위한 유산유도제를 아직도 식약처는 도입하고 있지 않으며,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정치파업을 노조법에서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성평등, 성차별이라는 기치로 파업을 하면 불법이 되는 나라입니다. 쟁의권을 갖고 파업을 하기 어려워서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법적 파업은 못하더라도 연차와 조퇴 등의 방법으로 여성파업에 참여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무급으로 집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3월 8일은 가사돌봄노동을 멈추고 참여하실 겁니다. 


이번 여성파업은 전통적인 노조 파업과는 다릅니다. 단지 일터의 노동을 멈추는 것만이 아니라 가사돌봄 노동, 성별화된 노동을 멈추는 것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만든 차별과 착취를 드러내는 파업입니다. 또한 이번 2024년 여성파업조직위의 요구안에는 여성의 임신중지권 보장 등 재생산 영역을 담았습니다. 자본주의체제는 상품과 이윤 논리에 따라 생산영역의 가치만을 중시하지만, 인간의 삶은 생산영역과 재생산영역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파업에는 생물학적 여성만이 아니라 논바이너리 등 성소수자도 함께 합니다. 성별이분법과 정상가족주의는 성차별을 용인하는 가부장제도의 기제 중 하나임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끝으로 여성파업 참가자들은 장애인의 노동을 평가절하하는 자본주의제도에 맞서 장애인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외칠 것입니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