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숙 칼럼] “국민이 죽어가는데 도대체 뭘 하시는 겁니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머뭇거리는 국회에 인간으로서의 ‘상식’을 요구한다
https://www.vop.co.kr/A00001532392.html (2020-12-09)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국회는 왜 있는 거고 나라는 왜 있는 겁니까? 국민이 죽어가는 데 도대체 뭘 하시는 겁니까!”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
“산재 유가족들, 한 번쯤은 죽음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제가 죽지 않고 이렇게 있는 것은 내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고 이한빛의 아버지 이용관 씨
2020년 국회가 또 다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쓰레기통으로 처넣지 못하도록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소속 유가족들이 지난 7일 국회의사당에서 농성에 들어가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나는 그들의 발언 영상을 보면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함께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활동을 하며 그들의 일상을 아픔을 옆에서 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하나의 문장 뒤에 담겼을 수많은 고통의 나날들, 몇 년이 지나도 잠 못 이루는 나날들, 죽음을 몇 번이고 떠올렸던 날들…….
이제 돌아갈 일상은 사라졌다고 말하는 청년건설노동자 고 김태규님의 누나 김도현 씨처럼 한 사람의 죽음은 한 명의 일상만을 앗아가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국회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아무도 죽음의 무게로 고통 받지 않도록 법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10일 김용균 추모2주기를 앞두고 국회 상황이 심각해 추모주간 행사도 참석하지 못하고 싸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니 김미숙 씨는 말했다.
“김용균재단을 만들 때는 추모만 하려고 만든 게 아니에요.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없게 하는 법을 만들려고 한 거니까요. 싸우려고 만든 거니까요. 용균이도 엄마가 그러는 걸 원할 거예요.”
그 말을 하는 얼굴과 표정은 단호했다. 그는 아들의 생일날, 마석 모란공원 묘지 앞에서도 말했다.
“꼭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서 여기 다시 올게.”
‘다시는’ 다른 가족들도 한숨도 못 자며 국회농성을 준비했다. 김용균 추모제에서 너무나 눈물을 흘려 진이 빠졌던 탓이기도 하고 그리움과 고통이 밀려와서 그렇기도 했다. 이들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마음으로 농성을 준비했다. 가족이 죽기 전까지 집회며 시위며 이런 건 전혀 몰랐던 이들이 태반이라, ‘농성’이라는 낯선 것을 하려면 뭘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국회에 들어갈 때 출입 신청서 사유란에 ‘농성’이라고 쓰면 안 된다는 조언을 해야 할 정도로, 그들은 세상의 권력과 싸운 경험이 많지 않다. 그런 그들이 이윤만 탐하는 기업과 그런 기업인들을 옹호하는 정치인들과 맞서려고 국회에 들어갔다.
사람을 죽이는 기업활동은 필요없다
유족들은 기업이 이윤을 더 탐하느라 안전 설비도 관리 감독도 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거리를 누비면서 법 제정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그 결과 지금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국민동의가 58%가 넘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그릇된 행태로 노동자나 시민들이 죽는 경우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는데 지지가 높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가 만든 법, 즉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죽으면 기업과 공무원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법 입법청원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해 국회에서 발의됐다. 정의당 강은미의원 대표발의안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의원 대표발의안, 그리고 국민의 힘 임이자의원 대표발의안까지 관련 법안이 총 4개나 발의됐다. 처벌의 대상과 수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적어도 노동자 안전에 대한 의무가 기업에 있고 산재사망사고가 나도록 한 기업주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같다.
그러나 오늘(12월 9일) 정기국회가 끝나는데도, 지난 7~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엔 중대재해법 제정안은 없었다.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국민의힘과 공수처법 통과만을 염두에 둔 민주당이 있었을 뿐이다. 공수처법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공수처법을 ‘전가의 보도’인 양 생각하는 정부 여당의 태도다. 말로만 중대재해법이 필요하다고 하는 국민의힘의 행태다.
더 분명하게는 중대재해법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면서도, 기업들이 이 법이 있으면 경영이 힘들어진다고 반발하자 태도를 바꾼 민주당이다. 현재 민주당은 당론으로 중대재해법 제정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에 미흡한 점이 많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수는 138명이다.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 제정안 발의에 동참한 민주당 의원은 45명이다. 이것이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사람을 살리는데 골몰하기보다 정권을 살리는데 골몰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
유족들과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말한다. 노동자를 죽여서 벌어들이는 돈은 필요 없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 활동은 중단돼야 한다고. ‘일하다 죽는 것은 흔한 일’이라는 잘못된 통념을 깨야 한다. 여기서 물러서기에는 연일 죽음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한 화물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회사는 안전 장비 하나 없이 일을 시켰고, 게다가 원래 화물노동자가 할 필요 없는 일을 시켜서 그는 죽었다. 그런 방식으로 공기업이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으며 돈을 벌었다. 지금 우리가 국회와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상식’이다. 사람을 죽이는 기업 활동은 대한민국 땅 어디에도 발 딛게 해서는 안 되고, 그런 기업주는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국회의사당 안에서 산재 유가족들이 싸우는 동안, 국회 정문 밖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이태의와 김주환, 한 명은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다른 한 명은 특수고용노동자다. 이들은 더 이상 매일 옆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죽어가는 걸 볼 수 없다며 단식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는지도 모른다. 가족과 동료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를 견딜 것인지 아니면 바꿀 것인지. 유가족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그것이 생명과 정의의 길이라고 믿고 있다. 시민들도 작은 힘을 모아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해 나서자. 정치인들을 압박해야 한다. 기업 눈치가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의 눈치를 보게 해야 한다. 부디 내년 김용균 3주기 추모제에서는 우리가 함께 조금은 달라진 세상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다.
[명숙 칼럼] “국민이 죽어가는데 도대체 뭘 하시는 겁니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머뭇거리는 국회에 인간으로서의 ‘상식’을 요구한다
https://www.vop.co.kr/A00001532392.html (2020-12-09)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국회는 왜 있는 거고 나라는 왜 있는 겁니까? 국민이 죽어가는 데 도대체 뭘 하시는 겁니까!”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
“산재 유가족들, 한 번쯤은 죽음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제가 죽지 않고 이렇게 있는 것은 내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고 이한빛의 아버지 이용관 씨
2020년 국회가 또 다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쓰레기통으로 처넣지 못하도록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소속 유가족들이 지난 7일 국회의사당에서 농성에 들어가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나는 그들의 발언 영상을 보면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함께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활동을 하며 그들의 일상을 아픔을 옆에서 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하나의 문장 뒤에 담겼을 수많은 고통의 나날들, 몇 년이 지나도 잠 못 이루는 나날들, 죽음을 몇 번이고 떠올렸던 날들…….
이제 돌아갈 일상은 사라졌다고 말하는 청년건설노동자 고 김태규님의 누나 김도현 씨처럼 한 사람의 죽음은 한 명의 일상만을 앗아가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국회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아무도 죽음의 무게로 고통 받지 않도록 법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10일 김용균 추모2주기를 앞두고 국회 상황이 심각해 추모주간 행사도 참석하지 못하고 싸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니 김미숙 씨는 말했다.
“김용균재단을 만들 때는 추모만 하려고 만든 게 아니에요.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없게 하는 법을 만들려고 한 거니까요. 싸우려고 만든 거니까요. 용균이도 엄마가 그러는 걸 원할 거예요.”
그 말을 하는 얼굴과 표정은 단호했다. 그는 아들의 생일날, 마석 모란공원 묘지 앞에서도 말했다.
“꼭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서 여기 다시 올게.”
‘다시는’ 다른 가족들도 한숨도 못 자며 국회농성을 준비했다. 김용균 추모제에서 너무나 눈물을 흘려 진이 빠졌던 탓이기도 하고 그리움과 고통이 밀려와서 그렇기도 했다. 이들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마음으로 농성을 준비했다. 가족이 죽기 전까지 집회며 시위며 이런 건 전혀 몰랐던 이들이 태반이라, ‘농성’이라는 낯선 것을 하려면 뭘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국회에 들어갈 때 출입 신청서 사유란에 ‘농성’이라고 쓰면 안 된다는 조언을 해야 할 정도로, 그들은 세상의 권력과 싸운 경험이 많지 않다. 그런 그들이 이윤만 탐하는 기업과 그런 기업인들을 옹호하는 정치인들과 맞서려고 국회에 들어갔다.
사람을 죽이는 기업활동은 필요없다
유족들은 기업이 이윤을 더 탐하느라 안전 설비도 관리 감독도 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거리를 누비면서 법 제정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그 결과 지금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국민동의가 58%가 넘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그릇된 행태로 노동자나 시민들이 죽는 경우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는데 지지가 높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가 만든 법, 즉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죽으면 기업과 공무원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법 입법청원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해 국회에서 발의됐다. 정의당 강은미의원 대표발의안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의원 대표발의안, 그리고 국민의 힘 임이자의원 대표발의안까지 관련 법안이 총 4개나 발의됐다. 처벌의 대상과 수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적어도 노동자 안전에 대한 의무가 기업에 있고 산재사망사고가 나도록 한 기업주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같다.
그러나 오늘(12월 9일) 정기국회가 끝나는데도, 지난 7~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엔 중대재해법 제정안은 없었다.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국민의힘과 공수처법 통과만을 염두에 둔 민주당이 있었을 뿐이다. 공수처법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공수처법을 ‘전가의 보도’인 양 생각하는 정부 여당의 태도다. 말로만 중대재해법이 필요하다고 하는 국민의힘의 행태다.
더 분명하게는 중대재해법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면서도, 기업들이 이 법이 있으면 경영이 힘들어진다고 반발하자 태도를 바꾼 민주당이다. 현재 민주당은 당론으로 중대재해법 제정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에 미흡한 점이 많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수는 138명이다.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 제정안 발의에 동참한 민주당 의원은 45명이다. 이것이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사람을 살리는데 골몰하기보다 정권을 살리는데 골몰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
유족들과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말한다. 노동자를 죽여서 벌어들이는 돈은 필요 없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 활동은 중단돼야 한다고. ‘일하다 죽는 것은 흔한 일’이라는 잘못된 통념을 깨야 한다. 여기서 물러서기에는 연일 죽음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한 화물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회사는 안전 장비 하나 없이 일을 시켰고, 게다가 원래 화물노동자가 할 필요 없는 일을 시켜서 그는 죽었다. 그런 방식으로 공기업이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으며 돈을 벌었다. 지금 우리가 국회와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상식’이다. 사람을 죽이는 기업 활동은 대한민국 땅 어디에도 발 딛게 해서는 안 되고, 그런 기업주는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국회의사당 안에서 산재 유가족들이 싸우는 동안, 국회 정문 밖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이태의와 김주환, 한 명은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다른 한 명은 특수고용노동자다. 이들은 더 이상 매일 옆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죽어가는 걸 볼 수 없다며 단식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는지도 모른다. 가족과 동료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를 견딜 것인지 아니면 바꿀 것인지. 유가족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그것이 생명과 정의의 길이라고 믿고 있다. 시민들도 작은 힘을 모아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해 나서자. 정치인들을 압박해야 한다. 기업 눈치가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의 눈치를 보게 해야 한다. 부디 내년 김용균 3주기 추모제에서는 우리가 함께 조금은 달라진 세상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