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바람공공성 없는 사회, 우리는 어디서 살 수 있고 안전할 수 있는가

공공성 없는 사회, 우리는 어디서 살 수 있고 안전할 수 있는가

[인권의 바람] 윤석열 정부의 주거복지 예산안과 공공기관 민영화‧구조조정


안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http://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113016031101795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문구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예산안이 정말 모든 사회 구성원을 품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모든 사람은 적정한 주거에서 살 권리,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권리, 일상에서 안전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국가는 모두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이 있다. 사회구성원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것들을 국가 책임으로 두는 이유다. 공공성은 최소한의 인권 박탈을 막기 위한 것이다.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모두의 집과 노동, 안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함에도 윤석열 정부는 그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가난한 사람,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밀어내며 만든 자리에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채우고 있다.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 계획으로 10만 명이 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공동파업을 하고, 정부의 예산안 축소 시도에 반대하는 이들이 국회 앞에 농성장을 꾸렸다.


모두의 주거권, 내놔라 공공임대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면서 제시한 120대 국정과제를 통해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복지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공공임대주택 연평균 10만 호를 공급하고 쪽방 거주자 등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주 지원을 강화한다고 했다. 정부는 '건전재정'과 '약자복지'를 강조하며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년 대비 30% 이상에 달하는 5조 7000억 원의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한 안을 가져왔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없는데 과연 주거취약계층이 갈 수 있는 집이 '집' 다울 수 있을까.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쪽방촌과 서울역 광장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홈리스들, 반지하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가족을 우리는 기억한다. 전염병과 기후재난의 영향을 가장 빠르게 받은 사람들은 거리 노숙인, 쪽방촌과 반지하 거주민 등 주거취약계층이었다. 이주 지원금을 받더라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없는 사회에서, 이들은 더 취약한 곳으로 밀려날 뿐이다.


정부는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사업 등 분양 지원 정책 예산을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분양 사업이라는데 누가 그 집을 살 수 있을까. 8억짜리 집을 6억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시민은 큰 빚을 져야 정부가 마련한 주택을 살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저임금 노동자, 청년 등 가난한 사람들은 최저주거기준에 겨우 맞는 약 4평짜리 원룸을 전전하게 된다. 이마저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더 비좁은 쪽방과 고시원, 거리로 나가게 된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수혜자 다수인 무주택 저소득층과 주거취약계층을 더 좁고 불안정한 곳으로 내모는 정부 예산안이다. 뿐만 아니라 치솟는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모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해 주거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국가책임을 회피하는 예산안이다.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구호처럼 예산 없이 권리는 없다. 국가는 예산 측정과 집행으로 사회적 소수자를 포함한 모두의 권리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 


국회가 정부의 삭감 예산안을 바로 잡을 것을 촉구하며 당사자들과 사회단체가 46일째(12월 1일 기준) 국회 앞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대주택 예산 전액을 복구하는 증액안을 의결하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국토위 의결 당시 불참하며 퇴장한 바 있다. 예산안을 증액하려면 정부 동의가 필요한데 예결특위에 상정된 예산안을 제대로 의결할지 우려된다.


모두의 안전, 공공기관 민영화‧구조조정 맞선 파업 투쟁

지난 11월 23일부터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대정부 공동파업에 나섰다. 지하철, 병원, 다산콜센터, 서울시 사회서비스 등 현장의 노동자들은 국가책임 강화와 국민안전 실현을 위해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확대를 요구하며 공동파업을 하고 있다. 


공공기관 민영화와 구조조정 저지는 공동파업의 핵심 요구 중 하나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민영화'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민간협력 강화", "민간 플랫폼 연계" 등의 말을 반복하며 그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정책 자료마다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구조조정이다. 이 같은 태도는 윤 정부 출범 때부터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7월 27일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공기관 혁신 방향>에서 120대 국정과제에 따라 구조개혁 추진, 민간협력 강화 등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지자체 대행사업이 민간과 경합하는 경우는 민간위탁으로 전환하고, 자체사업이 민간과 경합하는 경우는 민간이양 등을 추진"한다는데 민영화는 부정하고 있다. 


7월 29일에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는 인건비 지출 소요 최소화와 함께 "기능조정에 따른 조직·정원의 조정은 올해 12월말까지 마무리" 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분석에 따르면, 정원 감축이 이뤄지는 기관은 전체 370곳 중 228곳이며 인력 감축 규모는 현재까지 6786명이다. 이 규모는 기획재정부의 추가 감축 요구로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정부는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이러한 공공기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의 노동자들과 동료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공공부문의 국가책임이 축소되어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 받게 될 것이다. 학교 돌봄이나 장애인 활동 지원 등을 통해 취약계층 누구나 돌봄을 받아야 하고, 누구나 지하철과 철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에서 필수적인 영역인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보장과 충분한 인력 보장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그러므로 국가의 책임이 중요하다. 


예컨대 정부가 1000여 명의 인원 감축을 예고한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매년 운영선로가 증가하는데 반해 철도노동자 수는 증가하지 않았다. 인력이 부족하여 현장의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 강도에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5일 오봉역에서 화물열차 연결‧분리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고, 11월 6일에는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무궁화호가 탈선하여 승객 34명이 부상을 입었다. 철도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인력 부족 문제가 이어지면 시민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철도공사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는 KTX공항리무진과 KTX특송 등의 사업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KTX공항리무진은 코로나19 시기 해외입국자를 전담 수송했고 KTX특송은 신속성을 요하는 혈액과 시약 등을 운반했으나 수익성을 이유로 공적 사업을 접은 것이다. 이 또한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연결되는 지점이다. 


모두의 안전, 화물노동자의 파업 투쟁 

공공부문 공동파업에 전국 60여 개 거점으로 총파업을 하고 있는 화물노동자도 있다. 화물노동자는 건당 운임을 받는 특수고용노동자이다. 불안정한 노동 구조에서 과로하는 화물노동자는 빈번하게 졸음운전을 겪고 교통사고의 불안을 안고 일한다. 그러다 보니 화물차는 도로에서 동료 시민에게 위협이 된다. 고속도로 사망 교통사고의 64.8%가 화물차에 의해 일어난다.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가 도입되는데, 현 정부의 안은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한해 2020~2022년 3년 동안만 시행하는 일몰제이다. 지난 6월 파업으로 안전운임제 지속과 품목 확대를 정부와 합의했음에도 이행되지 않고 국민의힘이 안전운임제에서 화주 책임을 삭제하는 개악안을 발의하자 화물노동자들은 다시 파업에 나섰다. 


합의 이행과 노동자 시민의 안전에 책임 주체인 정부는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는커녕 지난 11월 29일 국무회의를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했다. 또한 국제인권규범과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파업임에도 불법 파업, 폭력 행위를 운운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국가책임 

모두의 존엄한 삶과 권리를 위해 사회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인권과 생명,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국가의 부재 속에 사람들이 쓰러지고 죽어가는 요즘이기에 더욱더 현 정부에게 국가의 책임과 공공성 강화를 요구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국가의 책무를 망각한 정부에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과 노동자들의 파업은 그 책임을 일깨워줄 것이다. 농성과 파업 그 곁에 선 우리도 반인권적이고 무책임한 정부에 저항하는 투쟁에 연대할 때이다.