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바람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의무는 '전파 차단'만이 아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의무는 '전파 차단'만이 아니다

[인권의 바람] 치료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역 대책을 구축해야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33112042426113 2022.03.31.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저희 어머니는 여전히 에크모를 달고 있는데 음압 병동에서 다른 병실로 옮겨졌을 뿐인데, 코로나가 완치되었다고 합니다. 여전히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데 코로나 완치확인서가 발급되었습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 모임에서 나온 발언이다. 에크모(ECMO, 인공심폐기)를 달고 있는데도 코로나가 완치되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격리해제 기간은 전파 정도에 대한 판단기준이지 완치 여부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격리해제 기간이 지나면 코로나가 완치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가 코로나에 감염된 두 달 동안 입원해 있는 동안 치료비만 3600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무상으로 코로나 치료는 지원하고 있음에도 엄청난 치료비용이 든 이유는 무엇일까. 격리해제 기간 이후에는 코로나로 인한 감염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한다. 격리해제 기간이 지나서도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질병이 낫지 않는다면 코로나 치료를 위한 지원이 이어져야 마땅하다. 코로나 방역 대책은 치료접근권 보장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역 대책은 오미크론으로 위중증환자 수가 줄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신뢰조차 무너뜨린다. 오미크론이 중증도가 낮다며 지난 1월부터 격리해제 기간은 20일에서 7일로 단축했다. 코로나감염으로 인한 질병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면역력이 약하면 심각한 상태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의무는 전파차단만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한 중증도가 높은 환자에 대한 국가 지원도 해야 한다.


거리 두기 중심이 아닌 치료중심의 방역 대책으로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방역 대책을 거리 두기 중심으로 짜는 것 같다. 조만간 논의되는 새로운 방역 대책은 '카페, 식당 영업시간 제한 풀기'만 언급되고 있다. 위중증환자나 사회적으로 배제된 소수자집단, 권리 취약층에 대한 대책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오미크론 증상이 약하다며 재택치료중심으로 짠 후 상황은 어떻게 변했는가. 심지어 재택치료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이나 홈리스에 대해서도 재택치료가 중심이다. 집에서 신체활동을 지원할 사람이 필요한 장애인이나 쉴 수 있는 안정적인 주거가 없는 홈리스들에게 재택치료를 하라는 건 치료가 아니라 방치다. 


물론 지침에는 경증인 자나 주거 취약계층인 노숙인 등은 생활 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쪽방 지역 주민들이 확진 이후 임시생활 시설, 생활 치료센터 입소 안내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3월에도 한 동자동 쪽방 주민은 확진 이후 보건소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본인이 쪽방에서 살고 있음을 알렸음에도 생활 치료센터 등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결국 화장실 없고 환기도 어려운 좁은 방에서 수일 동안 자가 격리된 상태로 지내야 했다. 또한 코로나 증상이 갑자기 심해지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생활 치료센터로는 부족하다. 중증장애인도 병상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택치료나 이송 중 사망하는 사례도 늘고 많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의 집단감염은 심각하다. 감염된 노인 환자를 방치하는 것 같다는 요양보호사나 의사들의 증언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돌봄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코로나 양성인 요양보호사의 출근을 강요하는 병원도 있다. 상호감염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요양병원에 확진자가 많아져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이송하지도 못한 채, 요양병원에서 집단관리(코호트 격리)되는 경우가 많다. 기저질환이 있고 면역력이 낮은 노인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격리된 채 폐렴으로 악화하다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병상에서 치료하다가 사망하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방역대책본부도 3월 21일 5주간 요양원과 주야간보호센터 등 요양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총 410건 발생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료병상은 충분히 감당 가능하며, 코로나 의료체계는 괜찮다고 한다. 


심지어 코로나 확진 환자의 수나 사망자, 위중증 환자가 늘고 있음에도 정부는 감소 추세라고 발표한다. 3월 30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다소 변동은 있으나 전반적으로 확진자 발생 자체는 감소하고 있다"며, "의료체계 가동률은 관리범위 내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중증환자 치료에 충분히 대응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도 한국의 확진자 수는 일일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감염자 수 4명 중 1명에 달하며 하루 평균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앞선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코로나19로 사망해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격리해제 된 후 사망한 코로나 환자들은 면 코로나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장 의료진과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과 정부의 판단은 너무나 다르다. 수많은 요양보호사와 의사, 간호사들이 부족한 인력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보지 않는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세울 리 없다. 거리 두기 완화를 위한 목적으로 사망자와 환자 수를 줄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방역 대책은 종합적이어야 하며, 인권 중심이어야 한다. 


어제(3월 30일)도 코로나 432명이 사망했고 42만 명이 감염됐다. 사망자를 대할 때 정부 당국은 이들이 단지 숫자가 아니라 존엄한 사람의 생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주와도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이 죽은 것이다. 단 한 명의 목숨도 지키겠다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단지 통계로만 접근할 때 사망자는 가려지고 방치된다. 치료 중심의 방역 대책으로 바꾸어야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위중증환자 치료지원 기준 바뀌어야


정부는 더는 말로만 위중증환자를 중심으로 관리하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실제 위중증환자를 치료할 병상과 의료인력 그리고 치료비 지원이 있어야 한다. 중앙방역 대책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입원 격리(재택)치료비 지원 업무 8판>(2022.2.18.)에 따르면 지원 목적은 "감염병이 타인에게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가 및 지자체가 치료비를 지원함으로써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원 기간도 재택치료를 시작한 날부터 격리 해제된 날로 한정되어 있다.


일률적으로 격리 기간만 지원하는 방침 때문에 감염으로 생사를 오가는 위중증환자조차도 치료비가 무서워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거나 엄청난 치료비를 개인이 감당하도록 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심지어 인공호흡기와 에크모를 달 정도로 위중한 상태여서 지원을 문의한 환자 보호자에게 '기저질환 치료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모욕적인 답변을 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우리를 절망하게 한다. 


재난 시기야 말로 국가의 존재 이유가 드러나는 때다. 더 그 책임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코로나 2년이 지나는 동안 고위험군과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들의 동등한 치료접근권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에 미래는 있을 수 없다. 공중보건 위기에서조차 각자도생하라고 한다면, 누구를 믿고 무엇에 의지할 수 없는 사람들은 삶을 꿈꿀 수 없다. 야만과 다를 바 없다. 공공의료 시설과 의료인력을 확충하여 모두가 안전하고 안정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먼저 치료비 지원 지침부터 감염환자의 건강과 회복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의 치료접근권 보장을 중심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이 발표되는 방역 대책에 위중증환자 치료 지원 및 사회적 소수자 치료접근권 보장 방안이 포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